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위한 자발적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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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생수병은 재황용이 용이한 PET재료로 만들어져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사진= Canada Plastic Pact] |
2021년 12월 25일부터 일반 주택에서도 투명 생수 PET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되었다. 겉으로 보기에 투명한 플라스틱 포장재에는 생수병, 테이크아웃 음료 컵, 과일 팩 등이 있으나, 투명 생수병만 재활용이 용이한 PET재료로 만들어져 따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투명 생수병 외 알약 진통제의 포장이나 깨끗이 씻은 요거트 용기, 테이크아웃 음료 컵 등 모든 플라스틱 재질은 재활용품으로 구분해 배출하지만, 실질 재활용률은 40%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2020년 블랙록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이 ESG 시대의 티핑 포인트가 되면서, 산업혁명 이후 약 260년간 이어져 왔던 선형경제(Linear Economy)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이르렀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2018년 ‘신 플라스틱 경제 글로벌 공약(The New Plastics Economy Global Commitment)’[4]과 CGF(소비재포럼, The Consumer Goods Forum, 2009 설립)의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행동 연합(CGF Plastic Waste Coalition of Action, 2020)' 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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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분류표= 효성] |
신 플라스틱 경제공약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의 20%를 생산한다. CGF 플라스틱 연합은 소비재 산업에서 플라스틱 포장의 개발 및 처리에 대한 순환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2020년에 설립된 40개사의 최고경영자(CEO) 주도 그룹이다. 이들이 내놓은 플라스틱 순환 경제를 위한 자발적 약속 중 하나는 '골든 디자인 규칙(GDRs, Golden Design Rules, 2019.12)'이다.
골든 디자인 규칙은 순환 경제의 원칙을 따르도록 하는 플라스틱 포장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2개의 규칙에서 시작하여 현재까지 9개의 규칙으로 확대되었다. 제품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경제적이고 환경 영향을 최대한 줄이도록 디자인하는 방법을 적용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혁신적이고 확장이 가능한 디자인 설계에 대한 명확한 프레임워크이다. 또한 규칙에 따른 실행 성과를 '신 플라스틱 경제 글로벌 공약'의 프로세스에 따라 매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골든 디자인의 첫 번째 규칙은, 무색 투명 PET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원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즉, PET는 식품과 비식품 모두에 사용되는데, 파란색 혹은 녹색계열의 투명 PET보다 무색 투명 PET를 사용하면 재활용시 고품질의 재활용 PET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두 번째 규칙은 문제되는 포장 요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사용금지된 포장 재료는 카본 블랙, PVC 혹은 PVDC, EPS 혹은 PS, PETG[8], 옥소분해성 플라스틱이다. 고기나 채소를 담는 쟁반에 많이 사용되는 검은색 포장재에 사용되는 카본 블랙은,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서 재활용 가능 재료 분류작업시 사용되는 근적외선 기술로는 분류가 어렵다.
채소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 필름이나 기포같이 생긴 투명 알약 포장재로 쓰이는 PVC나 PVDC는 다른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한다. 수지류인 EPS(발포 폴리스티렌)나 PS(폴리스티렌)는 포장재로는 흔하지 않은 재료로, 재활용 자체가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매립된다.
보통 가전제품 케이스, 유제품 용기, 단열제, 쿠션 충전재로 사용된다. 오로지 냉장고 내장재,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사용되는 ABS수지나 SAN수지만 금지 품목에서 제외된다. 주로 음료병과 요리용 기름 용기로 사용되는 PETG는 재활용 PET의 질을 낮춘다.
마지막으로 옥소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장시간 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 수축 및 스트레치 필름, 알약 등 기포성 포장, 플라스틱 병, 라벨, 뚜껑 등 많은 포장재에 사용된다. 유럽표준화위원회(CEN)에 정의된 옥소 분해성 플라스틱에 해당하며, 법으로 사용이 허가된 경우에는 제외된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모든 유연 플라스틱 포장의 불필요한 빈 공간이 30% 이하가 되도록 하는 것’과 ‘꼭 필요한 경우에만 겉 포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칩, 스낵, 통조림, 음료 등의 식품과 홈 케어, 베이비 케어, 개인 케어 제품 등 비식품 포장에 적용된다.
다섯 번째 규칙은 ‘PET 열성형 트레이 및 PET 열가소성 포장을 위한 투명 PET 재활용을 촉진하는 것’이다. PET 열성형 트레이는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유럽과 북미에서 실질적으로 재활용되지 않고 있어, 재활용 인프라를 출현시키고 재활용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소비자용 연포장[10]의 증대’, ‘경질 HDPE와 PP의 재활용 증대’, ‘B2B(기업 간 상거래)에서의 1차 플라스틱(새로운 플라스틱) 사용 감축’, ‘소비자용 플라스틱 포장에 재활용 및 재사용 지침을 넣을 것’까지 총 9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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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디자인 규칙 구성표 [그패픽= 캐나다 플라스틱 협약] |
골든 디자인 규칙은 전 세계 플라스틱 포장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그 수익이 1조 유로 이상인 글로벌 기업인 CGF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채택하여 2025년까지 지킬 것을 약속한 데 그 의의가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제품 전주기에 걸쳐, 즉 제품 원료 공급 단계에서부터 폐기 후까지 고려한 골든 디자인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은, 30수를 내다본 알파고를 상대로 바둑에서 승리를 하는 것보다는 쉬운 일일 것이다.
단 몇 단계를 앞서 생각한 ‘골든 디자인’은 이미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에 대한 재활용을 고민하는 끝없는 수고를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플라스틱 오염원이라는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당장 적용 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김민주 지속가능바람 저널리스트, 이윤진 ESG 연구자 겸 운동가, 안치용 ESG연구소장
김민주(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