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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를 살피는 설 연휴, 그리고 총선

기사승인 2020.01.18  22: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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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밝았으나 소란은 여전하다. 그 중심에 415 총선이 있다. 조국사태와 공수처, 160개 민생법안과 대북정책, 난마처럼 꼬인 경제 등 모든 사안마다 이합집산하며 대립했던 정치권에 대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번 총선은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한다.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의원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과 지역패권주의를 고착화하고 투표의 등가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다양한 가치를 투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무엇보다 금권과 학벌이 거대정당에 수렴되고 정치권력으로 재생산되어 부지불식 간 적폐를 양산해 왔다는 반성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의 기폭제로 작용하였고, 각 당의 이해관계로 근본 취지가 대폭 축소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로 최종 합의되어 시험무대에 오른다.

 

그러나 국회가 합의한 이 제도를 거대정당 스스로 우롱하고 있어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자한당은 선거법 개정 논의를 방기하고 국회 밖으로만 떠돌다가 18대 국회 당시 자신들이 발의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회법 제85조의2)으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통과하자 그 취지를 무산시키려 위성정당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표면상 위성정당을 강력 비판하는 민주당도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있어 합의가 준수될는지 의문이다.

 

합의를 부정하는 거대정당의 처신은 국민이 안중에 없거나 국민들이 무조건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는 오만(傲慢)에서 기인한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 했다. 그들의 확신이란 자신들은 정권을 창출한 경험이 있기에 항상 옳은 길을 가며 무엇이든 정당화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은 오류(誤謬)고 오류는 화를 부른다.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역사를 바꿨던 자가 그 성공을 오로지 자기의 힘으로 이룬 것이라고 확신하는 오류에 빠짐으로써 실패하는 경우가 오만(Hubris.)’이라고 정의 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서 국민 89.4%가 거대양당 심판의 장으로 이번 선거를 맞겠다고 응답했다. 이를 자당에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자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전과 같지 않아 역선택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더군다나 만 18세 청년들까지 선거에 참여하면서 변수는 더 많아졌다.

 

국민을 받드는 것인지 국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것인지 도통 헛갈리는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인 정당의 행태를 목도하면서도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하는 주권자도 혼란하긴 마찬가지다. 바뀐 선거제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자신이 접한 정보에 근거하여 갑론을박하며 얼굴 붉히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선택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내재화하면서 자기 주장이 강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넘치는 거짓뉴스와 왜곡보도, 본질을 가리는 자극적 문구가 넘실대는 현실에서, 철저히 객관적 시각으로 정보를 취한다 해도 그 정보는 이미 경도된 자신의 관점에 부합하는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취한 정보는 이미 편향된 관점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정보의 진위를 가려야 할 수고는 편향의 덫에 걸려 나태로 치환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극단적 편의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정보의 과소와 진위 이전에 자신의 관점과 편향의 정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자신의 관점과 편향을 진단해야 할까? 일찍이 많은 논객들이 염치(廉恥)를 꼽았다. 염치란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가짐이다. 자신의 관점을 점검하고 교정하는 가이드라인이자 떳떳한 주체로 되돌리는 복구버튼이다.

우리 모두는 한시라도 빨리 염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혹여 자신도 모르게 편견이 고착된 건 아닌지, 과오에 대한 섣부른 관대함을 당파성이라 오해한 건 아닌지, 정치에 대한 혐오를 투표거부와 동일시하여 민주시민의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닌지 염치를 바탕으로 살펴야 한다.

자신의 염치가 바로서면 비로서 후보자의 염치도 판독된다. 후보자의 화려한 언변과 경력과 학벌에 가려진 그가 한 일과 하지 않은 일,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이 정리되고, 비로서 국민의 여망을 담을 그릇인지 분별 가능하다.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다양한 이슈가 부각되고 세상은 더 소란스러울 것이다. 그 소란이 당분간 우리를 더욱 옥죄며 성숙한 판단을 요구할 태고 그 성숙도에 비례하여 정치지형은 변동한다.

곧 구정연휴다. 격조했던 가족들이 모여 저마다 안부를 묻고 조심스레 총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며 여론의 추이를 살필 것이지만, 정부여당을 평가하든 야당을 심판하든 새로운 세력을 옹호하든 친아베 아바타를 발본하든 그에 앞서 각자의 염치를 살피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보시라. 그리하여 이번 총선에서 흰 빨래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처럼 ‘즐거운 소동’이었다 웃음 지울 수 있기를 기원한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지속가능발전정책실 전문위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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