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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선 언어, 혐오 표현으로 번져

기사승인 2021.04.24  2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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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최근 여성들의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남성들의 비난이 커졌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밈(Meme:재미난 댓글, 영상 속 한 장면을 패러디하는 문화)인 ‘허버허버’,‘오조오억개’,‘힘죠’,‘웅앵웅’ 등이 남성 혐오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표현을 사용한 인플루언서와 기업 등을 대상으로 사과도 받아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남혐’이라는 비난은 도 넘은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불거진 단어들의 실제 어원은 불분명하다. 이러한 단어들은 보통 사소한 게시글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인기를 얻다 사그라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또한 20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미 수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쓰이던 해당 용어들이 최근 들어 남혐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기에 남성 혐오 표현 논란이 일부 남성 커뮤니티 사용자들 사이에서만 언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2030 남성들 사이에서 ‘허버허버’,‘오조오억’등의 단어에 대해 모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성별갈등이 심화될수록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뚜렷한 주관을 가져 단어의 한 단면만 보고 선동하거나 당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해야 하며, 성별 간의 감정 싸움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단어가 사용된 맥락을 고려해 현 시대의 기준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

 

논란중인 단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먼저 ‘오조오억(5조5억)’은 ‘매우 많다’는 뜻으로, 지난 2017년 한 아이돌 팬이 ‘우리 ○○이는 십점 만점에 오조오억점’이라고 하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허버허버’는 ‘허겁지겁 무언가를 하다’의미로, 수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광범위하게 쓰였으며 지난 2월 MBC ‘나혼자산다’에서 자막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웅앵웅’은 ‘아무 말이나 한다’는 신조어로, 한 트위터 사용자가 ‘한국 영화 음향이 좋지 않다, 대사가 웅앵웅 초키포키로 들린다’라고 쓰며 나타났고 이를 토마스 오도넬이라는 헐리우드 배우가 글자 모양이 예쁘다며 트위터에 글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다. 이렇듯 현재 논란 중인 단어들의 당초 유래는 남성 혐오 취지가 없다.

 

2020년대 일부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이 말할 때 논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웅앵웅’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이는 ‘남혐’단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남혐’단어로 문제된 계기는 과거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이 “뜨거운 고기를 허겁지겁 입에 넣고 ‘허버허버’하면서 먹는 남자친구를 보고 정이 다 떨어졌다”라며 토로한 글을 통해 시작되었다.

 

누리꾼들의 특정 단어 검색 빈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에 의하면, ‘허버허버’가 국내 인터넷에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지난 2월부터다. 그러나 이 단어가 최근 2개월 동안 어떠한 과정을 통해 남성을 혐오하는 의미로 변질되었는지, 또는 실제로 남혐하는 은어로 쓰이고 있는지는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여성 커뮤니티에서는‘허버허버’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는 뜻으로 쓰는 하나의‘밈’으로 사용할 뿐,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혐오 표현에 대해 이제야 눈치보기 시작한 사회

 

허버허버’사용한 이모티콘 판매 중지한 카카오톡/출처: 카카오톡 고객센터 안내문 스크린샷

 

현재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카카오톡은 급기야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모티콘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의미로 쓰인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카카오 고객센터는 해당 이모티콘 판매 중지 문의에 대해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와 제작사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이러한 행보는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현재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는 여성혐오 표현들을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앙 개꿀띠’라는 표현이 들어간 이모티콘이 있다.‘앙 개꿀띠’는 ‘앙 기모띠’에서 유래한 단어로, ‘앙 기모띠’는 일본 포르노에서 등장하는 ‘기모치이이(기분이 좋다)’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처럼 성차별적이고 모욕적이며 혐오적인 표현임에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고스란히 팔리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단순 혐오 단어에 초점을 맞춰서 볼 수는 없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특성상 아이들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여성과 아이들 사회적 약자에게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해 달라”면서 일부 이모티콘 판매 중지를 요청했지만, 카카오 측에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카카오 고객센터는 “증오, 차별, 혐오 표현에 대한 정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므로 이용자들의 생각과 일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혐오 표현이 내포된 단어의 문제 해결 방식에서 카카오의 모순적인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둘러 카카오는 “증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현재 관련 내부 정책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여성들 언어문화, ‘남혐’프레임 안에 가둬

 

그간 의도가 명백했던‘한남충(한국남자벌레)’이라는 단어와는 달리 최근 문제가 된 ‘오조오억’ 등은 단순히 사용되는 단어라고 보는 편이 가깝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단어를 ‘남혐’이라고 프레임화하는 것 자체가 여성들의 언어 문화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지난 기간 동안 꾸준히 언급 되어왔던 ‘된장녀(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여성)’,‘빠순이(아이돌 문화를 즐기는 여성)라는 단어를 사용해 일부 여성들을 깎아내렸던 것처럼 페미니즘 색채를 띤 여성들의 언어문화 자체를 남혐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남성이 모르고 들어오지 못하는 공간에서 여성들만 이용하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담론이 만들어지는 것, 여론이 형성되는 것 자체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과 저항감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현재 대놓고 여혐을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지탄받는 흐름이 형성되었기에‘혐오 표현 규탄’이라는 PC(정치적 올바름, Police Correctness)의 외피를 쓴‘진화된 여혐’이라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사회 분위기적 맥락도 살펴봐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갈등의 문제에 대해 명확한 대안은 없다. 단어 자체에는 그 어떠한 혐오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단어 자체에는 그 어떠한 혐오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꼬투리를 잡아서 상대를 비난하고 괴롭히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사용하는 자극적인 언어를 미러링을 통해 무엇이 잘못인지 알려주고자 하였으나, 취지와는 다르게 서로를 겨냥한 혐오 표현으로 번졌다. 이러한 언어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애꿎은 단어까지 비아냥이나 혐오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사전적 의미를 포함해 사회적 맥락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단어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떤 집단에 의해 사용되는지 등에 따라 혐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에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어느 범위까지가 관용어이고 차별인지에 대해 기준도 모호하다. 그렇기에 단어 하나하나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효주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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