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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사이드를 막아라! 대규모 환경파괴의 범죄화

기사승인 2022.12.24  20: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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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7)’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구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탄소 3300만t이 발생했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한 산불과 농업지역 화재, 연료저장소 파괴 등으로 인한 매연이 포함된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미사일*포격 등에 의한 토양과 수질오염, 동물 서식지 파괴 및 집단폐사 등 우크라이나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파괴 역시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생하여 9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와중, 인간의 피해만이 아닌 생태계 전반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쟁은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와 동시에 환경을 파괴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전략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환경을 이용하거나, 파괴하는 모습은 여럿 등장했다. 1차·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하여 현대전의 양상이 된 이후로는 환경에 대한 파괴력이 더욱 강해졌다. 독가스 등의 화학물질 사용과 더 강력한 화력의 폭탄들, 방사능 물질을 지닌 핵무기의 등장은 인간에 대한 거대한 피해를 넘어 환경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를 불러왔다. 이렇듯 전쟁에 의해 광범위한 생태계 파괴 현상을 지칭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에코사이드(ecocide)’이다. 에코사이드는 환경(eco)과 집단학살을 의미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개념을 합한 단어다. 에코사이드는 ‘생태학살’, ‘생태살해’등으로 직역된다.

전쟁범죄로서 에코사이드
제노사이드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등 인류 전쟁역사에서 벌어진 대량학살을 범죄화하기 위해 생겨난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에코사이드 역시 전쟁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대규모 생태학살을 범죄화하기 위해 탄생했다. 에코사이드 개념이 탄생한 것은 베트남 전쟁 와중이다. 1960년부터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콩의 정글 환경을 이용한 게릴라전술에 고생하던 미군은 대대적인 정글파괴 작전을 펼쳤다. 정글파괴를 위해 미 공군은 ‘렌치 핸드 작전’을 통해 심각한 피부질환과 유전병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을 혼합한 고엽제란 제초제를 베트남 정글 지역에 살포했다. 또 소이탄을 통한 불을 통한 파괴와 불도저로 숲을 밀어버리는 등의 대대적인 파괴를 자행한다. 파괴의 결과는 참담했다. 베트남 전체 산림의 1/5이 사라졌고, 숲의 훼손으로 홍수와 가뭄이 늘었으며 생물다양성이 무너졌다. 미군의 행위는 생태계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란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1970년 생명윤리학자 ‘아서 갤스턴’은 미군의 행위에 대해 에코사이드 개념을 제시하고, 생태학살 행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코사이드 개념은 나아가 1998년 전쟁범죄로 규정되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규정 중 자연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주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고의로 공격을 개시하는 것은 전쟁범죄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실제로 국제법의 발전에 따라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환경범죄 역시 국제법에서 다뤄져야 할 대상이다. 우크라이나 환경단체와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이유를 들어 러시아에 보상금 등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다.

(사진1. 고엽제를 살포하는 미 공군. 출처: 미 공군 국립박물관)

최근 들어 에코사이드 개념은 전쟁 상황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평상시 경제활동에 의한 대규모 환경파괴로까지 의미가 확장되었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초국적 기업을 필두로 각국 기업의 경제활동은 엄청난 환경파괴를 동반한다.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한 자원추출과 에너지 사용, 유통과정에서의 탄소배출, 대규모 축산과 농어업, 발전소 등은 지역적 생태계 파괴를 넘어선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다. 한국의 경우만 봐도 ‘낙동강 페놀 유출’, ‘태안 기름유출’등 대표적 환경문제를 볼 수 있고, 이외에도 발전소와 산업단지 등과 관련된 환경파괴 논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경제활동에 의한 에코사이드 역시 범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의성’의 입증 문제와 에코사이드 범죄화 운동
전쟁 시 발생하는 에코사이드를 전쟁 범죄화하는 것은 ‘고의적’으로 일어나는 에코사이드를 국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평상시 경제활동을 통해 비의도적으로 벌어지는 대규모 생태파괴를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기도 한다. 경제활동에 의한 환경파괴 문제의 경우 파괴의 주체를 따지는 인과관계를 찾거나 주체를 찾았을 때 책임을 얼마나 지녔는지의 비중을 산정하는 과정을 따지기가 특히 어렵다. 일례로 일본 ‘미나마타병’의 경우 기업의 수은성분 폐수 방류로 인한 질병발생의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최초 발병으로부터 14년이 지난 이후에서야 공해병으로 인정받았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모호해진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고, 책임산정을 위해 에코사이드를 체계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국제사회적으로 경제활동과 관련한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려는 노력은 2010년부터 이어져 왔다. 영국의 유명 변호사 ‘폴리 하긴스’가 유엔 국제법위원회에 에코사이드를 범죄로 포함하자는 제안서를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2021년 국제 환경-인권단체 ‘스톱 에코사이드(Stop Ecocide)’는 에코사이드 범죄의 법적 초안을 작성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에코사이드를 전쟁범죄에만 포함시키는 것을 넘어 국제 범죄 목록에 ‘환경범죄’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2. 출처: 플리커, Ivan Radic의 사진)

법적 규정을 통한 사회적 책임 지우기
에코사이드를 범죄화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법 규정은 에코사이드 행위를 처벌함과 동시에 에코사이드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다. 또 에코사이드를 국제적으로 범죄화하는 것은 나아가 개별 국가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각국의 환경범죄가 전 지구 생태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생태계 파괴는 우리가 실감하는 것보다 더 크게,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구 환경파괴와 이로 인한 인류 지속가능성 파괴는 우리 앞에 놓인 큰 과제가 되었다. 경제활동과 환경파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코사이드 범죄화는 하나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에코사이드 범죄화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 역시 이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참고문헌
조효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창비. 2022.

정대환(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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