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말린체, 그녀는 동족을 배신한 반역자인가?

기사승인 2021.04.18  09:49:32

공유
default_news_ad2

※ 이 글은 책 <말린체> 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유와 평화, 출처: 언스플래쉬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자신이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몇 십 년이 지난 후에야 유럽인들은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항로를 발견한 게 아닌,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총과 말을 가지고 신대륙을 정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그 곳에서 황금을 잔뜩 가져오며, 부와 명예를 누리는 꿈을 갖고 배를 타고 향했다.

 

정복자들 중에서 신대륙의 찬란한 문명을 지닌 아즈테카 제국을 단숨에 삼킨 한 남성이 있다. 그의 이름은 에르난 코르테스다. 그가 거대한 제국을 손에 쥘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곁에서 인디오에 대해 상세히 알려준 동행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코르테스의 혀‘로 알려져 있는 인디오 여성 말린체는 당시 마야어, 나우아틀 어, 그리고 스페인 어를 구사하며 새롭게 만난 두 문명을 이은 통역사다. 그녀는 코르테스에게 아즈테카의 문화와 전통, 주변 부족과의 관계와 군사적 지식 또한 전달하며 정복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여성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동족을 배신한 반역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최초의 메스티소를 낳았다. 원주민 여성과 정복자 유럽 남성 사이에서 탄생한 혼혈 인종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혼혈 인종은 버림받은 자식들이라는 열등감을 마음에 심었다. 그녀는 몸이 강제로 열려지거나, 능욕을 당한 어머니를 일컫는 ‘라 칭가다’라는 욕설의 어원이 되었다. 그녀를 알아 갈수록 상반된 주장이 많이 보인다. 그녀는 단순히 정복자의 동행자였으며, 동족을 배신한 반역자로만 살아왔을까? 

 

자유를 꿈꿨던 말리날리

 

에르난 코르테스가 신대륙에 침략할 당시, 위대한 문명을 이룬 아즈테카 제국은 주변 부족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들이 자행한 인신공양 풍습이 원인이었다. 아즈텍 부족은 자신의 신을 위해 사람을 바치는 풍습으로 주변 부족에게 극심한 원성을 받았다. 그러한 사회에서 그녀는 주인을 모시는 노예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가 5살이 되었을 때, 자신을 그토록 아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다른 남성과 새로운 삶을 꾸린다며 자신을 노예로 팔았다.

 

어린 나이부터 노예로 살아온 말린체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원했던 여성이었다. 누군가에게 팔려가며 더 이상 자신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넘겨지지 않는 생활을 바랐다. 그녀는 노예 생활 동안 터득한 마야어와 나우아틀어로 코르테스가 신대륙과 소통할 수 있는 ‘혀’가 되었다. 그녀는 부족의 전통과 군사 전략, 문화 등을 알려주며 코르테스의 정복 사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녀가 코르테스와 함께 목테수마 왕을 알현했을 때에도, 자신이 결코 눈을 마주할 수 없었던 왕의 눈을 바로 보며 자신의 목표가 이뤄졌음을 보았다. 카카오 열매처럼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던 목표가 이뤄진 순간이었다. 이제 그녀는 누군가에게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과 인신공양을 행했던 목테수마 왕의 잔혹성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말린체, 말리날리는 또 다른 잔혹성을 보았다. 자신의 혀가 두 문명을 잇는 다리가 되었지만, 곧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녀가 전했던 모든 지식이 동족이 무참히 살해되는 상황을 마주하고서 그녀는 자신의 혀가 더 이상 가치 있는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코르테스로 인해 그녀는 전쟁의 잔혹성과 증오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사람들의 고성과 지속된 전쟁, 피로 물든 거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마주하길 원했다. 물론 그녀가 더 이상 그에게 효용가치가 없었기에 코르테스로부터 버림받은 게 유력했다. 그래도 코르테스는 그녀가 정복자의 일원과 결혼시켜 그녀의 명예와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었다.

 

후일에 독립을 이룬 멕시코에서는 정부를 이룬 민족주의자들에게 새로운 틀이 써졌다. 오랫동안 식민 지배를 해온 에스파냐의 것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전통과 자주성을 위해 인디헤나의 모습을 그들의 정체성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은 말린체에 대한 평가를 이분법적으로 나타냈다. 그녀에게 동족을 배신한 반역자라는 오명을 씌운 것이다. 그녀의 통역이 반역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때

 

말린체가 아즈테카의 가혹한 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한 것은 ‘가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닌 언어능력으로 정복 사업에 힘을 실어야 했다. 그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었고, 그래야 목테수마 왕의 잔혹성과 속박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정복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도우면서 자신의 동족이 무참히 살해되고, 동족의 피로 물든 거리를 보고서야 자신의 일이 반역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속죄로 아가베 가시로 자신의 혀를 뚫었다. 말린체, 말리날리는 삶에 대한 스스로의 자문과 깊은 고찰을 통해 에르난 코르테스와 헤어지려 했다. 

 

말린체의 통역이 없었다면 정복자들의 파괴는 더욱 잔혹하고 강력했을 거라는 일부 역사가의 주장이 나와 있다고 한다. 멕시코의 문화와 역사, 언어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던 이유도 그녀 덕분이라는 것이다. 말리날리, 그녀는 반역자라기보다 동포들의 ‘살바도라(Salvadora)’가 아닐까. 

강수연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