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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해방촌을 가야겠다

기사승인 2021.04.06  22: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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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전하고 나를 충전하고 싶은 날이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과 관계없이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해방촌을 찾는다. 해방촌은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거리, 가볍게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해방촌의 범위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걸어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해방촌에 거의 다 도착했다는 의미이다. 어떤 요소가 나에게 이런 감정을 안겨줄까? 스스로도 그 요소를 정확히 알아보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해방촌 골목 풍경 / 출처 : 직접 찰영

 

 

어제와 오늘이 공존하는 해방촌

 

해방촌의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이름일까. ‘해방’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광복 시절 해방되었다는 것이다. 실제의 의미는 이와 비슷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또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이 정착하게 되어 해방촌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쌓인 흔적들과 그 위에 새로 쌓인 오늘이 합쳐져 색다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공간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곳에 가면 맘이 편해지는 경향이 있다. 뭔가 그 공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 지 두 눈으로 보면서 그 공간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 친해질 때 나의 일부분만 보여주는 것보단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 지 말하며 더 가까워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

 

해방촌에 있는 신흥시장과 청년들이 주로 영업하는 카페, 음식점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보면 이질적이라는 느낌을 받기보단 잘 어우러진 느낌을 받는다.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두 공간이 같은 공간을 채워가는 모습을 보고 세대 간의 통합을 느끼는 건 나의 지나친 연결같지만 그렇게 느껴지곤 한다. 누군가는 그냥 ‘해방촌’이라는 공간에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이라고 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독립서적 ‘도쿄규림일기’/ 출처 : 직접 찰영

 

독립 서점, 나도 얘기를 풀어놓고 싶어진다

 

해방촌을 좋아하는 주요 원인은 거의 독립서점에 있는 것 같다. 중학생 시절부터 독립서점을 좋아하던 나에게 독립서점이 3곳이나 있는 해방촌은 정말 행복했다. 독립서점이란 서점 주인의 취향에 맞게 꾸려진 작은 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독립서적’을 판매하는 곳이 많다. 독립서적이란 작가 개인의 힘으로 만들어진 책을 의미한다.정확한 사전적 의미가 없긴 하지만 조금 더 설명해보자면 책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출판사’를 거치게 되는데 독립서적들은 대부분 소형출판사를 거치거나 출판사 없이 바로 독립서점에서 판매되곤 한다. 따라서 작가 개인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기 쉽다.

 

나는 그렇게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더욱 솔직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낀다. 독립서적을 읽으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고 나도 이렇게 책이란 매개체를 통해 내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독립 서적을 읽다보면 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책의 형태나 담긴 내용이 자유롭기 때문에 정제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줄어드는 것 같다. 독립서적을 많이 읽다보니 점차 독립 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견고히 자리잡게 된 것 같다.

 

해방촌에서 찍은 남산 / 출처 : 직접 찰영

 

계속 달려갈 필요 없다고 말해주는 곳

 

해방촌에 가면 급해보이는 사람이 없다.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는 장소에 따라 급한 사람의 분포가 달라진다는 의미라기보단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나도 뭔가 계속 바쁘게 일상을 보내다가 해방촌에 가면 무언가 당장 해야겠다는 생각을 점차 놓게 된다. 여유롭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유치원에서 하원한 아이와 장보는 엄마, 이야기 나누시는 시장 가게 상인들을 보면서 해방촌을 걷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해방촌에 가기 전엔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며, 당장 어떤 것이 부족한 지 생각하기에 급급했다. 충분히 바쁘게 사는 삶인데도 그 사이에 또 무언가를 끼워넣으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천천히’라는 단어를 생각 앞에 붙이게 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늘 ‘빨리’라는 단어를 붙이고 다는 사람이어서 어딘가에 쉬러 가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해방촌에서라도 그 생각을 버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 들어서 한 달 사이에 많은 일들을 하면서 해방촌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정말 많은데 가려고 시간 내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달려가다간 언젠가 넘어질 수도 있으니 잠시 멈추기 위해서 해방촌에 들려야겠다.

 

 

김연서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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