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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기가 두려워’… 음식 괴담의 원산지는 어디?

기사승인 2021.04.17  20: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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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퍼진 영상 / 출처: JTBC 뉴스 Youtube

 

당신의 식탁 위에 놓인 김치가 사실 구정물 속에서 굴착기로 건져진 것이라면 어떠한가? 지난 3월, SNS를 발칵 뒤집은 영상 하나는 우리의 두 눈을 의심하게 했다. 절인 배추를 맨몸으로 휘젓고 있는 한 남성과 굴착기로 그 배추를 퍼내고 있는 비위생적인 모습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절임 배추 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 사람들은 ‘역겹다’, ‘중국산 김치를 절대 소비하지 않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음식을 입에 넣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제조 과정이 뒤늦게 드러나자, 사람들은 분노했고 음식에 대한 의심과 공포감은 커져갔다.

 

태국 닭발 공장에서 입으로 닭발이 손질되는 모습 / 출처: JTBC 뉴스 Youtube

 

 

불결한 음식 위생과 관련한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태국의 한 공장에서 닭발을 직접 입으로 물어뜯어 뼈를 제거하는 영상이 퍼진 바 있다. 사람들은 무뼈 닭발이 이렇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먹는 모든 음식이 비위생적으로 제조되었을지도 모른다며 의심했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음식이었다. 결국 터무니없는 가설과 실제 사실을 혼동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무엇이 우리를 푸드 포비아로 내모는가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음식 괴담’ 속에서 살아간다. 초등학생 때는 ‘학교 앞 분식집에서 파는 치킨너겟은 비둘기 고기로 만든 것이다’라는 소문을 들으며 커왔고, 최근에는 ‘중국산 식재료가 들어간 마라탕을 먹으면 코로나 19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사실 이 논란들은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고 밝혀졌다. 치킨너겟은 비둘기 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간 분쇄계육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며 겨우 오해를 벗었다. 또한 식재료의 원산지는 코로나19 전파와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도 입증되었다. 이처럼 먹거리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이는 우리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더욱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푸드 포비아라는 현상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푸드 포비아(Food Phobia)란 음식 공포증을 뜻하며, 음식을 먹는 데 있어 불안함을 느끼고 이를 먹는 것을 거부하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먹거리와 관련된 여러 논란만 본다면 이러한 현상이 야기된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일 정도다. 우리가 매일 같이 접하고, 매일 직접 섭취하는 음식이기에 이와 관련한 논란은 사람들에게 더 예민한 문제로 다가온다. 그러나 진실이라고 밝혀진 음식 괴담 중에서, 실제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류에 해당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오히려 터무니없는 가설이나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은 음식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음식 괴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는 우리가 먹거리를 소비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영향을 주는 것일까?

 

‘음식 괴담’은 사람들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

 

사실로 둔갑된 ‘괴담’은 SNS와 뉴스에 등장하며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 그것이 국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이 그렇다는 것처럼 사실을 부풀리고 과장해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하나의 증명 수단으로서 제시되는 사진이나 영상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더욱 부추긴다. SNS와 뉴스의 파급력에 힘입어, 우리 주위를 둘러싼 음식 괴담은 지금도 널리 퍼져나가며 사람들의 정상적인 음식 소비를 방해한다.

 

음식 괴담의 피해자는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괴담에 휘말린 일부 생산자들 또한 피해자이다. 2017년, 국내의 치킨 소비자들이 발칵 뒤집힐만한 뉴스가 보도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순살치킨이 사실은 썩은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영향으로 인해 순살치킨에 대한 거부감과 적대감은 갈수록 늘어났고, 사람들의 소비 행동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국내산 닭을 이용해 위생적으로 치킨을 제조하던 생산자들 또한 급감하는 매출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해당 뉴스에서 보도된 닭고기가 한국으로 수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괴담에서 비롯된 오해로 인해 국내 순살치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굳혀진 지 오래였다. 생산자들은 다시 사람들이 안심하고 순살치킨을 먹을 수 있도록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닭고기의 원산지가 ‘브라질산’이 아닌 ‘국내산’임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이를 홈페이지와 광고에도 표기하는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치킨이 안전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순살치킨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차츰 줄어들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괴담을 사실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해 괴담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먹거리에 관한 괴담이 ‘사실’로서 포장되어 알려지고 신뢰성으로 무장한 경우에, 우리 사회에 어떠한 파급력을 가지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믿어야 할까

 

음식 괴담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제까지 무관심했던 식품의 제조 및 유통 과정에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맞다. 이로 인해 식품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면, 이는 괴담의 순기능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식 괴담이 오히려 식품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하고, 사람들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음식을 소비하고 생산해내는 데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옳다고 볼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건강한’ 방식으로 음식을 선택하고 소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통되어 식탁 위로 오르는지 정확히 인지하되, 자극적인 영상과 괴담을 무조건 맹신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괴담을 마치 사실인 것 마냥 둔갑시키는 언론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괴담이 아닌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음식에 대한 공포감이 극도로 부풀려진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과연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전히 진실검증보다는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내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언론사,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불분명한 원산지 표기…. 이 상황에서는 음식 괴담으로 인한 피해자만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 건강하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소비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여러 제도나 책임감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박수빈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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