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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대한민국, 현실성 있는 대책과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1.01.23  22: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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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인구가 감소하였다. 인구 절벽의 지표로 사용되는 합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3명을 기록하였고 사라진 인구 2만 명은 인구재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암울한 현실을 설명하는 ‘저출산 쇼크’, ‘혼인율 하락’ 등의 용어와 지난 몇 년간의 통계는 대한민국이 결혼하기 싫고 아이를 갖기는 더더욱 싫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우리는 저출산 대책으로 ‘가임기 여성지도’를 내놓으며 신혼부부 가구를 여성 배우자의 나이가 만 49세 이하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구’로 정의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정부 당국은 여성을 ‘임신 가능 개체’로 취급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쯤 깨달을까. 초저출산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는 확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성에게 커리어는 중요하다

 

2019년 일과 가정생활 우선도 / 출처 : 통계청

 

2019년도 통계청 조사의 일과 가정생활 우선도에서 16.6%의 여성만이 가정생활을 우선시하거나, 우선시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최근 풍조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인 동시에, 여성들이 생각하는 커리어의 중요도를 반증한다. 하지만, 현재 20-30대 여성들이 ‘선배’ 여성을 지켜본 결과, 출산의 기회비용은 너무 높다. 2018년도 한국노동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현재 40대 기혼 여성들은 20대 중반까지 남성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을 받다가 결혼 적령기인 20대 후반 그리고 출산 이후인 30대 초반부터 급격한 임금 격차를 겪었다. 출산으로 인한 커리어의 둔화를 목격한 21세기 여성들은 아이를 낳아도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까라는 필연적인 고민에 빠진다. 어쩔 수 없는 출산휴가를 차치하더라도, 잇따른 육아 휴직으로 승승장구하던 일터를 상당 기간, 길게는 3년 넘게 떠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초기 1년간의 공백과 아이가 자라는 와중에 ‘엄마의 역할’로 여겨지는 수많은 일로 인해 직장에서의 위상이 하락하고 승진이 밀리는 등 출산의 많은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아이를 갖는 것은 그저 선택이 아닌, 딱히 감내하고 싶지 않은 선택지가 되어버린다. 예전에는 가정을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할 여성의 희생쯤으로 생각되었지만, 과거의 문법은 현재 통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 앞에 정부는 가임여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3+3 육아휴직제 등의 정책을 내년부터 적용될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신설했다. 해당 정책의 취지는 남성들의 육아 휴직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생후 12개월 이내의 돌봄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가 모두 3개월의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에 각각 월 300만 원의 휴직 급여를 받게 된다. 또, 그 후 8개월간 지원하는 급여도 12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오른다.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는 제도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남성 또한 육아의 주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아직은 멀었다는 것을 한 정부 기관이 얼마 전 다시 보여주었다.

 

’내가 집안일 도우면 되지’로 끝나지 않을 문제

 

가사 노동을 '돕는다'는 개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장면 / 출처: TVN 신혼일기

 

언론이 인구절벽의 도래를 알리던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는 서울시의 임신 출산 정보센터 홈페이지의 황당한 지침으로 들끓었다. 임신과 출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2019년도에 개설된 해당 페이지에 따르면 임신 28주부터 40주의 만삭 임산부는 ‘요리가 서툰’ 남편에게 좋아하는 밑반찬을 챙겨줘야 한다. 또, 입원 날짜에 맞춰 남편과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을 준비해야 한다. 만삭 임산부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이 분출되어 관절이 이완된 상태로 약 13~20kg까지 체중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허리와 관절 통증을 느끼고 호흡 곤란이 오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몸 상태의 임산부에게 정부 기관은 가족이 먹을 밑반찬을 미리 준비하는 것을 지침으로 내놓았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9년 맞벌이 가구의 일일 가사노동시간을 비교해보면 남성은 하루 54분, 여성은 187분이다. 이 차이는 일 년에 약 809시간으로, 여성이 주 52시간 직장을 15주, 약 4달을 추가로 다니는 것이다. 가시 노동은 남성들이 그저 ‘도와야하는’ 잡무가 아니라 본인 역시 주체적으로 실행해야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9년 맞벌이 가구 일일 가사노동 시간 / 출처 : 통계청

 

노동의 불균형은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에서도 존재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양육 도우미 혹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부모 중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한다. 육아휴직을 남성에게도 독려하는 정책이 내년부터 도입되지만, 아이는 유아기에만 부모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생 자녀가 다쳤을 때 누군가는 가야 한다. 이때 사회적인 인식인 ‘애가 아프면 엄마가 가야지’가 변하지 않는다면 엄마와 직장인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인해 직장에서 양해를 구하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30~40대 중 맞벌이 가구가 반 이상을 넘는 지금, 양육 책임자의 부담이 온전히 ‘엄마’에게 돌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 중 여전히 38.2%가 육아, 22.6%가 임신과 출산인 것을 보면, 이러한 출산과 육아의 기회비용을 낮추는 것이 초저출산 국가 탈출의 길이다.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때

저출산 문제가 시급한 만큼,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다자녀 혜택, 신혼부부 혜택 등 내 집 마련이 중요한 세대에게 아이는 청약을 위한 가점으로 적용된다. 얼마 전 16개월 아동 사망 사건 당시 청약 당첨을 위해 아이를 입양했다는 의심 또한 이런 배경에서 등장했다. 이는 결론적으로는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됐지만, 해당 과정에서 위장 결혼, 입양 후 파양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정책 중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들은 엄청난 위험요소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 수치 하나에 흔들리는 정책놀음이 아닌, 결혼해도 괜찮고, 아이를 가져도 괜찮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심도있는 고민이 이제는 필요하다.

 

박서윤 바람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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