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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be ambitious - 1인 게임 개발자

기사승인 2022.12.24  20: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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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7일,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 2022)가 3년 만에 부산 벡스코에서 포문을 열었다. 총 987개의 업체가 2947개의 게임 부스를 운영하였으며 온, 오프라인 합계 116만명의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하였다. 부푼 마음을 안고 방문한 벡스코.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등 대기업들이 자리잡은 광활한 규모의 신 게임 체험관을 지나 발길이 멈춘 곳은 제2 전시장 3층에 위치한 BIC 인디 쇼케이스 전시관이었다. 지난 9월 초 열렸던 BIC(부산 인디게임 페스티벌)의 수많은 전시작 중 선발된 20팀, 그리고 지스타 2022 공모에서 선정된 20팀, 도합 40팀의 쟁쟁한 인디게임 개발자들이 이곳에서 저마다의 꿈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사진 1. 지난 11월에 개최되었던 Gstar2022 현장. 자료 : 직접 촬영>

인디 게임이란 무엇일까? 인디 음악, 인디 영화 등 다양한 곳에서 '인디'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디' 란 '독립적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independent의 줄임말로 개인, 혹은 소규모 개발사에서 외부 투자 없이 만들어 낸 콘텐츠를 의미한다. 

근래 출시된 국내 게임들을 보면, 앞서 언급한 넥슨, 카카오 게임즈와 같은 대형 게임사들의 주력 게임 장르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나 FPS(1인칭 총쏘기게임)등의 몇몇 장르로 한정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대규모의 자본과 시간이 투자되는 대기업의 프로젝트 특성 상 독창적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보다는 이미 검증된 장르의 게임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자신의 개성을 담은 참신한 게임을 탄생시키곤 한다. 

과거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인디게임 시장은 최근 커다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1인 방송과 유튜브 등 미디어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소비자들이 생소한 인디 게임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었고, 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게임 산업 전체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비디오게임 전문 리서치 기업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약 8000개의 인디 게임이 출시되었는데 2021년에는 그 수가 50% 상승한 1만 1773개에 달하였으며, 같은 해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새롭게 출시된 게임의 98%가 인디 게임이라고 한다.

BIC 인디 쇼케이스 부스에 전시된 인디 게임들을 체험하던 중, 2명의 1인 게임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Q. 자기 소개와 게임 소개 부탁드린다.

A. 저는 '그래비티 캐슬'을 개발한 대학교 2학년 김준형이라고 합니다. '그래비티 캐슬'이란 게임은 일반적인 2D 퍼즐 플랫포머 게임에 중력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게임입니다. 
플랫포머 게임이란 발판이나 맵이 존재하고, 그 위에서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움직이며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적을 물리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게임을 의미합니다. 유명한 예로는 슈퍼마리오 시리즈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제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일반적으로 플랫포머 게임에서 상수로 두는 중력을 자유롭게 조절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방금 전까지 바닥이었던 것이 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고, 뛰어넘을 수 없던 함정이 천장으로 변해 무력화될 수도 있으며,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미끄러뜨리거나 날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사진 2. 김준형 개발자의 '그래비티 캐슬' 전시 부스. 자료 : 직접 촬영 > 

A. 저는 '타임 오션'이라는 게임을 개발한 22살 최예준입니다. 제가 6개월 간 개발한 '타임 오션'은 올드스쿨 게임인 '소코반' 형식에 시간 이동이라는 새로운 이동 방법을 삽입한 게임입니다. '소코반' 형식의 게임이란 과거 피처폰 시절에 누구나 접근해봤을 만한 박스 푸시의 퍼즐 게임입니다.

저는 타임머신 방탈출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흥미를 느껴 직접 게임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시간 조종이라는 요소가 퍼즐 게임에서는 생소한 방식의 게임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는 개성을 최소한 줄이고 시간 조종이라는 개념만 의미를 부각하고자 가장 전통적인 박스 푸시 게임 형식을 선택하였습니다. 

<사진3. 최예준의 '타임오션' 게임 전시 부스. 자료 : 직접 촬영>

Q. '1인 게임 개발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셨는데 '1인 게임 개발자'는 어떤 직업인가.

A. 최예준: 1인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만들 때, 정해진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 시스템 없이 개인의 역량만으로 하나의 게임을 구성하고 게임 캐릭터와 맵을 창작하는 직업입니다. 최신 경향의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아트에 발맞춰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Q. 왜 '1인 게임 개발자'가 되었는가.

A. 김준형: 저는 평소 인디 게임을 즐겨하였고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과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선뜻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게임 개발자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라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로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쉬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이 저의 도전 의식과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이 개발자들의 열정과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어떻게 게임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배울 수 있었냐는 물음에, 주로 유튜브나 책 등을 통해 독학한다고 답했다. 사운드나 디자인 등 단기간에 익히기 어려운 경우, 외주 업체를 이용하거나 팀 작업을 한다고도 한다. 현재 이 개발자들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과 계약하고, 펀딩 및 데모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머지않아 그들이 만든 게임은 전 세계 수십억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그러나 동시에, 우린 창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수많은 판매 매대와 상품들, 커다란 사무실이나 공장 같은 것들이 머릿속을 채우며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지스타에서 만난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그런 생각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컴퓨터 한 대와 열정만으로 세계 무대를 향해 도전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개발자들의 명함을 건네받았다. 그들의 이름 석 자가 적힌 명함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현재, 이 개발자들은 이름없는 작은 스튜디오에 불과하다. 많은 수익을 창출한 것도 아니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며 체계적인 조직을 거느린 것도 아니다. 마치 모든 거대한 기업들이 처음 그러했듯이 말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청년 창업의 미래를 밝히는, 한 줄기 빛이 될 지도 모른다. 

<사진 4. 인디 게임 전시 목록. 자료 : 직접 촬영>

양진호(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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