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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에서 마을 공동체 미디어의 역할

기사승인 2022.03.16  21: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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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미디어란 지역 주민들이 소유하고 함께 운영하는 미디어로, 마을 공동체의 관계를 형성 또는 재형성하며 마을 공동체의 연대를 진작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2012년 서울시의 ‘우리마을미디어문화교실’ 사업의 추진과 함께 통칭 마을 미디어라고도 불린다. 지역적으로 넓게는 구 단위에서부터 좁게는 동 단위의 범위로 활동하며 신문, 라디오, TV, 잡지를 만들어 마을의 이슈를 나눈다. 마을 미디어는 꺼진 가로등, 베어진 가로수 등 마을의 이슈를 찾아 소통하고 공론장을 만들며 대안 미디어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또 사람과 마을의 네트워크 매개가 되어 주고, 재해 방송으로 재난 시 전국 방송에서 담을 수 없는 마을만의 상황을 공유하여 대처할 수 있게 하며, 재개발과 상업화로 변해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아카이빙한다. 최근 COVID-19(이하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사회적 재난으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됨에 따라, 마을신문·마을라디오방송 등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을 공유하는 공동체 미디어의 역할과 활성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1995년 한신이와지 대지진을 계기로 방송을 시작한 일본의 FMYY가 있다. FMYY는 지진이라는 재난 상황에 다국어 방송을 통해 이주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주류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고 있던 공동체 구성원들의 경험을 잘 담아낸 바 있다. 이처럼 마을 미디어는 재난 시 정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제공함과 동시에 재난을 이겨내는 지역 사회의 공동체적 정신 수립과 소통 방식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시국에 주목할 만하다. 이에 코로나19 사태에 마을 미디어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마을 미디어, 코로나19 사태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에 마을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알아보고자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의 포스트와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설문조사를 참고하여 서울 마을 미디어의 코로나19 관련 콘텐츠 사례를 조사했고,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각 유형에 따라 정리했다. 크게 정보 전달 유형,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소통창 유형, 문제 제기 유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정보 전달 유형에는 확진자 정보 공유, 마스크 구입 정보 안내, 지역 내 기관 근황 공유, 코로나19 지역 뉴스 수어 방송이 해당했고,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소통창 유형에는 비대면 모임, 비대면 교육, 오락(힐링) 콘텐츠가 해당했으며, 문제 제기 유형에는 격리자의 트라우마/재난 기본소득 지급방식/공적마스크 요일제 및 지급방식/비대면 교육에서 기술 접근권/특정 지역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해당했다. 이렇듯 마을 미디어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접촉의 한계 등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초유의 감염병 대유행 사태, 재난 상황에서 마을 미디어 콘텐츠가 갖는 의미

그렇다면 이러한 콘텐츠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먼저 정보 전달 유형의 콘텐츠는 기성 언론이나 상업 방송에서는 다루지 못할 마을만의 현안을 빠르고 정확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의의가 있다. 특히 마을 미디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지역 내 도서관, 쉼터 등 기관의 휴무 여부를 매일 파악하여 사이트에 기재해 놓음으로써 주민들이 정보를 하나하나 구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었다. 또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때에는 지역의 마스크 공급처를 안내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을 미디어는 마을만의 소식에 집중함으로써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을 재난 상황의 혼란을 줄여 주었다. 다음으로 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소통창 유형 콘텐츠는 공동체의 유대감과 연대 의식을 유지, 발전시킨다는 의의가 있다. 이주민방송MWTV의 한지희 마을 미디어 활동가는 이주민들과 함께 각자가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을 말하며 안부를 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렇듯 웹캠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비대면 모임을 가짐으로써 주민들은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고, ‘코로나 우울’을 극복할 에너지를 얻는다. 강북FM의 <전화로 말해요> 프로그램도 지역 주민과의 전화 인터뷰로 안부를 물으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 마을 미디어의 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마지막 문제 제기 유형의 콘텐츠는 재난 속에서 더 소외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전면으로 드러낸다는 의의가 있다. 또 훗날 이루어질 재난 상황의 예방 및 대처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심층적이고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경험적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서구의 마을 미디어 방화마을방송국의 <들리는 고바우> 프로그램은 바이러스로 인해 격리에 처한 청도대남병원 환자의 심정을 호소한다. 듣는 이로 하여금 환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마지막 한국 환자의 유가족 인터뷰가 진행되어, 당시 기성 언론의 보도가 메르스의 피해자인 유가족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안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염병 확산과 같은 사회적 혼란 속에서 대형 미디어에 의해 소수자들이 침묵을 요구받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마을 미디어가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마을 미디어의 대중적 인지도 향상

지금까지 재난 상황에서 마을 미디어가 제작한 콘텐츠와 그 의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마을 미디어를 논의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우선 돼야 할 것은 마을 미디어의 활성화 방안이다. 재난 상황에서 마을 공동체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운영 구조 및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주는 사람, 즉 이용자가 없으면 그 콘텐츠는 가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대부분의 마을 미디어는 인터넷, SNS로 그 유통 방식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은 이러한 지점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한다. 콘텐츠가 무수히 많은 뉴미디어에 자리를 잡은 탓에 시청자에게 선택되기 위해서 강렬하고 선정적인 영상들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마을 미디어가 가지는 기성 언론에 대한 차별점과 반대되는 일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채널, 주파수나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에겐 가장 꿈 같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공동체 라디오는 2005년 처음 도입되었지만, 주파수 출력 문제와 신규 허가, 공적 지원제도 등의 문제로 그동안 신규 신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작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공동체 라디오 허가 신청을 공고했고, 4월 30일 마감되었다. 하지만 서울 지역에서는 단 한 곳만이 신청했다. 주파수나 케이블 채널의 확보를 원했던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의 말과는 사뭇 다른 결과이다. 주파수를 사용하여 방송을 진행할 경우 콘텐츠 품질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마을 미디어의 근본적 문제점이 유통 구조이었을 수는 있지만, 이제는 나아가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이 주파수를 확보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의무를 다할 만큼의 역량 제고가 더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오직 마을만의 소식을 전한다는 점에서 재난 상황 속 마을 미디어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더 강조된다. 마을 미디어를 둘러싼 외, 내부적 상황이 개선되어 마을 미디어가 주민들의 일상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체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바람저널리스트 (정서연) yess@live.co.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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