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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사진, 픽사베이 |
얼마 전 집 아래 있는 주차장에 고양이가 산다는 걸 알게 됐다. 고양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계기는 1층 주민에게 밥을 얻어먹은 모양인지, 그 집에서 나오면서 계단을 훌쩍 뛰어 사라지는 고양이를 보게 되었을 때였다. 하필 깜깜한 밤이었을 때라 옆으로 새까만 물체가 휙 지나가니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는데, 비명을 지른 나를 보고 고양이도 놀란 모양이었다. 노란색 고양이는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앉아 한참 나를 쳐다봤다. 아마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면 분노에 차 욕설을 연거푸 하거나 1층에서 밥을 챙겨주는 행위에 반대하게 됐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란 고양이를 다시 만난 건 며칠 후였다. 지난번에 본 고양이를 조금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주차장을 둘러봤는데, 알고 보니 구석에는 고양이를 위해 따로 만들어준 집도 있었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스티로폼 집 위에 앉아있던 고양이는 나를 보고는 경계하는 듯 하악대는 소리를 냈다. 싫어하는 것 같아서 돌아가려 했는데, 또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이윽고 꼬리를 세우고 내게 다가오더니 발목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래서 고양이 애호가가 되는구나, 싶었다.
최근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과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다툼이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캣맘들은 고양이도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기에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길고양이를 챙기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고양이가 끼치는 피해에 대해 말하며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양이의 배설물과 발정기 시 밤에 계속 듣게 되는 울음소리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이들은 한국 길거리의 최상위 포식자인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건 도시 새들의 죽음을 늘리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2021년 발표된 미국 조류협회의 연구에 의하면 한 해 고양이가 사냥하는 새의 수는 총 24만 마리에 달한다. ‘작은 맹수’인 고양이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이 심심풀이 삼아서도 새를 사냥해서다.
이에 맞서 캣맘들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장소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뜻하는 TNR을 함께 진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자체에서 TNR 사업을 실시하면 서식하는 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오히려 밥을 챙겨주지 않아 고양이가 배를 곯으면 배를 채우기 위한 사냥을 필수로 하게 되어 희생되는 조류의 숫자가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캣맘들은 한국 길거리에서 발견되는 고양이 중에는 인간에게 버려진 유기묘도 상당한 탓에 길고양이를 챙겨주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이라고도 말한다. 양측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나빠진 것에는 사료를 주고 치우지 않아 벌레가 꼬이게 하거나 부적절한 장소에서 밥을 주는 일부 캣맘의 행동 때문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들의 다툼으로 인해 길고양이 혐오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길고양이를 칭하는 단어로 털과 바퀴벌레에 대한 ‘털바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 표출을 일종의 ‘스포츠’로 삼아 즐기고 있다. 구글에서 캣맘을 검색해보면 캣맘 참교육, 퇴치, 처벌, 정신병, 역관광 같은 캣맘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와 복수에 가까운, 처벌을 향한 열망을 드러내는 단어들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 메신저앱의 오픈 채팅방을 통해 동물에 대한 혐오적 정서를 발화하는 집단적 행동이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2021년 1월 동물권행동 카라는 고양이를 잔혹하게 해친 사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학대 방법을 올린 오픈채팅방에 소속된 100여 명을 고발했다. 이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2022년 5월에도 유사한 채팅방을 만들어 고양이를 학대한 주범이 검찰에 검거됐다. 동물권 운동가들은 동물보호법 위반 시의 처벌이 약하며 낮은 형량을 구형받는 일이 잦기에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게 옳은가, 그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다. 대립하는 두 집단의 의견 모두에 일리가 있는 만큼 고양이에게 밥을 주려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장소를 잘 선정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TNR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는 중도적인 입장만을 표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서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를 더 약한 존재인 고양이를 향한 폭력으로 발산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적인 행동이다. 완벽한 공생을 꿈꾸지는 못하더라도, 혐오와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이 되는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지양하는 게 좋지 않을까.
ESG기자단 김유승 sarka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