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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보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기사승인 2021.05.02  17: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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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정 내 아동학대 사건들이 줄지어 논란이 되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방임, 유기,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가해자의 행동에 대중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또한, 학대 가해자인 그들은 동시에 아동의 주 양육자이자 보호자였기 때문에, 피해자의 희생이 발생하기 전까지 학대 사실이 쉽게 발견되지 못했다.

 

아동 / 출처: Pixabay

 

아동학대 사실보다 뜨거운 가십

 

2021년 2월 10일,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의 사망신고가 접수되었다. 조사 결과 아동은 최소 2개월 반 이상 방치된 상태였으며, 친모로 밝혀진 인물은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 은닉 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이는 최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구미 3세 여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의 전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여타의 아동학대 사건들에 비해 더욱 관심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동의 친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복잡한 가정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같은 복잡한 가정사에 많은 언론은 주목했으며, 이들의 가정사를 주제로 한 특집 취재가 방송을 탔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 메인 기사는 방임 및 유기로 인한 아동학대의 잔혹성보다는, 이들 가정의 ‘막장 가정사’를 흥밋거리로 내보내고 있었다.

 

친모의 존재, 바람, 재혼 등 가십거리로 소비하기 좋은 소재들이 연이어 기사화되었고, 대중들 역시 이에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아이 바꿔치기’, ‘유전자 일치’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 그들이 아동학대의 가해자라는 사실은 잠시 가려졌다. 3개월간 아동이 미라 상태가 될 정도로 방치한 잔혹성보다는 아동 친모의 내연관계가 더욱 지탄받기 시작됐다. 막장 범죄사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피해 아동을 향한 추모와, 다시금 이런 피해 아동이 생기지 않게 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에는 정작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예쁜 얼굴에 안타까우신가요

 

대중의 관심이 더욱 가중된 이유 중 하나는 MBC 실화탐사대가 공개한 ‘피해 아동 사진’의 확산이었다. 피해자인 3세 아동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 역시 존재했지만, 이로 인해 아동학대를 향한 관심이 재고되고, 사건의 해결을 위한 도움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공개된 아동의 사진을 바탕으로 여러 언론은 아동의 외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칭찬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인형같이 예쁜 아기”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 등의 제목을 달고 피해 아동의 사진을 첨부했다.

 

주위의 어린 아동을 보고 ‘인형같이 예쁘다’라는 말은 흔히 관용적으로 사용된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지양해야 한다는 점을 잠시 제외한다면, 그 표현이 담고 있는 마음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할 수 있다. 피해 아동의 생전 사진에 대한 이러한 표현 역시, 아마 악의 없는 안타까움의 말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방임 및 유기로 희생된 피해 아동을 애도하는 기사이다. 그리고 피해자를 향한 애도는, 그의 외모와는 무관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해당 기사를 접한 대중들은 ‘예쁜 아이’와 범죄의 잔혹성을 결부지어 생각하게 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외모가 예쁜 사람은 범죄의 표적이 되어선 안된다’는 편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는 단지 아동을 넘어, 모든 인간이 외모와는 관련 없이 항상 범죄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다.

 

아동학대 보도의 방향성

 

애도의 목적으로 공개된 피해 아동의 사진은 대중의 슬픔과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단순한 호기심의 이유로 피해 아동의 사진을 공개하고, 더불어 외모에 대한 평가를 덧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세상에 ‘학대를 당해도 될만한’ 아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형태의 폭력으로부터도 무조건적으로 안전해야 한다. 따라서 학대 피해에 대해 어떠한 조건을 결부시키는 것은, 설령 그 조건이 긍정적 의도라 하더라도, 옳지 않은 방향이다. 나아가 대중에게 앞서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역할을 돌이켜 보았을 때, 제목과 기사 내용에 사용되는 표현들은 여론 형성에 있어 중요한 파급력을 지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함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범죄 피해 사건들을 조명하는 기사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언론은 분노, 연민 등의 감정을 자아내고, 이를 통해 범죄 사건을 막을 실질적 대처 방법을 구축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금세 잊힐 가십거리를 넘어, 아동학대를 막을 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보도야말로 피해자의 희생을 가치 있게 다루는 기사가 될 것이다.

 

이다은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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