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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담론의 해체: 나랏빚 정말 심각할까? (1)

기사승인 2021.04.18  14: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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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정부에서 예산안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통과하려 할 때마다 나오는 보도가 있다. ‘나랏빚 000원 돌파하나?’, ‘국가채무 증가 폭 거세.. 미래세대에 부담’.. 특히 근래 코로나로 전례 없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확대 집행되자 이런 보도가 더욱 자주 나오고 있다. 여기서‘도대체 나랏빚이 뭔데?’,‘정말로 국가채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어?’등등의 질문을 던져본다. 불경기와 양극화에 대처하는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조금 다르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출처: KBS 저널리즘토크쇼J 48회 캡쳐

재정건전성이란 무엇인가

 

‘국가채무’는 정부가 국내외에서 빌린 돈의 원금 또는 원리금으로 직접적으로 상환할 의무가 있는 부채를 의미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것으로, 정부 차관을 포함한 차입금, 국채, 국고채무부담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국가채무는 주로 정부가 불경기 대응 등을 목적으로 국가 재정을 기존보다 많이 지출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 등으로 인해 확대된다.

 

‘재정건전성’은 이러한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며 재정수지1)의 균형/흑자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재정법>은‘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국가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86조)는 규범적인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건전재정(재정건전성)은 정부지출의 증가를 억제하여 구축효과2)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지출의 비효율성을 완화시킨다. 또한 정부 지출의 증가로 총수요가 증대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데3) 이를 억제하여 물가안정에 도움을 준다. 건전재정이 유지되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의 하락을 통해 외국인 투자 감소와 경기 침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4) 이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적(신고전학파) 이론을 반영한 것이다. 근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행하는 와중에 일각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경제학적 관점이 항상 들어맞으며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케인스학파 등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적은 없고 적당한 인플레이션은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시장의 효율성은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하다

 

근래 언론에서 “국가부채 1,986조.. 국가부채, GDP 첫 추월”과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이 언급하는 ‘나랏빚 2,000조’는 공무원과 군인 등에게 지급해야할 연금충당부채 등을 모두 더한 개념인데, 그런데 이는 우리가 앞서 정의한 국가채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이하 IMF)이 규정한 국가채무의 정의에 따르면 정부보증부채와 같은 우발채무나 공기업 부채, IMF 차입과 같은 통화당국의 채무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공기업의 부채는 독립된 법인으로 책임경영제가 보장되고, 중앙은행의 부채는 자신의 신용으로 통화를 자유로이 창출하기 때문이다. 4대연금의 잠재부채(책임준비금 부족분) 또한 연금개혁 등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가변적인 미확정채무이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한 ‘공무원 군인 연금의 연금충당부채’가 부채인 이유는 공무원이나 군인이 돈을 납입하면 연금공사가 이를 후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우리는 은행에 저축한 예금을 자산으로 인식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러한 예금을 언젠가는 돌려줘야 할 ‘부채’로 인식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은행인 국민은행의 경우 우리나라 연간 GDP의 30% 정도에 달하는 약 570조 원의 총부채를 갖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다고 하여 국민은행이 망할 기업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당 총부채에는 시민들이 예금한 340조 원 또한 부채로 포함되며, 그 이외의 것들을 고려하더라도 은행은 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과 수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갖는 국가채무에서도 그 절반은 달러라는 대응자산을 갖추고 있는 금융성 채무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스탠더드앤푸어스(이하 S&P) 같은 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5%가 아닌 GDP 대비 10%로 축소하여 보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회계상 명확한 구분과 정의도 없이 단순한 수치만을 두고 국가부채로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한 과장이라 할 수 있다.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지출규모 / 출처 : IMF 2020년 12월 기준 통계

물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고 국가채무의 액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거기다 한국은 올해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주요국보다 재정지출에 인색해 도리어 재정건전성 순위가 올랐다. 작년 12월 2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일반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4.2%로 42개 주요국 중 4번째로 작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코로나19에 대응한 선진국의 재정부양책 규모를 GDP의 9.3% 정도로 추정했는데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재정부양책 규모는 GDP의 3.5%로 20개 선진국 중 3번째로 작았고, OECD가 추산한 올해 한국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32개 선진국 중 8번째로 작았다.

 

IMF는 지난 1월 ‘2021년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코로나 불경기 대응을 위해 한국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해야한다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IMF는 몇 년 전부터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양호한 재정건전성과 고용난, 저출산 고령화 등을 지적하며 재정 집행의 확대를 권고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코로나로 인해 근래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최근의 증가 폭이 과거보다 가속화된 것을 평가함에서는‘그간 정부가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데 인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뒤이어 2편이 있습니다.)

 

 

1) 재정의 수입과 지출

2)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채 발행이 증가하면 이자율이 상승하는데 이에 따라 민간투자가 감소하는 현상을 ‘구축효과’라 한다.

3) 정부가 확장재정을 하는 이유는 시장의 총수요(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사려고 하는 수요)를 진작하기 위함인데, 총수요의 정도가 총공급(국내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수량)을 초과하고 통화량(한 나라 경제 내에 유통되는 통화의 양)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4) 국회예산정책처, <국가재정법 해설>, 2014

 
 
 
 
 

정호익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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