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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세계를 '모른 척' 하고픈 어른들에게

기사승인 2021.05.02  00: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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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포스터 / 출처:엣나인필름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새로운 사람입니다”-소파 방정환 선생

 

대부분의 인간은 몸과 마음의 성장통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격동의 인간관계를 겪고 느끼며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또래집단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준거집단(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 중 하나로 여긴다. 특히 또래 사이에서 동질성을 유지하고 인정받는 행위를 중요히 생각한다.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또래 사이에서 겪는 문제는 자신들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과 갈등의 범위는 ‘친구와 나’ 사이에서 ‘사회와 나’로 넓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더 높은 강도의 문제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서, 이전의 상황들에 대해 무던해지기 시작한다. 이는 곧 아이들 사이의 문제를 그저 ‘아이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이유가 된다. 영화 ‘우리들(2016)’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이 가진 세상의 고민을 담았다. 그럼, 어린이날을 맞아 영화 ‘우리들’과 함께 아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소외를 피하기 위한 소외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출처:엣나인필름

 

‘선이’는 분식집을 운영하느라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엄마, 바쁜 일과에 지쳐 매일 술과 함께 잠을 청하는 아빠와 살아간다. 두 사람의 바쁜 생활 때문에 동생을 돌보는 일 역시 선이의 몫이다. 소극적인 성격 탓에 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 선이에게 전학생 ‘지아’가 다가왔다. 둘은 여름방학 내내 함께 다니며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지아는 선이가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고 멀어지려 한다. 둘 사이에는 갈등이 발생했고 선이는 지아와의 관계에서 생긴 자신의 고민을 엄마에게 밝히려 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저 장사와 동생에만 집중한 채 선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출처:엣나인필름

 

선이와 달리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지아’. 할머니와 아빠는 지아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친구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된 지아의 마음까지 부유히 채워주지는 못했다. 전 학교에서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선이네 학교에 전학 온 지아는 또다시 외톨이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에서 처음 본 친구 선이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빌려주는가 하면, 문구점에서 선이가 가지고 싶어 하던 비싼 색연필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선이가 외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아는 선이를 외톨이로 만들었던 ‘보라’네 무리와 어울린다. 이후 보라와 함께 선이를 다시 외톨이로 만드는 데 가담했다. 자신이 선이와 함께 다니면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을 따돌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갑작스러운 지아의 변화에 당황한 선이는 보라에게 지아의 비밀을 밝히게 되고, 지아 역시 선이의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라며 좋지 않은 소문을 퍼트리게 된다. 지아의 할머니는 이로 인해 우울해하는 지아의 모습을 보며 “또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하며 선이의 엄마에게 물었지만, 선이 엄마는 “애들끼리 무슨 큰일이라도 있겠어요.”라며 이내 가벼운 일로 치부한다.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출처:엣나인필름

 

‘보라’는 유행에 민감한, 반에서 ‘인기 있는’ 친구 중 한 명으로,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고 친구에 대한 욕심도 많은 아이다. 항상 친구 무리를 주도하며 지아가 전학 오기 전까진 반에서 1등이었을 만큼 공부 역시도 곧잘 했다. 그러나 선이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이를 외톨이로 만들었다. 또한, 선이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지아와 같은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아를 선이와 멀어지게끔 했다.

 

지아가 전학 온 뒤, 보라는 자신의 친한 친구라 생각했던 지아에게 1등의 자리를 빼앗겼다. 자신이 1등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함께 친한 친구에게 졌다는 분한 마음에 학원 교실에 홀로 남아 울기도 했다. 그러다 보라와 같은 학원에 등록하러 찾아온 선이를 마주하게 되고, 지아의 태도 변화에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선이는 보라에게 지아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후 보라는 지아마저도 선이와 같은 외톨이로 만들게 된다.

 

“연우가 때리고, 내가 때리고, 연우가 때리면 ...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싶은데.”

 

영화 우리들 스틸컷 / 출처:엣나인필름

 

영화 속 아이들은 그저 함께 놀고 싶었을 뿐이었다.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원했다. 하지만 주체적인 관계 형성이 처음이었던 탓에 그 방법이 서툴렀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서로를 지키는 법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필자에게 있어 갈등은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두려움은 ‘저 친구가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다른 친구들의 눈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질까?’와 같은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래서인지 친구였던 선이를 다시 외톨이로 만드는 지아의 모습이 미워 보이면서도 안쓰러웠다. 기세등등해 보이던 보라가 지아에게 시험 1등을 빼앗겨 혼자 슬퍼하는 모습에서는 아이들이 아무리 어른스러워 보이더라도 내면만큼은 아직 여리다는 사실이 깊이 다가왔다.

 

또한, 아이들의 모습보단 주변 어른들의 행동이 더 눈에 띄었다. 영상 속 어른들 모두 아이들 내면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은 채, 나쁜 행동에만 초점을 두어 질책했다. 이는 아이들의 고민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아이들의 문제를 그저 ‘아이들’의 문제로 치부하는 현실의 어른과 닮았다. 만약 영상 속 어른들이 아이들의 두려움에 대해 제대로 직시하고 그 두려움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려주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현실 속 어른들은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헤아려주고 있을까.

 

영화를 제작한 윤가은 감독은 영화제작 인터뷰 영상에서 아이들의 우정은 ‘유사 연애’와 같다며, 친구와의 다툼은 이별의 아픔과 동등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 시절 갈등과 외상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사고와 성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아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다가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주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정혜수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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