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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숲 여행

기사승인 2021.04.06  23: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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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2학기의 종강 주간, 학교에서 전공작업인 금속공예를 하다 넘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내가 다니는 공예과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실기물로 평가하기에,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의 차를 타고 병원에 가 골절진단을 듣는 순간엔 눈앞이 캄캄했다.

 

미완성으로 끝낸 작업사진 / 출처: 직접 촬영

 

부러진 다리로 생활하는 동안 가장 불편했던 것은, 해야 할 일을 내가 원하는 기준만큼 해내지 못한다는 것 이였다. 방 안에서 공구들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나름의 결과물을 냈지만 결국 작업을 마저 다 끝내지 못하고 그렇게 휴학을 했다.

 

휴학을 하고 거의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아주 많이 무료하고 무기력했던 것 같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피둥피둥 살만 찌우던 어느 날, 학교 과톡에 올라온 디자인회사의 인턴모집 공고을 보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비했다. 학교의 3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갔고 4학년 졸업 전시회을 앞둔 상태에서 뭐라도 해야하지 싶었다. 3년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어느날은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또 어느 날은 꽤 잘 해나가고 있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자기 작업 색깔을 갖춘 동기들을 마주할 때면 또 다시 부족함이 콸콸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는 동안 7번의 통원치료를 받으며, 한달 남짓한 기간동안 내 왼발과 동거동락했던 깁스를 풀었다. 깁스를 풀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류를 제출했던 회사에서 면접을 보라는 문자가 왔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며 떠났던 여행 – 강원도 편백나무 숲 인근 / 출처: 직접 촬영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야지...!’했던 여행이였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눅눅한 휴지를 잔뜩 깔아놓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오랜만에 도시를 벗어난 곳의 공기는 상쾌하고 맑았지만 그 공기를 온전히 즐기기엔 내 신경은 온통 다른 곳을 붙잡고 있었다. 수시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같이 산을 올라가는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머릿속에는 면접당시의 내가 했던 말들과 대표님과 주고받았던 대화들로 꽉 차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어차피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를 버리고 있다가 합격하면 더 좋겠지?? 그러니 일단 떨어졌다고 생각하자‘ 라며 기대감을 한껏 누르고 욕심없이 있어보자라는 생각과,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된다는데, 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라는 극과 극의 지점들을 오가며 산을 올라갔다.

 

편백나무 숲을 향해..! / 출처: 직접 촬영

 

상념을 가득 껴안고 올라간 편백나무 숲은 꼭 북유럽의 풍경처럼 이국적이였다. 나에게 익숙한 숲은 녹색과 갈색이 가득 어우러진 모습이였는데, 편백나무의 흰 기둥들이 가득매운 숲 속은 동화의 한 풍경을 보는 듯 했다. 새로운 풍경을 카메라에 한가득 담고 산길을 내려오는 도중에, 핸드폰이 울리고 합격문자를 받았다.

 

첫 출근 하는 날의 풍경 / 출처: 직접 촬영

 

그렇게 나는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 때의 나에게 ’면접 합격’이 갖는 의미는 21살 때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년이란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한 제 3자의 인정이였다. 내가 해왔던 것들, 시간을 쪼개서 참여했던 전시들, 대학생 기자단, 공모전 등등 내가 온전히 결정하고 만들어내야 했던 내 포트폴리오가 헛되지 않고 작은 인정이라도 받을 수 있는까 하는 불안감을 이번 면접을 통해 해소시키고자 했다. 더불어,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1년이라는 휴학생활을 좀 더 ‘알차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고자 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사실 내게 어떤 능력이 채워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리서치 하고, 대표님과 회의를 하고 디자인을 하고 또 다시 수정하는 날들의 연속에서, 성장을 하고 있나? 라는 의구심이 든다. 아직도 휴학이 끝난 후의 복학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20대의 중반에서, 어떤 때는 너무 어린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이제는 내가 알아서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과 한껏 모자란 사람 같다가도, 또 지금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는 생각들이 마구마구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콩나물시루 같은 출근지하철을 타다 보면, 문득 그 때 마음껏 담지 못했던 편백나무 숲이 떠오른다. 인턴이 끝나면 그 숲을 다시 가볼 생각이다.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는 요란한 생각들을 가지고 살아갈테니, 그때 그때의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사는게 좋은 것 아닐까?

 

 

윤승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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