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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담론의 해체: 나랏빚 정말 심각할까? (2)

기사승인 2021.04.18  1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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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나랏빚 걱정에 유난인가.

출처: KBS 저널리즘토크쇼J 48회 캡쳐

그렇다면 왜 한국 언론과 기재부 관료는 재정건전성에 유난을 떠는 것일까. 우선 기재부 관료의 경우 전통적으로 불경기에 대처함에 있어 재정정책보다는 통화정책을 정책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모두 시장의 수요를 관리하는 정책수단이지만, 재정정책은 정부가 SOC투자나 재난지원금 등과 같은 형태로 직접적인 지출을 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시중은행의 대출을 늘리는 경우를 의미한다. 만약 전자에 해당하는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조를 이어갈 경우,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규모 확대 및 충족을 위해서 증세는 불가피해진다. 이는 기업에 감세 혜택을 주며 고도성장을 견인해온 한국 기재부 관료의 관행과 다른 궤도에 있으며, 시장의 자율 조정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정부의 시장개입이 비효율적임을 지적하는 주류경제학(신고전학파 경제학/신자유주의)의 입장과 동일하다.

 

이를 생각해 보면 한국 언론이 재정건전성에 과도한 우려를 표하는 배경도 짐작할 수 있다. 보수경제지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비효율적이라 생각하며, 국가 역할의 확대에 따른 증세 등에 비판적이다. 물론 국가와 시장의 관계에 있어 정부의 개입이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하는지는 사회적 토론을 필요로 하고, 적극적 재정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시장의 역효과에 대한 우려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재정건전성과 관련한 수치를 과장하여 시민들에게 국가재정과 관련한 잘못된 인식을 심는 듯한 보도는 현실에 대한 분명한 왜곡이다.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랏빚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IMF 외환위기라는 큰 고통을 겪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가채무와 금융위기를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상당한 비약이다. 예컨대 과거 IMF 외환위기는 거센 세계화 금융화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가 달러 빚을 상환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재정건전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상한 시점 또한 IMF 외환위기 이전이 아니라 IMF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면서부터이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겪은 재정위기 또한 결정적 시발점은 재정적자가 아니라 유로존 통합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유로화 대응의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화폐 주권을 갖고 대응자산과 신용도를 확보한 상황에서 국채를 발행하여 재원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투자를 추구하는 과정을, 그리스 – 베네수엘라 – IMF외환위기 등과 같은 상이한 사례와 연결 짓는 듯한 방식의 설명은 잘못된 접근이다. 경제위기를 진단하거나 예측함에 있어서는 국가신용등급,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등 측면을 다면적으로 고려해서 평가해야 마땅하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추세(녹색) / 출처: IMF 

종합적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 사회가 더욱 우려해야할 것은 ‘가계부채’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이미 GDP 대비 100%를 돌파했으며 전 세계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나 코로나 팬데믹이 겹치면서 이러한 가계부채의 문제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소상공인 및 실업자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제2·3금융권에서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으로 집행된 통화정책은 시장의 침체를 막는데 기여했으나 지출방향이 신용이 좋은 계층에 한정되면서 자산소득에 따른 양극화(K자형 양극화)가 확대되었으며, 자산시장의 상승세에 힘입어‘영끌빚투(영혼을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가계부채의 문제는 후에 자산시장의 버블 붕괴나 금리 인상 여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삶의 부담이 되고, 민간의 소비(수요)를 줄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전체 시장경제에 있어서도 가계부채의 증가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정부는 확장 재정정책을 통해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직접적 지원과 양극화 불평등 해소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빚을 지지 않으면, 시민이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 된다.

 

빚은 분명 지양해야 할 부담이다. 그러나 정부가 시민을 위해 집행되는 재정지출을 통해 발생하는 나랏빚을 그저 빚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조세의 의무를 다하는 시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며, 국가가 재정을 집행함으로써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과정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재정건전성이 양호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많은 시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정책 수단이다. 전 세계 주요국이 팬데믹 요인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며 경제 활성화와 산업 굴기까지 추구하는 상황에서, 그중에서도 재정건전성이 가장 양호하다 평가받는 국가가 나랏빚 걱정을 하며 긴축을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생뚱맞은 일이다. 더불어 저출산과 양극화 현상 등에 따른 복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가가 재정 규모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증세 논의를 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한 불가피한 현실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빚은 나쁜 거야’, ‘나랏빚이 늘어나니 긴축을 해야 해!’ 정도의 가치판단에서 문제의식을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재정 원칙을 고민해야 한다.

 

 

정호익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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