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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에만 갇혀 있으면 편견을 갖기 쉽지

기사승인 2021.04.06  2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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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47km. 직항 비행기가 없어 여러 번 경유해야 갈 수 있는 멕시코 몬테레이. 나는 이곳으로 작년 1월에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떨어진 거리 때문일까. 나에게 멕시코는 선인장과 마약 카르텔밖에 떠오르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다. 원래 나는 멕시코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었다. 사실 교환학생에 대한 계획도 없었지만 대학생이라면 교환학생은 꼭 가야된다는 친구의 말에 뒤늦게 준비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얼마 없었고, 얼떨결에 멕시코에 가게 되었다.

 

편견의 시작

 

멕시코로 떠나기 전, 지인들에게 멕시코로 간다는 말을 할 때마다 들은 소리가 “거기 위험한데 괜찮겠어?”였다. 처음에는 걱정하는 마음에 그런 거겠거니 했는데 계속 듣다 보니 불안함만 커져서 나중에는‘오 그렇구나’하고 마는 사람들이 고마웠다. 원래 떠나기 전이 제일 행복한 법인데 인터넷을 봐도 멕시코 치안이 안 좋다는 글뿐이었다. 심지어 내가 가는 도시는 관광지도 아니라서 이곳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불안함과 걱정을 가득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워

 

몬테레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캐리어와 배낭을 손에 꽉 쥐고 주위를 살폈다. 떠나기 전부터 치안이 안 좋다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상상한 멕시코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아시아인이라 주목을 많이 받을 줄 알았는데 머쓱할 정도로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굉장히 평온한 분위기였다.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내가 머물 곳으로 향했다.

 

Macroplaza / 출처: 직접 촬영

 

첫 날의 경계하던 마음은 둘째 날부터 조금씩 사라졌다. 교환학생 OT날 다함께 몬테레이 번화가를 둘러보았는데 낯설지만 새로운 풍경에 설레기 시작했다. 좁은 땅덩이에 수많은 빌딩들이 차지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널찍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barrio antiguo / 출처: 직접 촬영
barrio antiguo / 출처: 직접 촬영
barrio antiguo / 출처: 직접 촬영

 

다양한 색상의 건물 또한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마치 벽화마을에 온 기분이었다. 원래 이곳은 레스토랑, 바, 클럽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홍대 같은 곳이다. 운 좋게도 내가 갔을 때 마침 시장이 열려 멕시코 특유의 느낌이 있는 골동품과 수공예품을 구경할 수 있었다. 쾌적한 분위기, 넓은 거리, 아름다운 건물들이 멕시코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멕시코의 매력

 

멕시코 생활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로 인해 3개월밖에 머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멕시코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코로나가 뒤늦게 확산된 편이라 어찌 보면 3개월씩이나 머물렀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짧은 기간은 멕시코의 매력을 다 알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월 동안 이곳에 살면서 느낀 멕시코만의 매력 2가지를 얘기해보려 한다.

 

1. 광활한 자연과 함께하는 곳

 

학교 정문 뒤에 이렇게 큰 산이 있다. / 출처: 직접 촬영
멕시코의 산은 대부분 이런 모습이다. / 출처: 직접 촬영

 

멕시코는 광활한 자연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처음 멕시코에 도착했을 때 주변이 온통 돌산이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항상 나무가 빽빽한 산만 보다가 뾰족하고 가파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산이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볼수록 대자연 속에 사는 느낌을 받아 매일 아침 등굣길이 즐거웠다.

 

테오티우아칸의 상징인 태양의 피라미드 / 출처: 직접 촬영

 

보통 ‘피라미드’하면 이집트에 있는 것을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있다. 귀국하는 길에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짧게 여행을 했는데 이곳에 엄청 큰 피라미드 유적지인 테오티우아칸이 있다. 얼마나 넓은지, 사진 속 피라미드로 가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마침내 태양의 피라미드 앞에 섰을 때 그 위압감에 압도당했고, 그동안 갖고 있던 짜잘한 고민거리와 편협한 감정들이 싹 씻겨 내려갔다. 또 웅장한 피라미드가 마치 그동안 멕시코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던 나를 비웃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2. 유럽의 영향을 받았지만 정체성을 지켜낸 멕시코

 

소깔로 광장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성당 / 출처: 직접 촬영
성당 맞은편의 모습 / 출처: flickr

 

멕시코는 1521년부터 1821년까지 총 30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오랜 기간 동안 식민 지배를 받은 만큼 언어, 문화, 건축 등 다양한 곳에서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건축 양식이 그렇다. 메트로폴리탄 성당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것으로 바로크, 고딕, 르네상스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1) 성당뿐만 아니라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모두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어 마치 유럽 거리 한 가운데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차풀테펙 성 입구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곳 / 출처: 직접 촬영
차풀테펙 성 내부 모습 / 출처: 직접 촬영

 

멕시코는 독립 후에도 순탄치 않은 시절을 겪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는 1864년 막시밀리안을 멕시코 황제로 앉혔고, 막시밀리안은 황제 재위 기간 동안 차풀테펙 성을 유럽풍으로 꾸며 황실로 이용했다.2) 그렇기 때문에 성의 외관과 내부 장식품들만 봤을 때는 유럽의 궁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차풀테펙의 소년 영웅들(Niños Héroes) / 출처: 직접 촬영

 

하지만 차풀테펙 성이 국립역사박물관의 역할도 겸하게 되면서, 이곳에서 스페인 정복기부터 멕시코 혁명기까지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과 그림들을 전시하게 되었다. 나는 특히 성 내부에 그려져 있는 벽화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부분 자주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정신을 소재로 한 것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천장화는 미국이 멕시코를 침략했을 때 멕시코 국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국기를 두르고 투신했던 소년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이밖에도 멕시코 독립 운동의 역사를 담은 그림과 멕시코 독재 정권을 비판하는 그림 등 성 곳곳에 멕시코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차풀테펙 성 내부를 모두 구경하고 난 뒤의 느낌은 마치 일제강점기의 상징인 건물 내부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항거 정신으로 가득 채워진 것을 본 기분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멕시코가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치안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고, 특히 아시아 여성이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한 요소들이 많다. 나는 지금까지‘한국’이라는 우물에 갇혀 멕시코를 직접 경험해 보지도 않고 멕시코의 진짜 모습을 다 담을 수 없는 간접 정보들에만 의존하여 멋대로 판단했다. 하지만 멕시코를 단순히 위험한 나라로 치부하기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매력들이 너무나도 많다.

 

등산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에 본 멕시코의 야경 / 출처: 직접 촬영
이게 뭔가 싶게 나왔지만 정말 맛있는 깜페차나 타코 / 출처: 직접 촬영
멕시코엔 벚꽃 나무 대신 하까란다 나무가 많다. / 출처: 직접 촬영

 

비록 이 글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미세먼지 하나 없는 야경,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리지널 타코의 맛, 벚꽃의 분홍빛이 아닌 하까란다(jacaranda)의 보랏빛으로 물든 거리 등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는가. 직접 보지 않고 내린 결론은 편견에 불과하다. 우물 밖에서 나와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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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멕시코시티, 고대문명과 스페인 문화 조화", 매일경제, 2002.12.01., https://www.mk.co.kr/news/home/view/2002/12/361098/

2) 임영태, "영광과 굴욕의 멕시코 역사를 생각하며", 통일뉴스, 2015.08.11.,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161

 

 

공예은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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