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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와 농지법,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나

기사승인 2021.04.04  12:2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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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직원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의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이는 곧 LH 직원뿐만 아니라 관련 공직자들의 투기 논란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투기 사건으로 떠올랐다. 이하 LH 직원 및 관계 공무원들의 신도시 투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불법 투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지법의 허점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농지의 용도를 헌법에 명문화하여 보장하고 있다. 헌법 121조가 바로 그 근거이다.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은 금지된다. 그리고 헌법 121조를 근간으로 한 농지법 6조 1항에도 역시 경자유전의 원칙이 담겨있다.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경자유전의 원칙이란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농지 보호를 위해 제정된 농지법에는 비농업인의 토지 소유를 허가하는 예외 조항이 무려 16가지가 규정되어 있다. 예외 조항을 찬찬히 뜯어보았을 때 농사를 짓지 않고도 대규모의 농지소유가 가능해진다. 이 중 이번 투기 사건과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문제가 된 부분은 농지법의 예외 조항이 비농업인의 체험 영농, 상속, 이농(離農), 임대 및 무상사용을 목적으로 한 농지 취득을 허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다. / 출처 : pixabay

농지법,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가?

 

주말, 체험 영농을 목적으로 세대원이 소유한 총 토지가 1000 제곱미터를 초과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 차원에서 1000 제곱미터 이상 경작지만 확인할 뿐 그 미만의 소규모 농지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실정이다.

 

농지법 제10조에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의 처분 규정이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에는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농지를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농지 소유 제한에 대한 예외규정이 명시되어 있는 농지법 제6조 제2항 및 농지 소유 면적을 제한하고 있는 제7조에 의하면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할 경우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최대 1만 제곱미터까지의 농지소유가 허용된다. 과거 대법원 역시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제곱미터 미만의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는 경우라도 처분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었다. 더군다나 상속과 관련하여 민법 제997조에 의해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상속은 자동으로 개시되고 민법 제187조에 의해 등기 여부와 관련 없이 소유권이 이전되어 농지 소유자가 사망할 경우 그 피상속인이 비농업인이라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농지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기간(8년)이 충족되면 농업경영을 하던 사람이 이농(離農)하더라도 1만 제곱미터 미만에 한해 당시 소유하고 있던 농지를 계속 소유할 수 있다는 조항은 많은 부재지주(不在地主)를 양산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 · 농어촌특별위원회가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경기 및 경남 등의 농지를 조사한 결과 전제 조사면적1,064ha 중 비영농 부재지주의 농지가 324ha로 30.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경기도 여주의 한 마을은 부재지주의 비율이 무려 91.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임대와 관련하여서도 정부가 2017년 ~ 2019년까지 3년간 농지법을 위반하여 농지 처분 통지를 내린 3,398ha 중 불법으로 타인에게 임대한 농지가 17.8%인 606ha에 달했다.

 

농지법의 허점을 활용해 농지를 취득한 이후에는 농지법의 다른 조항을 이용하여 투기 및 소유권 유지가 가능했다. 다년생식물의 재배지도 농지법상 농지로 인정되는 점을 활용하여 용버들 묘목을 심어 외관상 경작지로 보이게 한 뒤 차후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고, 실제 경작을 하지 않아 농지처분의무가 부과된다고 하더라도 처분의무가 부과된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면 3년간 처분명령을 유예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농지에서 농사짓는 ‘척’, 즉 잠깐 호미질만 하고 비료만 뿌려도 손쉽게 유예가 가능했다.

 

농지법 규정 중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16개의 예외 조항 /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농지법 개정안은 제2의 LH 투기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LH 투기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모색하고 있지만, 처벌 및 이익 환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공공주택특별법 개정, LH 투기방지 3법 제정 등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가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처벌 및 몰수 소급입법이 위헌 소지가 있어 이들이 투기로 취득한 이익을 몰수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토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목적을 가진 기관의 관계자들이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국토를 투기 대상으로 활용해 오히려 토지 경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이 상황에서 투기와 관련된 처벌 규정은 꼭 적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LH 투기 그 자체에 대한 처벌과 더불어 국회는 이번 투기 사건으로 드러난 농지법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농지가 농업경영에 이용되어야 함과 주택 및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규정한다. 원칙대로 농업인만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농지를 사기 위해 필요한 농업경영계획서에 직업 및 영농경력을 반드시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기재하지 않거나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농지 취득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규제한다. 농지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전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도 담긴다. 그러나 농지법의 개정을 놓고 그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변화하는 현실을 담지 못한 농지법을 두고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그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농지법은 규제를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농지법에 규정되어 있는 각종 예외 조항 및 단서(但書)를 삭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예외 조항 16가지가 농지 매매에 투기 목적이 개입될 가능성을 높였고 농지의 소유 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어 대규모 농지를 구매해 공유지분 형태로 되파는 투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땅 투기문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했다. 해마다 부동산 안정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선거공약에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토지문제가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에서 터져 나왔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박탈감마저 불러일으켰다. 공정성이 훼손된 이번 LH 투기 사건이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에 따라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갖고 공적인 정보를 통해 사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정밀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은 더 나아진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한 진통 과정으로만 여겨야 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는 이번 사건에서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

 

최정원 바람 온라인 저널리스트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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