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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나에서, 받는 너에게

기사승인 2021.01.23  21: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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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봉투의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연말부터 연초, 그리고 언택트 시대에 걸맞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명씩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올해는 롤링페이퍼를 쓸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유행을 탔고 나 역시 이 경로를 통해 인사를 남길까 했지만 이번에는 여느 때와 달리 빳빳한 종이 몇 장을 꺼내들었다. 안부를 묻고 농담을 하며 짧게 오가던 말들은 그 공간이 작은 종이 위로 바뀌었을 뿐인데 더욱 다듬어진 말들이 되었고, 문장 한 줄 활자 하나에 집중하며 풀칠까지 꾹꾹 눌러 붙인 봉투 안에는 오롯이 받는 사람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내 마음이 담뿍 담겼다.

 

안녕!

‘OO아 안녕!’으로 연 그 흔한 말문에는 이미 수없이도 물었던 그들의 안녕을 또 묻고 확인하고 싶은 내 마음이 티가 났다. 직접 얼굴을 보고 묻지 못한 그들의 일상에서 힘든 일은 없었는지, 일일이 나누지 못했던 얘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어떤 치열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보내버린 편지에서 나는 비록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려주지 않아도 편지가 잘 도착했고 잘 읽어보았다는 소식만으로 나는 되려 위로를 받았다.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전해진 답신에는 꼭꼭 담아 보낸 애정이 내게 다시 돌아왔다. 편지의 마지막 마침표는 문장을 끝맺는 점이라기보다 분명 우리의 또 다른 담화로 이어지는 선의 시작점이었을 거다. 이렇게 생각하면 글자가 모여, 문장이 모여, 문단이 모여, 받는 이와 보내는 이, 서로의 마음이 넘치게 되는 과정은 새삼 당연하면서도 신기하다. 왕래가 잦지 않은 편지라기에 쉬운 방법이지만 괜스레 강렬하게 더 마음이 움직이는 걸까.

 

일 년에 한 번은 아쉬우니까

우리는 보통 받는 이의 생일에, 그것도 예측할 만한 시기와 이유로 종이 편지를 건네곤 한다. 하지만 누구나 느꼈듯 지금껏 보내고 받은 수십 통의 생일 편지들이 축하한다는 말만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비단 생일 편지뿐이 아니다. 편지는 꽤나 자주, 어느새 보낸 이와 받는 이가 처음 알게 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작 편지의 목적이었던 해야 하는 말을 위한 작은 자리마저 무의식중 빼앗기도 한다.

본래의 목적을 강하게 띠는 것이 편지의 중요한 요건이 아니라면, 사실은 언제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언제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면 지금 이 글을 마저 읽기 전에 일단 아무 종이 한 장이나 꺼내보는 건 어떨까? 당장에 쓸 말이 번뜩이진 않아도 일 년에 한 번은 아무래도 아쉬우니까.

 

오늘은 편지를 부쳐보세요

생각한 말들을 떠올리며 알맞은 편지지 하나를 사 보내고픈 말을 담은 후, 도착한 동네 우체국 저울 위에 나에게서 나온 하나뿐인 종이들을 올려 요금까지 책정되고 나면 편지를 부칠 준비는 비로소 끝이 난다. 평소처럼 글을 쓴 종이일 뿐인데 이 종이들이 편지라는 존재가 될 때면 참 두근거린다. 누군가에게는 조금 수고스러울 수 있는 이 일련의 행위가 나로 하여금 어떠한 순간에 집중하게 하고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들기에 난 더욱이 편지 씀에 마음이 간다.

 

보내는 나에서 받는 너에게,

 

편지가 도착한 곳에 미처 다 보내지 못한 나의 사랑을 부친다.

 

이예린 바람 인턴 기자 yess@live.com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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