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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던져진 네 가지 물음표…‘명견만리-대전환, 청년, 기후, 신뢰’ 편을 읽고

기사승인 2022.03.16  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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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적 혁신, 한국에선 왜 신화에 가까운가?

“혁신은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전통 산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전통 산업을 지키기 위한 규제를 고집하면 혁신 기반의 스타트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가 없다. 수조원의 이익을 낼 수도 있는 유망한 기업들이 규제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전통 산업의 기득권,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장벽과 규제들은 이제 해체되어야 한다.”

어느 날 스티브 잡스에게 ‘애플의 경쟁 상대는 어디냐.’라고 물었더니 잡스는 다소 충격적인 답을 내놓는다. 그는 ‘지금 주차장에서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을 그 누군가가 애플의 경쟁 상대다.’ 고 답한다. 잡스의 이 사례가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떠올랐다. 명실공히 세계 최고 IT 기업인 애플의 수장이었던 그는 일찌감치 책이 강조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힘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에서는 결코 스티브 잡스가 두려워할 만한 혁신 기반의 스타트업이 생길 일이 없을 것이라는 다소 서글픈 생각도 하게 된다. 그 이유가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처럼 한국에 미국과 같은 창고 겸 주차장이 없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결국, 책이 지적하고 있는 한국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한다. 한국은 스타트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실패 이후의 재도약에 대한 지원에도 무척 소극적이다. 따라서 한국에 미국처럼 창고 겸 주차장을 각 집마다 하나씩 만들어 준다고 해도 결코 애플을 위협할만한 혁신적인 기업은 탄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 역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일치한다. 개인이, 더 나아가 사회가 코로 나로 직면한 여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냐에 따라 한국에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386 세대, 그들은 MZ세대를 진심으로 궁금해한다

책의 ‘청년’ 파트를 읽으면서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 있다. 바로 386 세대로 일컬어지는 기성세대가 청년인 MZ세대를 궁금해하고 의식한다는 점이다. 기성세대가 조금씩 청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두드려졌다. 그게 진정한 대의나 호기심에 의해서든, 20대가 스윙보터로 떠올랐기 때문이든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다. 대부분의 386세대(기성세대)도 MZ세대의 자식이 있기에 지금의 청년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는지는 인지하고 있다. 다만, 겪어본 적 없는 종류의 어려움이기 때문에 책에서 강조하는 ‘공감’에 이르기가 힘든 것이다. 따라서 언론, 미디어는 세대갈등 구조 자체를 부각하기보다는 청년이 어떤 문제로 힘들고, 어떤 청년 정책을 필요로 하는지 비춰주었으면 좋겠다. 이는 저널리즘 전공생이자 바람 기자단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나부터 명심할 일이기도 하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들여다본 기성세대의 마음가짐이라면 청년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귀기울여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지구 공동체/출처:픽사베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고 작은 나만의 ‘아고라’를 만드는 것

이 책은 코로나로 한층 더 심화한 한국의 사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네 가지 목차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복지, 청년 일자리와 주거, 탄소 중립과 탈석탄 등. 하지만 다른 분야 같은 각각의 이야기에서 이 책이 동일하게 강조하는 가치가 있다. 바로 ‘공감과 소통’이다. 이 책이 쓰인 궁극적인 이유이자 목표는 코로나로 심화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 더 나은 한국을 만들자는 것이다.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그 답은 사회 구성원 간의 ‘공감과 소통’에 있다. 코로나가 가져온 언텍트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사람 간의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책이 제시하고 있는 모든 방안도 결국 국민의 공감과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렇다면 일개 시민에 불가한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공감과 소통의 창구를 접할 수 없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내가 이야기하는 ‘아고라’는 말 그대로 이야기의 장이다. 꼭 공적이거나 규모가 클 필요도 없다. 어떤 일을 논의하고 싶을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혹은 그저 사람이 그리울 때 언제든지 나만의 ‘아고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비대면 공론의 장의 가능성과 메타버스 등은 나만의 아고라를 만들기에 오히려 더없이 알맞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책이 제안하는 ‘숙의 민주주의’에도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가 차원에서 국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주로 정책 제 안, 권력 감시 역할)을 형성하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다.

여전히 남겨진 과제-‘위기 대응 전략’과 ‘개발도상국 발전’의 공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후 문제 해결 방안, 예컨대 탄소 중립이나 탈석탄 자체만 놓고 봤을 때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현재의 기후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엔 모두가 동의한다. 다만, 그 가치와 상충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답을 내리기 힘든 문제 중 하나가 바로 ‘기후 위기 대응 전략과 개발도상국 발전의 대립’이다. 이 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은 선진국의 입장을 기준으로 제시된 것이다. 값싼 석탄을 통해 발전을 이미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린 선진국과 달리, 아직 개발 중에 있는 개발도상국은 값싼 석탄이 필요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환경 오염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선 환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탈석탄을 실천하자는 선진국 식의 기후 위기 대응 전략이 다소 황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탄소 중립을 위한 탄소배출권도 자본이 많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하여 탄소중립의 명분만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립하는 두 요소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가 우리 앞에 남겨진 과제이다.

 

바람저널리스트 (김나현)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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