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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민원 도전기 ①] 꼭 그렇게 피우셔야만 속이 후련하시겠습니까?

기사승인 2021.03.09  23: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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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기호식품이다’.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 간 논쟁에 불을 붙이는 의제이다.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상관하지 말라는 흡연자들과,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비흡연자들 간의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차라리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흡연부스’를 늘리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흡연부스 내 흡연은 방역 차원에서 지양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아예 금연을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담배 판매량은 35.9억 갑이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 활동’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흡연 경험자의 절반 정도인 46%가 여전히 흡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흡연자들은 흡연 행위가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요인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흡연을 하는 흡연자들이 이기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흡연 행위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금연구역 내 흡연과 담배꽁초 무단투기, 그리고 간접흡연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할 행위이다. 게다가 흡연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는,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담배꽁초가 환경을 파괴하는 유해 폐기물이라는 것이다.

 

담배꽁초는 유해 폐기물이다

 

담배꽁초는 가장 많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이자 유해 폐기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연간 6조 개비의 담배가 생산돼 이 중 4조 개의 담배꽁초가 버려지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8년 국제 해양환경단체인 해양보존센터(Ocean Conservancy)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2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의 3분의 1이 담배꽁초였다. 또 같은 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KMI 월간동향 보고서 제9호’에서 한국해양구조단이 전국 32곳의 해변과 해저에서 수거한 쓰레기 중 21%를 담배꽁초가 차지했다고 밝혔다.1)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호수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담배 필터를 구성하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는 자연계에서 아주 느리게 분해되어 길면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 게다가 담배 내 50가지의 발암물질은 흡연 후 버려진 담배꽁초에도 당연히 남아있다.2)

 

담배꽁초 / 출처: 픽사 베이

 

서울시만 놓고 봤을 때도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재작년 서울환경운동연합이 흡연자 701명을 대상으로 담배꽁초 처리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77%가 담배꽁초 무단투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담배꽁초는 빗물받이를 막는 데서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2019년 서울특별시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가 발표한 논문‘담배꽁초가 물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도심에 버려진 담배꽁초는 집중호우시 빗물받이를 막아 침수문제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시는 약 48만 개 이상의 빗물받이를 관리하기 위해 연간 약 9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담배와의 사투

 

서울시 내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강남구로 꼽혀왔다. 그러나 은평구 내 한 주택 및 상가 밀집 지역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하다. ‘금연 매너 구역’이라는 스티커가 붙어져 있음에도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는 이들과 바닥에 뱉어진 침, 그리고 엄청난 양의 버려진 꽁초는 한눈에 봐도 심각한 문제였다. 심지어 한 공용주거시설의 내부에서 흡연과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투기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행인들의 행태는 매우 심각해 보였다. 이에 해당 지역 주민인 기자는 곳곳에 경고문을 부착했고, 널브러진 담배꽁초들을 빗자루로 청소하기 시작했다.

 

무단 투기된 쓰레기와 담배꽁초. 오른쪽은 쓰레기를 한데 모은 모습이다.  / 출처: 직접 촬영

 

2월 어느 날, 기자가 빗자루로 꽁초를 구석에 모으는 것을 본 한 주민이 말을 걸어왔다. 이 지역에서 거주 중인 주민 A 씨는 “금연구역인데 자꾸 담배를 피운다. 구청에 계속 민원을 넣어봤지만 그때뿐이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을 하면 상권이 죽는다고 해서 별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사흘에 한 번씩 빗자루로 쓰레기를 쓸어모은다. 여기 바로 옆이 집 앞마당인데, 모은 쓰레기를 대로변까지 내놔야 미화원분들이 수거해간다”며 지금까지의 고충을 토로했다. 사비를 들여 담배꽁초 쓰레기통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미화원들이 수거해 버려 빗질을 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또 기자가 붙인 경고문도 똑같이 붙여 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떼로 몰려다니며 흡연을 하는 청소년들을 타일러 봐도 돌아오는 말은 “근데요?”였다고 하소연했다. 낮에는 가끔씩 오는 구청 단속반이 꽁초를 버리는 흡연자들에게 과태료를 징수하긴 하나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관련 경고문과 금연 매너 스티커 / 출처: 직접 촬영

 

기자는 엄중한 내용의 경고문을 새로 붙이는 방법을 생각했다. 흡연과 담배꽁초 무단투기, 고성방가 행위를 계속할 경우 지자체와 언론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경고문 부착 후 일주일 동안은 비교적 해당 구역이 깨끗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자 경고문은 누군가에 의해 찢겨나갔고, A 씨의 말처럼 그 구역은 다시 더러워져 있었다.

