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를 지켜낼 방안 중 하나로 애그테크(AgTech, Agriculture Technology)가 주목받고 있다. 애그테크는 첨단기술을 농업 분야에 적용하는 것으로, 씨를 뿌리는 파종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현대화한다. 구체적으로 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기술이 주로 쓰이는데, 이를 통해 농산물 생산의 효율을 늘리고 부족한 인적자원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방식은 농부의 머릿속에만 있던 농사 노하우를 데이터화하는 것부터 생육 정보를 토대로 생산 방법 조언 시스템, 생육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식물공장 스마트팜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진1. – 출처: 픽사베이)
농업기술 발달과 애그테크의 등장
20세기 후반 찾아온 2차 녹색혁명은 품종 개량기술 발전, 화학비료 및 살충제 사용증가, 관개시설 개발 촉진을 골자로 한 농업의 산업화를 이룩했다. 이를 통해 농업은 작물의 대량생산과 고부가가치 창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 뒷면에는 많은 문제가 산재했다. 근대 농업은 화석연료 기계사용의 증가, 화학비료·살충제 과다사용, 단일품종 대량생산으로 인한 전염병 취약성 증가, 대량생산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유발했다. 실제로 국제통계 사이트 OWID(Our World in Data)에서 공개한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4을 농업과 식량 생산이 차지하여 지구온난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농업의 산업화는 높은 생산성을 이룩할 수 있었으나, 환경파괴를 심화시키며 자연에서 이뤄지는 농업이 지속 불가능한 길로 가게끔 부추기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 속,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농업은 빠른 변화를 맞이했다.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에 각국은 식량 생산성을 더 높일 방안을 모색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애그테크로, 기존의 ‘자연 순응적인’ 농업을 ‘자연 통제적인’ 농업으로 바꾸기 위한 기술적 해법으로 제시되었다. 기존의 농업은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고, 전적으로 농가 각자의 노하우에 의존하여 생산량을 유지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농업에 디지털 기술을 더하여 인공자연을 조성·유지하여 식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생산 업무 조정을 가능하게 되었다. 또 로봇을 이용하여 부족한 농촌의 일손을 대신할 수도 있게 되었다. 농업의 디지털화는 아직 실험적이지만, 각국 농업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애그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식량이 중요한 전략자원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그 주목의 밑바탕이다.
식량위기로 인한 식량안보 중요성 증가
식량안보란 인구증가나 재난 상황을 대비해 항상 일정량의 식량을 확보해두는 것을 말한다. 최근 들어 식량안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늘고 있는데, 이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세계 식량위기가 원인이다. 지난 5월에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2022 세계 식량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식량 위기의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 가격 파동이었다.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길이 막히고, 농지와 농가에 피해가 생겨 전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각국은 식량안보에 우려를 표하며 식량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식량 확보가 어려운 저소득 국가는 식량 가격 상승과 수입량 감소로 인해 식량 수급에 문제가 생겼고, 이는 곧 빈곤과 영양실조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사진2. 세계식량가격지수 – 출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또 다른 원인은 기후변화였다. 전쟁이 한창인 3월부터 시작된 미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식량 수출국에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 농업 생산량이 감소했다. 인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폭염이 찾아와 밀 생산량이 급감했고, 미국과 브라질에는 가뭄 피해로 옥수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아프리카 국가들 역시 가뭄으로 인해 식량 확보에 차질을 겪었다. 기후위기가 농업에 초래하는 문제의 심각성은 단순히 해당 연도의 생산성 저하만 일으키는 것이 아닌 생산공간 자체를 파괴한다는 점이다. 홍수와 가뭄 등의 기후재난은 농토와 관개시설을 파괴함으로 장기적인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 두 원인으로 초래된 식량위기는 농산물이 전략적 자원이 되게끔 했다. 따라서 각국은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와 안정적 공급 기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지속 가능한 농업기술의 필요성
국내 식량자급률은 2021년 기준 45.8%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 속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 포함)이 20% 정도로 기본 식량의 자급률은 처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도 쌀 자급률은 90% 이상이나, 밀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0.5, 0.7%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기본 식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우려되는 점은 농촌이 고령화와 인구이탈, 농지감소 등으로 농업 생산력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의 농업구조가 세계 식량위기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농업의 전환이 요구되는 때다.
(사진3. 스마트팜 – 출처: 픽사베이)
국내에서는 이미 애그테크 기술을 실용화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스마트팜의 보급과 농민 드론 교육 등을 장려하고 있고, 민간에선 애그테크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리 잡고 투자 또한 늘고 있다. 그러나 애그테크의 한계점도 존재한다. 대규모 시설투자가 필요하다는 점과 소규모 농가는 비용문제로 접근하기 힘들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과 거대 자본의 투자가 필요한데, 이로 인해 농민의 경쟁력이 무너져 소규모 농가가 대거 무너진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또 화석연료 기반 농업의 토대 위에서 환경파괴의 대안점이 될지, 강화하는 길이 될지 역시 규명된 부분이 없기도 하다. 무작정 기술도입을 시도하기엔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현시대는 식량위기를 넘어선 지속 가능한 농업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식량위기를 해소하고, 사회문제와 환경파괴를 넘어설 기술에 대한 논의가 더욱더 필요하다. 이 상황 속에서 과연 애그테크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정대환 (바람 저널리스트) yess@l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