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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학 사회책임지수] “대학의 사회적 성과는 평가받아야 한다”

기사승인 2017.12.13  12: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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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유주의적 서열화를 대신한 민주시민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선의의 경쟁을 촉구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평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대학평가가 대학을 망친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한 대학평가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당장은 정권교체와 관련한 정치적 현안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이지만, 조만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이 중요한 사회적 토론거리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토론의 쟁점은 간단하게 정리될 수 있다. 어느 대학을 살리고, 어느 대학의 문을 닫아야 하는가.

이 질문의 답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대학의 본질 혹은 상(像)과 직결된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토론과 합의, 그리고 해법의 안출과 실행 과정에서 서열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서열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열화가 평가와 다른 의미라는 전제하에서 그러한 문제제기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서열화에는 획일적인 기준에 의거한 줄세우기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획일적인 기준이란, 현실에는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만이 유일하게 옳은 기준이란 배제와 독선이 담겨있다. 또는 획일화하면서 채택한 여러 가치들이 그 기준이나 가치가 적용돼야 할 기관이나 주체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능적 적합성에 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모두 잊어버렸지만 당연한 얘기를 떠올려보자. 대학의 의미 말이다. 대학은 보편적인 인간 존엄성을 인식하고 존엄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지식과 기능을 축적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연구하고 가르치며 지성의 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학자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배움과 가르침의 공간이지만 소통의 공간이고, 각성의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고 실험돼야 한다.

만일 서열화라는 것이 대학의 건강한 지식생태계를 파괴해 단일 종의 번식 정도만을 측정해 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비판받아야 한다. 자연에서 목격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 지배하는 종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체로서 가치 없는 종은 없다. 물론 부분적으로 도태와 패퇴가 존재하지만 개체가 각자의 가치를 발휘하고 실현하며 전체로서 조화와 상생을 이뤄나가는 데에서 생태계는 의미를 갖는다.

반면 한 종류의 작물을 대규모 심는 단작을 특징으로 하는 플랜테이션의 생태계 파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심각하며, 종국에는 플랜테이션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열화가 ‘대학의 플랜테이션화’를 지향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대학사회나 우리 사회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가 대학평가가 흔히 서열화를 고착화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평가와 사회통념을 공식화했다는 측면에서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서열화란 용어가 평가와 같은 의미라면 동의할 수 없다.

 

 

올바른 대학평가가 필요하다

한국CSR연구소는 대학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지수를 발표하는 기관이다. 나는 대학 서열화에는 반대한다. 또한 일부 교수들의 “민간의 대학평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대학평가는 가능하다는 말인가. 엄밀하게 말해 민간의 대학평가 가운데 과도한 영리성을 추구해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민간평가들이 문제될 뿐이다. 아직까지 시민사회가 참여한 제대로 된 대학평가가 없다는 측면까지 감안하여, 그렇다면 대학에 대한 평가 자체가 없어야 한다는 말인가.

대학은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고 폭넓은 견해들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의 근거이지만, 그렇다고 성역은 아니다. 사회의 다수가 동의할 수 없는 획일적인 서열화로 대학을 시장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학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책무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CSR연구소의 대학 사회책임지수는 서열화의 폐해를 가능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민간의 대학평가이다. 한국CSR연구소의 사회책임지수ㆍ지속가능지수는 대학만을 대상으로 산출되지 않았고, 기업 공기업 지자체 국가 등 우리 사회 핵심 이해관계자를 포괄한다. 우리가 대학 사회책임지수를 발표하는 까닭은 다른 지속가능지수와 같은 목적을 지닌다. 즉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평가와 관련한 요점은 평가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평가가 문제라는 게 내 판단이다.

한국CSR연구소의 대학 사회책임지수는 영어수업이 몇 개이고, 중국 유학생을 몇 명 받았으며, 논문을 교수 몇 명이 나눠 썼는지에 주목하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이 수업시간에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는지를 파악하고자 애썼다. 수업 외에 학생들이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지, 비정규직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소통과 상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모습을 추적했다. 대학교육서비스란 관점에서 소비주체인 대학생의 입장, 학생과 함께 대학을 구성하는 주체인 교수와 교직원의 입장, 지역사회 및 사회 전체와 소통하려는 노력 등을 잡아내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일부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CSR연구소의 대학 사회책임지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적 문제제기로, ‘잘못된 대학평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내 의견이다.

