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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처럼 텅 빈, 최승자의 위로

기사승인 2021.04.04  17: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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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대학교 4학년이라는 시기가 그런 것인지, 이상하게도 내 주위는 항상 바쁜 사람으로 가득하다. 취직을 위해 학회활동, 대외활동을 찾아 해야 한다. 동아리 회장직도 맡아야 하고, 학점도 떨어져서 안 된다.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 다한다는 토익 및 자격증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런데 비단 친구들만이 바쁜 것이 아니다. 취직에 성공한 선배들, 멘토라 불리는 선생님들, 한창 즐거워야 할 후배들까지. 바쁘지 않은 시간에 대해 죄책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쁜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바빠야 할 것 같은 시간들에 쫓겨, 그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잊어가는 것은 문제이다.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간을 갖는 것, 그 방법을 안다는 것은 큰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 바쁜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다는 가능성, 혹은 행복이라는 가치를 좇아가는 삶의 지속가능성. 시 읽기는 그 방법 중 하나이다.

 

요즘도 시를 읽는 사람이 있나요?

 

2년 전 여름 학교에서 ‘한국 현대시 읽기’ 수업을 듣는 나에게 친구가 건넨 말이다. 기분 나쁠 것도 없는 것이, 나 역시 그때 처음으로 시집을 구매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달간의 여름 수업이 끝나고서, ‘시 읽기’만한 위로 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시는 압축적이다. 이는 몇백 장의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인에게 적합하다는 뜻이다. 또한, 압축은 해석의 다양성의 기회를 열어 놓는다. 하나의 단어도 읽는 이에 따라 그에 맞는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 두 번째로 시는 우리 주위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하철 문 옆, 인스타 게시물, 트위터 등 어디서든 시를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를 읽는다는 행위는 스스로를 꽤 문학적이게 만들어준다. 어딘가 쿨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에 취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내면의 예술적 허영심은 살아가는데 종종 위로로서 기능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그래도 허영심은 잠시 숨기고 말하자면, 나는 시인 최승자의 팬이다. 그의 독한 표현과 거침없는 말투가 나타내는 삶의 절망이 좋다. 그의 시에서 위로를 얻는다. 철저한 리얼리스트라고 평가되는 그의 시를 통해 삶의 위안을 찾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할지 몰라도, 앞서 말했듯이 시의 해석에는 다양성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이면과 비참한 현실을 일깨워준 시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어 다가온다. 그의 독한 어법은, 그 어법으로 전하는 텅 빈 삶의 희망은, 이상하게도 새로운 희망처럼 느껴진다. 공감 속에서 느껴지는 위안일 것이다.

 

최승자가 건넨 위로의 방법

 

 

「청계천 엘레지」/ 출처: 본인 촬영

 

「청계천 엘레지」는 그의 첫 번째 시집『이 時代(시대)의 사랑』에 수록된 시이다. 지나간 날의 자유를 그리며, 지금의 자아는 카타곰 속에서 과거를 추억한다. 카타곰은 아마도 카타콤, 그리스도교 지하 동굴 묘지를 의미한다. 밥 먹고 사는 사무실, 밥집과 술집, 낡은 기억들은 그에게 자유이다. 그런 꿈은 쓰레기 더미처럼 묘사되고, 화자는 언제나 이 원심점, 돼지처럼 살찐 권태의 원심점을 돌고 있다. 권태 속에서 반복되는 삶에게 꿈은 쓰레기 더미 같은 것, 가끔은 튕겨져 나오게 만들다가도 다시 권태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왜 내가 청계천 엘레지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는지 뚜렷하게 설명할 길은 없다. 지금 내 삶이 권태의 반복이라서, 때때로 꾸는 꿈은 사실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쓰레기 더미일 뿐이라서, 지나간 날의 자유를 그리워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나조차 깨닫지 못한 내 상황과 감정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 시를 읽으며 느꼈던 위로의 방법이다. 최승자 시인의 거친 표현들은 마치 나 대신 세상을 멋지게 욕해주는 친구의 목소리 같았다.

 

「살다 보면」/ 출처: 본인 촬영

 

「살다 보면」은 2016년 출간한『빈 배처럼 텅 비어』에 수록된 시이다. 시인 최승자는 정신분열증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왔고, 『빈 배처럼 텅 비어』는 그 중간중간 쓰인 시들을 엮어낸 시집이라고 알려진다. 위 시는 버티고 견뎌내는 힘에 대해 역설한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을 때, 그래도 살다 보면 봄이 오겠지. 오렌지 같은 희망이 있겠지. 낯선 대양 하나 새로 생기겠지. 그에게 희망은 엄청난 것이 아니다. 오렌지 같은 것, 시간이 지나면 오는 봄과 같은 것. 이 시를 읽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라는 뻔한 대사를 마치 혼자서 발견해낸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군가의 위로 없이도 시 속에서 스스로 위로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잠시 잊고 지내던 오렌지 같은 희망의 존재를 다시 상상하게 만든다. 나의 오렌지는 이 지겨운 권태의 종말이다. 대외활동, 동아리, 학점 모두 나에겐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지겨운 행위이다. 당장의 행복을 위한 가슴 뛰는 일들을 어쩌다 그만두었는지 생각해보니, 이 권태의 굴레에 들어온 것은 스스로였음을 깨닫는다. 이번 봄에는 오렌지를 많이 먹어둬야겠다.

 

당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바쁘고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비싼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것처럼, 그 위로들은 마음의 보험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얻은 최승자의 위로를 당신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글을 적었다. 꼭 최승자 시인의 시집이 아니어도 좋다. 꼭 시가 아니어도 좋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할 때 위안을 얻는 사람인지 알아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 건대, 그에 있어 ‘시 읽기’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

이다은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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