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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 |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는 대중이 인식하는 여배우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여배우들은 화려한 이미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시사회나 영화제에서의 레드카펫은 여배우에게 중요한 무대가 된다. 영화제에서 나타나는 여배우의 모습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 레드카펫에서 과감한 노출을 하기도 하며 노출패션으로 유명세를 탄 여배우도 많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소리 배우의 의상 또한 레드카펫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출을 강조한 강렬한 레드 드레스이다. 포스터 속 문소리 배우의 이미지는 한국사회에서의 여배우의 화려한 이미지를 상징하며 레드 드레스는 여배우들을 속박하는 사회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한편, 포스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문소리 배우의 자세와 배경이다. 문소리 배우는 레드카펫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여배우들과 다르게 뛰고 있으며 배경도 레드카펫이 아닌 운동장 트랙이다. 이 포스터의 이미지는 여배우들을 향한 사회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 틀을 탈피하고자 하는 문소리 감독의 의지가 드러난다.
“매력이 더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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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메인 예고편 캡처본 |
<여배우는 오늘도>는 2017년에 개봉한 영화로 여배우 문소리가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한 여배우의 여성으로서의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담은 영화로 스크린 밖, 스포트라이트를 벗어난 개인의 삶을 보여준다.
극 중에서 문소리 배우는 데뷔 18년 차인 유명한 여배우이지만 배역 하나 얻기 힘들다. 영화 속에서 문소리 배우는 ‘대학생 아이를 가진 정육점 주인 아줌마’ 조연 역할로 캐스팅된다. 이제는 주연 캐릭터에서 배제되는 여배우로 전락한 문소리는 “배우에게 중요한 건 연기력이 아니야. 매력이 더 중요해”라며 젊고 예쁜 여배우들에 밀리는 자신의 상황을 한탄한다. 이는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로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을 보여준다.
여배우들은 남배우들에 비해 역할이 적으며 여성 역할의 상당수가 젊은 여배우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한국 영화계는 남성에 편중되어 있다.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 여성이 부재한 영화의 비중은 60%가 넘으며 여성 중심 포스터는 약 12.8%에 그친다. 이 사실을 고려했을 때, <여배우는 오늘도> 포스터에서 문소리 배우 1인이 단독으로 등장한 포스터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이러한 영화계의 현실은 영화산업이 한국사회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다. 남성중심주의가 무의식적으로 반영되어 여성 등장인물은 남성 등장인물에 비해 수동적인 역할로 등장하고 중심인물이 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외모적 잣대는 여성 영화인들을 더욱 압박하는 기제가 된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역할도 적을뿐더러 이 역할의 기회는 대부분 젊고 예쁜 여배우들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문소리와 같은 중년 여배우들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상대적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갑작스레 술자리에 합석한 남자들은 문소리를 자신의 아내와 외모 비교하는 등 면전에서 문소리를 평가한다. 이 장면은 대중들에 의해 가해지는 외모에 대한 잣대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여배우의 현실을 보여준다. 문소리 배우는 실제로 영화 시사회에서 “과거 자신에게 평범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지 여배우를 할 만큼 예쁘지 않다는 대중들의 평가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라고 말했다. 연기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배우들을 속박하는 틀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차 세우라니까!”
극 중 문소리는 배우로서의 삶뿐만 아니라 수많은 삶을 살아간다. 문소리는 장준환 감독의 아내, 아이의 엄마, 며느리로서의 삶을 수행해야 한다. 배우의 일을 하는 동시에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고 며느리로서 아픈 시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것이다. 은행 관련 일을 처리하러 은행에 가면 점원은 배우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병원에 방문하면 병원 측에서 병원 홍보를 위한 사진을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더불어, 연예인으로서 보이는 이미지를 의식해 화장실에서 급하게 화장을 하기도 하는 문소리는 스포트라이트 밖, 평범한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일상에도 배우라는 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을 자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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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메인 예고편 캡처본, 화장실에서 급하게 화장을 하는 문소리 |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 벅찬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문소리의 심리는 차를 세우고 소리를 지르며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 장면은 포스터 속 운동장 트랙 위를 달리는 문소리와 겹치며 이 영화의 주제가 자신을 속박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역할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여배우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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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메인 예고편 캡처본, 차를 세우고 도로 위를 뛰는 문소리 |
“여배우는 오늘도 재미있게 산다”
영화 GV에서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질문에 대해 “여배우는 오늘도 재미있게 산다”라고 답하며 재밌는 걸 찾아서 가고 싶다고 했다. 의지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 발 내딛을 때 자유롭다고 느끼기 때문에 커리어에 얽매이기보다는 재미를 찾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는 이러한 문소리 배우의 바람을 잘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는 문소리라는 주인공을 통해서 여배우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자신을 옭아매는 드레스를 벗고 넓은 운동장을 달리고 싶은 바람을 전달했다.
이주현 (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