평가 없이 개선이 없다는 금언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대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상생과 민주시민의 관점에서 추적하려고 노력하는 평가틀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분명히 종합대학은 취업준비학원이 아니다.

 

대학의 사회책임 이행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

한국CSR연구소가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지속가능저널과 공동기획한 ‘2017 사립종합대학교 사회책임지수’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다. ‘대학사회책임지수’는 기존의 성과 위주 대학평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졸업생 취업률, 교수의 논문 수 등 흔히 포함되는 ‘실적’에 대한 측정을 배제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사회책임 성과만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식의 대학평가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성역이거나 엘리트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기관이다. 학생 뿐 아니라 교수ㆍ교직원,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기관이다.

‘2017 대학사회책임지수’는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기준’인 ISO26000의 틀을 따랐다. ISO26000은 사회의 모든 조직이나 기관이 의사결정 및 활동 등을 할 때 소속된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규정한 국제적 합의이다. 세계인권선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기후변화협약, 유엔 소비자보호지침 등을 총망라한 안내서다. 국내 기업들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ISO26000을 사회책임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ISO26000의 핵심 주제는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성, 소비자, 지역사회다. 한국CSR연구소의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는 ISO26000의 7개 부문을 전부 포함했다. 각 주제에 해당하는 세부 지표를 선정해 대학의 포괄적인 사회책임 수준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 체계를 확립했다. 사립대학을 위한 세부 지표는 총 50개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대학알리미, 사립대학 회계정보시스템, 정부부처, 각 대학 홈페이지 등 공개 영역에서 자료를 모았다. 각 항목에 대한 최근 3개년 공시 자료를 모아 최근 연도에 더 가중치를 두어(5:3:2)평균값을 계산했다. 자료의 성격을 기준으로 정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순위를 매겨 점수화했다. 지표의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부문별로 합산한 점수는 대학 교육의 학점 체계를 따라 A+부터 D-까지 12개 등급으로 나누었다. 사회책임 최종 점수인 평점평균은 부문별 평점을 계량화해서 부문별 가중치를 부여해 구한 것이며, 만점은 4.3점이다. 이러한 방식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기별로 학점을 받는 방법과 동일하다.

한국CSR연구소의 ‘2017 대한민국 종합사립대학교 사회책임지수’ 평가의 조사대상은 국내 154개 4년제 종합이다. 공개된 영역에서 자료를 얻기 힘든 분교나 캠퍼스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국공립 대학과 정부출자대학, 국립대 법인과, 특별법 법인 설립 대학은 사회책임 이행 수준을 사립대학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워 사립대학 사회책임지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입시부정으로 크나큰 물의를 일으킨 이화여자대학은 올해 평가에서는 원천적으로 제외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노동 부문은 대학에 속한 직원에 대한 보수나 복지, 노사관계 등을 측정했다. 인건비,복리후생비, 비정규직 비율, 노조 가입률 등이 지표로 선택되었다. 인권 부문은 장애인, 기회균형 선발대상 학생 등 사회적 배려나 형평성 수준을 평가했다. 학생 부문은 학생의 실질적 학습 환경을 지원하는 지표로 구성되었다. 학생1인당 교육비, 장학금, 학자금 등 경제적 지원 규모를 측정했고, 전임교원 확보율,강좌당 학생 수, 학생1인당 장서 수 등 교육환경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모아 평가했다. 지역사회 부문에서는 사회봉사 참여도, 대학강의 공개실적 등과 함께 한국형 온라인 강좌(K-MOOC) 개설현황도 지표로 추가했다. 환경부문은 대학이 캠퍼스 내에서 에너지 절약 등 환경에 관한 실천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성했다. 공정성 부문에서는 대학의 법규위반 건수를 조사했고,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된 빈도를 측정하는 사회영향프로그램을 포함했다.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부문은 총장선출방식과 기부금 등을 지표로 설정했다.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립대학 적립금의 적정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들도 포함했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와 한국CSR연구소의 ‘2017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는 2017년 6월부터 4개월간 수행되었으며, 수행기관은 현대리서치이다.

안치용 /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 소장 dragon@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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