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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정치의 사회적 책임

기사승인 2020.02.01  23: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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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에 대한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근래 각 정당이 내세우는 공천의 키워드는 너무도 뻔한 ‘혁신’이다, 바로 그런 혁신을 위해 각 정당이 내세우는 수단은 물갈이와 새로운 인재영입니다. 물갈이는 지역주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역 의원들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써, 정당 스스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말 그대로의 ‘보여주기’(showing)가 그 본질이다. 근래의 인재영입은 기존 시민운동세력으로부터의 참신성 수혈을 뛰어 넘어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는 인재영입으로 변모하고 있다. 연일 그들을 내세워 매체의 전파효과를 통해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정과 정의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변모하고 있다는 또 다른 방식의 보여주기가 횡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정치권의 행태를 사회책임이란 관점에서 보면 역설적으로 반사회적이라고 평가한다..

 

사회책임에 관한 국제적 지침인 ISO26000의 원칙에 따르면 사회적 책임이란 ‘조직의 결정과 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직이 지는 책임으로 투명하고 윤리적 행위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인용된 지속가능한 발전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측면에서의 지속가능발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즉 시간적으로는 현 세대의 이익 추구를 위해서 미래 세대의 이익을 편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며, 공간적으로는 현 세대 모든 구성원들의 복리 실현을 위해서 공평한 성장과 분배가 이루어져 궁극적인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면에서 정치의 사회적 책임은 미래 세대의 행복을 충분히 보장함과 동시에 현 시대의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유권자로부터 수탁받은 권력을 선의롭게 행사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하겠다. 바로 이런 전제조건하에 정치가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만든 제도가 ‘대의 민주주의’이며, 이를 위해 대의제, 다수결의 원칙, 삼권분립 등의 제도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세력은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망각하고 오히려 주인행세를 하며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즉 사회책임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원칙인 투명성 (Transparency)과 설명책임 (accountability)을 대놓고 훼손시키고 있다. 주인인 국민들이 대리인들의 정치 행위의 원인과 과정을 알 수 없도록 끼리끼리의 권력 분배 및 정책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조국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없이 진영논리에 의존하여 국민들의 편을 가르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이유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의 한계 때문이다. 즉 정치세력은 선거시기 때만 반짝하는 여러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교묘히 회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참 잘못된 계산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정치의 사회적책임을 망각하고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크게 훼손시킨 박근혜 정부를 탄핵시켰다. 이제 국민들은 근대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간접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주권자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직접 민주주의의 수용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혁명 당시 광장에서 터져 나왔던 “이게 나라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외침은 바로 그러한 반증이다. 이전의 국민들은 선거로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민의를 정치에 잘 반영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남용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러기에 권력의 일부를 직접 회수했고, 이제 권력은 국회와 청와대에만 머물지 않게 됐다. 한국 정치는 제도권 정치와 광장 정치라는 이중 권력구조로 진화하며, 자신들의 의견은 자신들이 직접 대변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최소한의 공통된 자신들의 집합체인 마을공화국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세력들은 ‘정치엘리트 카르텔’을 통해 인물이나 지역중심의 승자독식형 다수제 민주주의에 편승하며, 직접민주주의의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국민스스로가 주인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즉 정치세력이 주인의 권력을 사유화하여 사적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 정치학자는 한국의 정당들은 “좌우 기득권을 과다 대표하는 10% 대표체계”라고 지적한

다. 민주화 30년 이후 한국 민주주의는 상위소득 1% 산업화 세력과 차상위 소득 9%의 민주화 세력이 좌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하층 서민대중을 지배-약탈하는 과두제 민주주의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보수 진보라는 도식으로 자유한국당과 더블어민주당이 양당간 진영체제로 적대적 공생체제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유지강화 시켜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이런 기득권의 타파를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국민들이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공기관장 및 고위 기간제 공무원의 선출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장 및 고위 기간제 공무원의 자리는 기존의 정치엘리트 카르텔 유지에 매우 중요한 그들의 젖줄이다. 그들은 선거 때마다 전문성이라는 허울하에 자신들의 패거리를 구축하고 선거에서 이기면 바로 자신들의 캠프 인사들을 공공기관장 및 고위 기간제 공무원의 자리에 임명한다. 공공기관장 및 고위 공무원들은 또한 자신의 최측근을 낙하산으로 각종 요직에 임명하며 기존 근무자들의 사기저하 및 조직문화를 저해시키고 효울성을 방해한다. 그렇게 몇 년 지내다가 선거 때가 되면 사직하고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권력의 사유화 체계가 중앙 및 지방에서 공고화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중앙 정치인들에 대한 감시 및 모니터링이 중앙 및 지방의 공공기관장 및 고위 공무원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 및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협력하여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시민사회단체의 구성원들이 중앙 및 지역의 각종 정치세력들과 협력하거나 공생하는 구조부터 단절하고 스스로의 독립성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 경영센터장 sustainability@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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