 

그래서 강구한 다른 방법이 ‘간접흡연 예방 포스터’ 부착이었다. 직접 제작한 포스터와 보건복지부에서 제작한 포스터를 열 장 넘게 출력하여 행인들과 거주민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붙였다. 은평구청에 민원을 넣기 전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중 일부는 붙인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나 훼손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간접흡연 예방 포스터 / 출처: 직접 촬영

 

왼쪽은 간접흡연 예방 등의 내용을 담은 직접 제작한 포스터. 새로 붙인 보건복지부 포스터 중 일부는 일주일도 채 안 지나 훼손되었다. / 출처: 직접 촬영

 

구청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

 

구청이 정확히 어떤 이유로 인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줄 수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직접 민원을 넣기로 했다. 그 결과 금연구역 지정은 은평구청 보건소의 건강증진과가, 담배꽁초 무단투기 업무는 은평구청 자원순환과가 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은평구청 보건소 건강증진과 유 모 주무관은 “해당 지역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 단 한 곳도 없다. 워낙 상권도 많고 주택가 골목길이 많아 특정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면 동네 전체를 지정해야 한다. 2019년에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게 되면 상권이 무너진다는 소견도 나왔다. 금연 단속원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계도 업무만 할 수 있어 차라리 담배꽁초 무단투기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구청 자원순환과에 민원을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양되고 있긴 하나,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 간 갈등의 해결책인 ‘흡연 부스’의 유무에 대해 질문하자 “구청이나 보건소 차원에서 만든 흡연시설은 없다. 복합건축물의 경우에는 연 면적 1000㎡ 이상일 때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다. 그런 경우에는 건물 차원에서 흡연시설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구청이나 보건소는 그 시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만 확인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간접흡연과 함께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도 심각한 문제였기에 은평구청 자원순환과에도 민원을 넣었다. 당시 담당자가 출장으로 부재중이었기에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대신 취재에 응한 자원순환과 백 모 주무관은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은 주로 오후 늦게 이뤄지지만 아주 늦은 시간대까지 단속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별로 없다. 해당 지역은 워낙 주민들의 민원이 많아 구청 차원에서 ‘금연 매너 지역’ 스티커를 붙이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직 단속원들이 계속 순찰하며 투기 행위를 목격하면 현장에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고, 해당 지역 상가들에 가게 앞은 스스로 청소하도록 협조 요청을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꽁초 전용 쓰레기통과 관련해서는 “(쓰레기통을) 설치하면 오히려 그곳이 흡연 장소로 암묵적으로 지정이 되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실제로 강남구청에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을 설치했다가 외려 주민들의 불만을 산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은평구 내 해당 지역은 (담배꽁초 전용 쓰레기통을) 골목길마다 설치하지는 않았고, 버스정류장 주변에 설치해놓았다”고 설명했다. 끝에는 “우리로서는 단속하며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후에 투기를 하지 않도록 홍보하는 수밖에 없다”며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이는 비단 은평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남구는 2019년 4월부터 휴대용 담뱃재 털이 5000개를 제작해 배포하며 담배꽁초 무단투기 예방을 위한 구정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담배꽁초 전용 휴지통도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여명길 등에 30여 개를 설치했으며 동해 중구와 광진구 등에서도 따라 설치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서울에서만 연간 87억 개의 담배꽁초가 무단 투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3)

 

해답은 어디에

 

관할 구청도 별수가 없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언제까지나 주민들 스스로 담배꽁초를 치울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요즘, 비흡연자들의 고통을 넘어 합법적으로 흡연할 권리를 위해서도 해당 문제에 대한 논의와 해결은 필요하다. 이에 기자는 해답을 찾을 때까지 민원 제기를 반복하는 방법을 택했다. 간접흡연 및 담배꽁초 무단투기 예방 포스터와 구청과 보건소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지만, 서울특별시청과 국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 후속 기사에는 기자의 계속된 민원 도전기가 담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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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찬수, “담배꽁초, 쓰레기가 아닙니다. 유해 폐기물입니다.”, 중앙일보, 2019.03.02.

 

2. 각주 1의 기사

 

3. 박일경, “금연구역 확대에 되레 늘어난 담배꽁초 무단투기…지자체는 전쟁 중”, 이데일리, 2019.05.26.

 

 

 

 

오경진 지속가능저널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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