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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랍스터 랜드로

기사승인 2021.04.01  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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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시작 된지 얼마 안됐지만 충분히 지쳐있었다. 뉴스에서는 계속해서 무거운 사실들이 나오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드는 현실적인 고민에 잠 못 이루는날들이 많아졌다. 머리를 환기 시키려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마스크는 계속 얼굴을 옥죄었고 숨을 방해했다. 그러다 랍스터 랜드라는 전시회를 알게 됐다. 귀여운 캐릭터에 끌려 충동적으로 랍스터 랜드로 떠났다.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광화문 역에 도착하기 위해 5호선을 타며 작가의 인터뷰를 봤다. 가장 인상 깊던 인터뷰 내용 중 하나는 진지한 것이 싫다는 작가의 말이었다. 현재의 나도 진지한 것이 싫었다. 잠에 들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진지’하게 모든 것을 해석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친구의 지나가는 말도, 그저웃어넘기면 될 소식 등등을.

 

커다란 의미라던지 알레고리를 찾을 필요없다고 말하며 전시회의 접근성과 예술을 다가가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작가의 말에 더욱 이 전시회가 기대됐다.

 

정보 과포화의 시대

 

가장 처음 만난 작품은 보어헌트, 멧돼지 사냥이라는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고 처음 든 느낌은 ‘정신없다’였다. 작품의 모든 요소들이 얽히고 설켜 뒤죽박죽 된덩어리 같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바라보니 요소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창을 든 랍스터가 보였고 컴퓨터의 에러메시지와 우리가 자주 쓰는 이모티콘, 교양시간에 봤던 유명한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있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관 자체가 정보가 과포화를 표현해낸다고 하는데 이 작품이 그 집약체였다. 많은 것들이 얽힌 그림들은 정말 제멋대로 압축된 정보들 같았다. 자주 쓰는 이모티콘들과 페이스북의 좋아요 표시, 인스타그램 표시는 반갑기보다는 피곤했다. 왼쪽 가장자리의 모자이크는 어딘가 불쾌했다. 정보의 바다속에 살아가고 있기에 그랬던 걸까? 다른 이들의 감상평은 어떤지 궁금했다.

 

랍스터 그레이터로 표현해낸 폭력성

 

랍스터 그레이터/ 출처: 본인 촬영

 

다음은 조형물을 봤다. 좀 특이했는데 치즈 그레이터를 랍스터 모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그레이터를 랍스터 모형으로 만든 것에 그저 재치있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이중적인 면을 담아냈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도구이지만 방심했다가는 다칠 수 있는 것을. 숨겨진 폭력성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작품을 보며 문득 형태를 가진 도구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이나 언어에서 폭력성이 있진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 기사학교에서 함께 얘기했던 언어의 폭력성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내가 가지고있는 폭력성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거친 파도  랍스터

 

날이 따뜻했을 때 갔던 전시회라 두껍게 껴입어 땀을 조금 흘리고 있었다. 작품들을 보며 부채질을 하고 있을 때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은 작품이 있었다.

 

래프트 오브 랍스터/출처=본인 촬영

 

거친 파도 위에서 뗏목을 타고 있는 랍스터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노를 젓고 있는 중인지 노를 젓는 것을 포기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내 멋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노를 힘차게 젓는 중이라고.  

 

파란 바다만큼 파란 하늘은 희망적이었다. 파도는 거칠지만 뗏목은 튼튼해보이고 노를 잡은 랍스터의 집게는 굳세보였다. 

 

작년 말부터 슬럼프가 왔기 때문에 파도 위 랍스터가 희망차보여야 했을지도 몰랐다. 희망찬 랍스터여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품 보는 것을 마무리하며 이 랍스터가 어딘가에 무사히 도착하길 바랬다. 

 

되찾은 해석의 기쁨

 

특히 요즘의 나는 진지한 것이 싫고 해석에 지쳐있었다. 정보의 바다 속에 눈과 귀를 막을 순 없으니 그저 받아 드리기만 했다. 그러다 머리를 환기시키려 간전시회는 대성공이었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드리다’보니 내가 거부했던 해석을 하게 됐다. 

 

그동안의 나는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고민해서 만들어내야하는 결론을 피했을지도. 잊고있었던 해석의 재미를 느끼니 새롭게2021년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랍스터들의 향연 속 내가 찾은 해석의 기쁨을 나와 같이 지친 이들에게 권유하고 싶다. 

용은혜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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