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우승작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화제로 떠올랐다. 해당 작품은 39세 게임 기획자 앨런이 ’미드저니‘라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그린 작품이다.
’미드저니‘는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에 대한 단어 혹은 문장을 입력하면 그에 부합하는 그림을 그려준다. 단순히 그림만 내놓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그림이 마음에 안들면 프로그램은 다른 분위기의 여러 가지 그림을 내놓는다. 때문에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몇 가지 단어를 구상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조화시키면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앨런이 SNS에 그의 우승 소식을 알리자 각종 SNS에서 반발이 빗발쳤다. 붓질 한 번 없이 텍스트 입력만으로 수상을 하는 것은 그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참가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당 대회 초반에 심사위원들은 수상작이 AI 프로그램의 결과물인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수상작이 AI 프로그램에 의한 것을 알고난 후에도, 그들은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 심사 기준에 AI프로그램이 금지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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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명령어를 통해 구현한 다른 인종의 그림. 출처: 트위터 |
본격적인 AI 시대의 도래
‘미드저니’ 외에도 사용자가 편하게 그림을 그리거나,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채색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AI 채색 프로그램을 출시한 바 있다. 사용자가 그려놓은 그림을 업로드 하면 그에 어울리는 채색법을 제시하기도 하며, 그려놓은 선에 맞게 올바른 채색을 한다. 네이버 프로그램을 사용해보기 위해 간단한 글자를 쓰고 채색을 시도해보았다. 원하는 색을 고르고 적용할 곳을 클릭하니 색이 적용됐을 뿐 아니라 그라데이션 효과까지 추가되어 미적 감각이 없는 이용자 또한 매우 만족스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나온 프로그램은 베타 버전이며, 정식 버전이 출시되면 어떻게 더 좋아질지 기대가 된다. 이렇듯 세계 여러 곳에서 AI로 편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손재주가 좋지 않거나 그림 소재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하나의 작품을 만들 시대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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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채색 프로그램으로 만든 로고. 출처: 직접 제작 |
AI에 대한 회의
AI의 기술 자체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미 사람들의 편의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AI 기술이 예술 분야에 자리잡기에는 너무 많은 언쟁이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의 경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양이 많을수록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더 정확한 제공한다. 이에 사용자들은 무단으로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학습시켜 그 작가의 화풍과 비슷한 작품을 얻어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앞서 제시한 일화와 같이 명령어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얻어낸 결과를 예술작품이라고 칭하는 것은 예술의 품격을 저하시키는 행위이며, AI로 그림을 무차별적 생산하는 현시대에서 우리는 예술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미술과 AI 프로그램
새로운 방식의 예술이 생겨날 때마다 우리는 늘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평가한다. 1960년 미국에 팝아트가 성행할 때 비평가들은 이를 현대미술의 전통에 대한 도발로 치부했으며, 팝아트의 품위없고 가벼운 유행은 금방 시들 것이라 평가한 바 있다. 마르셀 뒤샹이 <샘>을 출품했을 당시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2019년 벽에 바나나를 붙여 전시한 설치작품이 나왔을 때 역시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물론 실패한 작품도 냉담한 반응을 받으며, 실패작은 이를 이겨내지 못한 예이다. 현시점에서 AI 프로그램이 냉담한 반응을 받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자의 편의와 누군가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 프로그램에 의한 그림에 대한 반응이 냉담하다는 것은, 어쩌면 예술계에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것에 대한 세간의 두려움이자 예술 확장 성공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직 저작권 외에도 해결해야할 여러 문제가 있으나, 많은 문제가 해결된 후의 AI 프로그램이 예술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준형 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