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건강기능식품이 우리의 건강을 책임져줄까?
임금의 밥상과 현대인의 건강기능식품
영양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몸에 이로울까? 조선 시대 왕들은 엄청난 양의 영양을 섭취했다고 한다. 밥, 국, 찌개, 찜, 전골, 세 가지의 김치, 장류 등의 기본 상차림에 열두 가지 반찬이 더 올라갔으며, 아침, 점심, 저녁 3끼 외에도 아침 전에 먹는 식사가 따로 있었고, 간식도 중간에 따로 먹었다. 이렇게 풍족한 식사를 했고 몸에 좋다는 희귀한 보약은 다 섭취했는데도, 결국 많은 왕이 과도한 영양 섭취로 인해 혈액 염증이 발생하고, 고혈압, 당뇨, 종기 등의 질병도 얻었으며,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세종은 고기를 엄청나게 좋아했는데, 하루에 네 끼의 식사나 하고 운동을 멀리해서, 비만, 당뇨, 심부전증 등의 수많은 질병으로 고생했다. 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정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한다. 임금의 밥상으로 인한 결과를 보면 영양 섭취가 무조건 다다익선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신분제가 없어진 현재, 조선 시대와 달리 많은 사람이 왕의 밥상처럼 풍족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몸에 최고로 좋다는 보약을 쉽게 찾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비타민, 유산균, 오메가3 등 임금의 밥상에 준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수는 521개, 품목 수는 28,197개, 생산량은 76,696t이나 된다. 그리고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가 2,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9.9%가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매자 중에서 38.8%가 비타민 및 무기질을, 20.9%가 발효 미생물류를 구매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인삼류, 필수지방산을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72.9%가 피로 회복을 위해서 섭취한다고 하였고, 66.2%가 건강 증진을 위해서, 49.5%가 질병 예방을 위하여 복용한다고 답했으며, 그 외 미용 효과, 성장, 질병 치료 등의 이유가 있었다. 대부분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을 증진해줄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섭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건강기능식품 중 구매율 1위인 비타민제가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강기능식품, 믿을 만한가?
2020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5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신고 건수는 총 4,168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상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설사, 복통, 두드러기, 메스꺼움, 변비의 사례가 많이 접수되었고, 신고 사례의 60% 정도가 영양보충용 제품, 프로바이오틱스, DHA/EPA 함유유지 제품(오메가3),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등의 성분을 함유한 식품이었다. 건강기능식품은 과연 믿을 만할까? 위의 사례처럼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몸속을 잠식하고 있는 만성적인 부작용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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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최근 5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접수 현황/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
2007년에 젤라코비치 박사가 미국의학협회지 JAMA(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180,93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메타분석을 한 결과, 베타카로틴(비타민A의 전구체로 장과 간에서 레틴올로 전환되며, 다시 비타민A로 전환된다.), 비타민A, 비타민E 등을 섭취한 사람이 섭취하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률이 5%로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 비타민C는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고 하였다.
또한,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남성 29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지용성 비타민제를 일주일에 7개 이상 먹으면, 먹지 않은 사람보다 전립선암 발병률이 30%나 높아진다고 발표하였다. 한스 울리히의 <위험한 식탁>이라는 책에서도 비타민제를 복용하다가 질병을 얻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무역 회사에 다니던 한 42세 뉴욕 남성은 고함량 비타민제를 복용하다가 비타민D에 중독되었다는 진단을 받으며, 신장과 간 혈관이 딱딱하게 굳었다고 한다.
사람의 몸 안에서 건강을 돕는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에도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오히려 소화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 미생물 군집을 억제하여 소화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고, 사람마다 효과가 나타나는 정도가 다르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에 따른 맞춤형 처방으로 프로바이오틱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많은 종류의 영양제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임현술 교수는 산업보건 학술지에서 “비타민이나 항산화제를 먹거나 또는 과다하게 먹으면 해로울 수 있다. 부족하지도 않은데 더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많이 먹어도 모두에게 이로운 만병통치약은 절대로 없다.”라고 하며, 영양제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물임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명승권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지에서 아직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였다.
우리는 왜 두려워하지 않는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건강기능식품은 아직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두려움이 없고 건강기능식품을 믿는 걸까? 한스 울리히가 <위험한 식탁>에서 사람들은 약국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안전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의 기능과 성분, 그리고 부작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구매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구매자가 이러한 정보들을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제대로 공지해야 한다. 2020년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00가구를 대상으로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29.5%가 가족·지인·친구 등의 추천으로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하였고, 22.4%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뉴스·광고를 통해 얻는다고 하였다. 이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이 제일 많았고, 14.7%는 온라인 블로그·카페·커뮤니티의 내용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국산 건강기능식품 구입 및 이용 시 불편사항으로 56.5%가 효능, 효과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를 골랐다. 광고할 때도 건강기능식품이 체질에 따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약회사의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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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약품을 찍는 사람) |
예전과 달리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발전하면서 인플루언서(SNS에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많은 팔로워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라는 직업이 생겼고, 건강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을 SNS를 통해 홍보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허위광고나 과장 광고는 법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SNS를 활용한 광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자가 인플루언서에게 현금이나 제품을 무상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가를 지급하면서 게시글을 요청하면, 인플루언서는 협찬에 대한 공개 없이 제품에 대해 홍보를 해서 결국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들고 기만하는 허위과장 광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20년 1월에 제품 섭취 전·후 비교 사진을 보정을 통해 거짓으로 올리거나 효능을 과장되게 알린 인플루언서 15명을 적발하였다. 그래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한 광고에 대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고의상습 위반업체에 대해서 행정처분 및 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애플리케이션 자체에서도 건강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 등 식품의 광고에 한해서는 명확하게 식품의 종류를 필수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항목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우리에겐 영양이 너무 많다
영국 보건 당국은 비타민 과다 복용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타민B6의 복용량을 제한했고, 노르웨이 당국은 인공적으로 비타민과 무기질을 첨가한 식품에 규제를 가했다. 그리고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비타민A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마가린과 혼합지방 제품들 외에는 식품첨가제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각심을 가지고 영양제 과량 섭취의 위험성을 인지하여 규제할 필요가 있다.
시작할 때 언급했던 임금의 밥상에 대한 얘기를 마저 해보자면, 조선의 최장수 왕인 영조는 다섯 번의 수라를 세 번으로 줄이고, 식시시간이 되면 만사를 제쳐두고 수라상에 앉을 정도로 규칙적인 식사를 했으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고집하여 세 가지 이상의 반찬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영조의 장수 비결을 참고하여, 건강을 위해서 많은 양의 영양을 섭취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양의 영양만 섭취하며,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그리고 수면 패턴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양제가 없다면 여전히 영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가공된 식품이 아니라, 직접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서 영양을 얻는 게 필요하다. 아무런 노력 없이 건강기능식품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며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공식품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그럴수록 원시인이 되고자 노력하며 우리가 직접 만들지 않은, 가공된 음식에 대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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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빈(ESG기자단) sarka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