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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언어로 수어(手語) 할래요

기사승인 2021.04.18  09: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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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입을 숨겼다. 마스크 없이 웃고 대화할 수 있는 시절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느끼는 이러한 답답함을 평생 느껴온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청각장애인과 농인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청각장애인은 청각의 일부를 잃은 자를 뜻하는 것에 반해 청각의 전부를 잃은 농인은 청각장애로 인해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을 통칭하는 말이다. 권동호 수어 통역사는 농인을 ‘아예 소리를 만나보지 못한 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지난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수어 통역은 단순히 청각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이 아니고, 한국어 대신 수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법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정부가 제공하는 수어 통역이 발표자와 동등한 화면에 잡히도록 촬영과 편집 관행을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함으로써 현재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 시 수어 통역이 지원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를 포함하여 전국적 단위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수어 통역 영상전화를 설치하면서 코로나 속 청각장애인을 위한 환경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처럼 수어는 농인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수어 동아리에 지속해서 참여하는 20대 대학생 M 양을 만나보았다. M 양의 요청에 따라 ‘청각장애인’ 대신 ‘농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YouTube 캡쳐)2021.4.15. MBC 코로나19 브리핑

 

Q. 수어동아리가 흔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소속된 수어 동아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서울여자대학교 수어동아리 <마주보기>는 농인들의 언어인 수어를 배우고, 봉사활동 및 수어 공연을 통해 농인 문화를 익히며 알리는 동아리입니다. 또한 농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어려움에 이입하여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대해 알아가고 공감하면서 언어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Q. 한국어와 영어 이외에 제2 외국어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이 봤는데, 수어를 배우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했어요. 수어를 배우게 되신 계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저는 국제기구에서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한 국가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힘든 위치에 처한 사람들을 만나가며 도움을 주고 싶은 저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수어를 배우고 농인의 문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역시 제 꿈을 위해 한 발자국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어는 타 외국어와는 다르게 몸의 언어라고 할 만큼 많은 양의 몸짓과 표정을 활용하여야 하고픈 말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상대방과 열의를 다해 소통하기에 더욱 제 진심을 잘 전달할 매력적인 언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Q. 수어를 익히면서 어렵거나 힘들다고 느낀 점이 있으셨나요? 

-긴 시간은 아니지만, 저희는 수화를 배우는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수어와 행동으로만 이야기합니다. 누군가 제 말을 오해하거나 제가 의도한 방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자꾸 소리가 입으로 나오게 되는 점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Q. 그렇다면 수어를 모르는 일반인들보다 농인의 고충을 더 잘 느끼고 있으실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언어를 입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몇 시간의 답답함에 불과했던 순간들이 농인들에게는 일상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어떻게 그들의 답답함을 풀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만약 제가 수어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수어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주변에 수어를 배우는 사람도, 근처에 가르치는 기관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바로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나 인식에서 비롯된 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였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고 계신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을 수어로 전달해주세요. 

-‘존중은 그 사람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마주보기>제공. 2020 마주보기 공연 포스터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2인 이상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라는 장애인 방송 제공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방송계에 권고했다. 이에 재난방송은 물론 최근 보궐선거 토론에도 수어 통역사가 지원되면서 농인들의 방송 환경을 차츰 개선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수어 통역에 대한 지원이 미비하면서 갈 길이 먼 실정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려는 작은 목소리들은 꽤 강력한 심지를 머금고 있다. 우리의 손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목소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그들의 부당한 환경에 대해 대신 말해주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헤럴드 경제(2021.2.10.) ‘코로나 종식’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을 상상합니다 [코로나는 처음이라]

KBS(2020.2.28.) 인권위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사 화면을 반드시 담아야”

송윤서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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