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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고통받는 동물을 대체한다면

기사승인 2021.01.23  22: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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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동물원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동물 보호협회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왔다. 인간들은 개체 보존의 목적 이외에도 단순히 교육이라는 말을 포장해 동물들을 구경거리로 전락시켜왔다. 다양한 환경과 기후에서 살던 동물들을 한 곳에 몰아넣는 것은 아무리 원래 있던 환경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도 모자랄 것이며, 그들이 원래 살던 곳보다 좁디 좁은 공간은 턱없이 모자라다. 이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수명보다 일찍 죽고, 이상행동을 벌인다든지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경남 합천 영상 테마파크에서 다 죽어가는 말이 인간이 탄 마차를 끌고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관광 수익을 얻기 위해 살아있는 말이 끄는 마차 체험을 조성한 것이다. 관계자 측에서는 마차는 전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말은 방향타 역할만 하고 있다며 동물학대 논란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 전기 마차에 굳이 말이 방향타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인간의 유희에 동물을 이용한 것이며 엄연히 동물학대가 맞다. 비판이 일자 관계자는 마차 운영을 중단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공지능이 활발히 연구되면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동물들을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기대는 실제로 천천히 실현되고 있다.

‘더 가디언’ 등 매체에 따르면 ‘엣지 이노베이션’과 로봇 동물 제작자들은 실물과 거의 일치하는 돌고래 로봇을 만들어 해양공원과 아쿠아리움에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이 돌고래 로봇의 피부가 되고, 로봇의 행동 양식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학습되었다.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돌고래 쇼를 시연했을 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돌고래와 생김새, 움직임을 그대로 모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동물을 ‘사람의 유희를 위해 묘기를 부리는 대상’으로 보는 관점에는 한계가 있지만, 돌고래 로봇은 살아있는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두지 않고 매매의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있다는 윤리적인 장점이 있다.

제작자 중 한 명인 홀즈버그는 “이제 우리는 해양공원이나 아쿠아리움 산업을 다시 상상할 때가 됐다”며 “로봇 돌고래와 같은 프로젝트가 앞으로 훨씬 수익이 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돌고래를 공급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가격이다. 현재 로봇 돌고래는 2천 80만 파운드(약 314억 원)로,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그러나 실제 돌고래 구입 비용과 아쿠아리움에서 돌고래 수조를 관리하는 비용을 생각한다면 로봇 돌고래를 구입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것이며 실제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로봇 돌고래가 살아있는 돌고래보다 가격이 더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수조뿐만 아니라 돌고래 자체를 관리하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국내 실험용 동물 규모를 살펴보면, 연간 300만 마리의 동물들이 인간의 안전을 위해 시행되는 동물실험에 희생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TO)는 1985년부터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치해 동물 실험 윤리 원칙을 세워 지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동물 실험을 줄이고 고통 없이 진행하려 해도 인간의 안전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실험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기적이지만 인간의 희생보다는 동물의 희생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AI)이 대신 동물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9년 5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는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와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독성 빅데이터인 ‘톡스캐스트’를 기반으로 하여 인공지능(AI) 기술인 ‘딥러닝’을 적용했다. 이 기술을 통해 특정 화학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됐을 때 체내에서 어떤 독성작용을 일으키는지 동물실험을 시행하지 않고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 연구팀은 ‘독성발현경로(AOP)’ 개념을 추가로 적용했다. 화학물질이 체내로 들어왔을 때 어떤 방식으로 독성이 나타나는지 구체적인 단계를 찾아 화학물질의 흡입독성을 예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 중 사람이 흡입했을 때 유해성이 발현되는 화학 물질 654개를 구별해냈다. 이후 톡스캐스트에서 AOP와 관련된 25개의 독성 물질 데이터를 딥러닝 알고리즘에 적용시켜 독성 예측 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로 10여 개의 흡입독성유발 물질을 찾아냈다. 흡입 시 독성 물질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독성이 발현되는지를 알아낸 것이다.

최 교수는 “우선 순위 후보군으로 설정한 10여 개의 물질이 실제로 흡입독성을 유발하는지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동일한 독성 동물실험이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내놓은 연구 결과는 동물실험 자체를 줄이는 동시에 동물실험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술에는 여전히 동물의 희생이 수반되어야 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것은 기술은 점차 발전하여 불필요하게 동물이 희생되는 곳에 적용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에 따라 동물 실험은 최소한으로 진행될 것이고 종국에는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날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해볼 수 있다. 

 

한예진 바람 인턴 기자 yess@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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