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미심쩍은 반응들
지난달 20일 카타르 월드컵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열렸다. 월드컵은 세계 많은 국가들이 즐기는 최대 스포츠 행사이다. 그러나 BBC에서는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을 생중계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개막식 중계 대신 방영한 BBC의 축구 전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자 게리 리네커는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월드컵“이라고 말하며 카타르 월드컵 이주 노동자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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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에 대한 의미를 담은 덴마크 검정색 유니폼. 출처: 험멜 인스타그램 |
이 뿐만 아니라, 덴마크 축구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사망한 이주 노동자들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색 유니폼을 서드 유니폼으로 채택했다. 축구대표팀의 유니폼 후원사인 험멜에서 이번 덴마크 카타르 월드컵 유니폼은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BBC 중계 방송 중단, 덴마크의 검정색 축구 유니폼 모두 카타르 이주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시작 전부터 제기된 이주노동자 문제
BBC 중계 방송 중단, 덴마크의 검정색 축구 유니폼 모두 카타르 이주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카타르 월드컵 시작 전부터 이주노동자에 대해 수개월 임금체불, 계약과 다른 근무조건,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국제 엠네스티 보고서 내 이주 노동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들은 본인이 카타르에서 일을 하기 전 약속 받았던 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은 임금이나 업무 직종과 관련된 내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카타르에서 근무한 이주노동자 텍 타파씨 (가명)는 고국인 네팔에서 대리인을 통해 약속 받았던 내용과 실제 근무 상황은 너무 달랐다고 진술했다. 카타르에서 비계 작업 (건축 공사시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 설치 및 해체 작업)을 하게 되며 380$ (약 49만원) 월급과 매달 80$(약 10만원)식비가 제공된다고 전달받았지만, 실제로는 강철 작업을 하라고 요구 받았으며 300$ (약 39만원)월급과 매달 50$(약 6만원의 식비가 제공되었다고 말했다. 몇몇 다른 노동자들도 이와 같은 경험을 겪었다고 진술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당시 카타르에서의 노동환경은 열악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제공 받을 수 없었고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했다. 점심시간 몇 분을 제외하고는 더위 속에서 쉬지 않고 10시간 넘게 일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가혹한 노동환경이 이주노동자를 죽음까지 내몰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월드컵 준비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번 월드컵 준비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에 대해 카타르 조직위원회 측은 400명정도, 카타르 정부는 40여명이라고 말했으며 가디언이나 BBC 등 외신에서는 더 많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열악한 환경과 부당한 처우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카타르 문제를 대응하는 움직임들, 효과 있나
국제적 비난 여론이 형성되자 카타르 정부는 여러 개선조치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2014년 카타르 정부는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법무법인 디엘에이 파이퍼 (DLA Piper)와 계약했다. 2014년 5월 디엘에이 파이퍼는 카타르 정부에 일련의 권고안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2년간 카타르로 다시 입국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폐지하겠다는 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2월 임금 정시 지급하지 않았던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카타르 정부에서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은행계좌로 제때 직접 임금을 지불할 것을 의무로 하는 임금 보호 제도가 의회를 통과했고 11월에 시행하기 시작했다. 2020년에는 카타르 정부에서 중동국가 최초로 최저 임금을 규정하였다. 카타르의 노동법 개정 및 임금 개선 정책은 큰 진전이자, 다른 중동국가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카타르 정부는 현재까지의 이주노동자 산업재해는 제대로 진상규명하지 않고 은폐할 뿐이다. 이주노동자 피해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세계인의 축제 될 수 있도록
국제 축구 연맹 FIFA는 이러한 카타르 월드컵 인권침해 문제를 두고 “축구는 이념적·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 축구에 집중하자”라고 작성한 편지를 32개팀에 보내며 입장을 표한 적 있다. 남미축구연맹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정치적·이념적 논란과 대립을 초월해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히며 FIFA의 입장을 지지했다. 이어 “이제 논쟁은 뒤로 밀릴 때가 됐다. 전 지구가 간절히 기다리는 대회에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츠는 ‘공정과 평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스포츠가 이념이나 정치에는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면서도 항상 올바른 가치를 향해야 함은 변함없을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축제라면, 무엇보다도 모두의 권리가 보편적으로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앞서는 것은 없다. 월드컵 그 이면에 이주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김비치 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