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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수용소를 찾아서

기사승인 2021.04.04  12: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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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MAN’S SEARCH FOR MEANING

저자 빅터 프랭클, 그는 유대인 출신으로 190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고 빈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랭클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학에 이은 정신 요법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죽음 속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인간 존엄성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하고,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완성했다.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결론을 마주해봤을 것이다. ‘대체 왜 살아야 하지? 우리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 왜 삶을 지속해야만 하는가.’ 프랭클에 의하면,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울증과 공격성, 중독증의 원인에는 ‘실존적 공허’가 있다. 인간의 실존적 공허는 위장의 형태로 드러난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좌절되며 권력욕으로 좌절을 대신 보상받으려고 하는데, 아주 원시적 형태의 권력욕인 돈에 대한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좌절된 곳에 쾌락을 추구하는 의지가 대신 자리 잡는 경우도 있다. 실존적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종종 성적 탐닉에서 보상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기자가 직접 활영.

로고테라피(Logotherapy)

 

로고스(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빈 제3정신 의학파’로 부르는 로고테라피 이론은 인간 존재의 의미는 물론, 그 의미를 찾아 나가는 인간 의지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인간의 원초적 동력으로 본다. 빅터 프랭클은 ‘로고테라피’를 프로이트 학파가 중점을 두고 있는 쾌락의 원칙이나 아드리안 학파에서 우월하려는 욕구로 부르는 권력에의 추구와 대비시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가 좇는, 우리네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삶의 의미

 

저자는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도‘천편일률적인 대답’을 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삶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시기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프랭클은“이 세상에서 가장 절묘한 수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게임의 판세와 상대편 선수의 개인적인 성향을 고려하지 않은 가장 절묘한 수란 있을 수 없다.’ 이어서 인간의 실존도 마찬가지라고, 인간은 추상적인 의미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신념을 찾아 헤매는, 믿음으로 행위할 수 있는 위대한 인간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나약한 존재에 불과해서 곁에 있는 사람에, 겪고 있는 상황에, 보내고 있는 시간에 의해 끝도 없이 좌절하고, 헤아릴 수 없이 흔들린다. 삶에서 마주치는 각각의 상황이 한 인간에게는 도전이며, 그것이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한다. 때문에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삶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인간이 인간의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로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 책임감

 

문득, 필자가 키우는 고양이가, 책임지려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친구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이, 책임감에 기반했던 신념들이 떠올랐다. 내 삶도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 나약한 내가 감히 그들의 인생에 책임감을 갖는다니.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간은 그 누구도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책임진 적이 없었다. 나 또한 사랑에 있어서는 남자친구들이 내 삶에 책임감을 보였었고, 학교에서는 교수님과 친구들이 나에 대해 책임감을 보였고, 가족에 있어서는 부모님, 그리고 동생이 나를 위해 기꺼이 책임지려는 순간들을 겪어왔다. 가령 회사를 이끄는 최고 경영자, 혹은 대통령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 또한 가족 안에서는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배우자라는 이름으로, 사회 안에서는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심지어는 기르는 강아지조차 나를 다른 이로부터 지켜야겠다는 책임감 하나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크게 짖는다. 누군가는 나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나아가서는 나를 기꺼이 책임지려 한다는 것. 이것이 사실이다. 온전히 홀로 서는 것에 갈증을 느끼면서도 온전히 설 수 없는 현실에 안도하고, 온전히 설 수 있음이 어쩌면 불가능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홀로 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나는 온전히 설 수 없는 모습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그 순간들을 긍정한다. 이 긍정으로 홀로 설 수 있게, 삶을 책임지게 하는 원동력을 얻는다. 내가 세상에 갖는 책임감은, 내 삶에 갖는 책임감 만큼이나 소중하다. 나도 그렇고, 당신들도 그렇다. 필자는 이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설명한다. 또 다른 하나는 ‘시련’이다.

 

고통이, 좌절이, 시련이 필요해. 나만의 수용소를 찾아야 해

 

삶을 살면서 마주하는 역설적인 지점은 아마도 다음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신이 흔들림 없는 평안한 상태일 때조차 지금 내가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내가 추구하는 신념에 부합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고, 이 삶의 결과로 무엇이 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늘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바로 필자 본인이 그랬다. 안정된 삶, 여유로운 삶, 하고 싶은 것들을 누리는, 책임감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삶에서 오는 편안함. 이렇게 좋아도 되는지, 이렇게 쉬워도 되는지 두려웠다. 지금도 마음의 평화가, 안정이 공포스럽고, 괴로우며, 끔찍이도 싫다. 그러나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나를 위해 기꺼이 책임지려는 사람들의 사랑을, 그들의 책임감을, 그들의 신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의 삶의 의미를 기만할 수 없다. 내 삶에 대한 의미가, 나의 책임감이 존중받길 원하는 만큼 그들의 책임감을 그들만의 삶의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 참 어렵고, 힘들고, 괴롭다. 그래서 내가 찾은 시련, 수용소는 세상에 책임지는 것. 관심을 내 삶의 추상적인 의미에 두는 것이 아닌, 타인에 대한,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무게로 지는 것이다. 반면 누군가는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내 삶은 너무 어렵다고. 여유롭지 않다고. 나 또한 좌절과 시련을 겪고 나면 상실감, 실의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느껴진다. 고통과 절망을 경험한다. 그러나 지금 내 삶이 보잘것없어 보여도, 스스로 설 수 없는 내 모습이 아무리 초라하고 비참해 보이더라도, 지금 겪는 시련이 너무 커서 극복할 수 없겠다고 여겨지더라도, 지금 내 삶이 수용소에서의 삶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누군가는 내 삶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에, 내 삶에 책임을 다하는 과정에 피를 돌게 할 것이다. 그렇게 얻은 혈기로, 열정으로 홀로 설 수 없음 속에서 온전히 홀로서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그렇게 내 삶의 의미는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또 다른 누구에게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서 나에게로 돌아오고, 그 의미는 다시 우리의 의미가 된다. 빅터 프랭클은 책의 마지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분은 우리가 굳이 ‘성자’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그저 ‘훌륭한’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소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소수의 반열에 합류하려는 도전 의지를 본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지금 아주 좋지 않은 상태에 있고, 우리 각자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더욱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민정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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