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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에 처한 악어의 복수

기사승인 2019.10.14  16: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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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한 열대우림 근처에 위치한 늪지대 마을 발라박은 지난 몇 년간 악어의 공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식지 파괴로 멸종 위기에 놓인 악어들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악어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2019년 3월 3일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발라박(Balabac), 필리핀 - 코르넬리오 보니테(Cornelio Bonite) 씨가 실종된 11월의 어느 날, 한 악어가 사람의 팔을 입에 문 채로 발견되었다.

​“그 악어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필리핀-말레이시아 국경 인근에 위치한 늪지대 마을 발라박의 파수꾼인 에프렌 포르타데스(Efren Portades)(67) 씨는 낚시꾼 보니테 씨(33) 실종 수색을 지휘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 또 다른 -혹은 같은- 악어는 수영을 하러 바닷가에 뛰어든 16세 소녀 파르시 디아즈의 허벅지를 물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도망쳐 살아남았다.

​일 년 전에는 열두 살 소녀가 강을 건너던 도중 공격당했으며, 몇 달 후 그녀의 삼촌이 악어에 의해 갈가리 찢겨졌다.

​사람을 제하고, 악어에 의해 희생당한 개와 염소의 수를 세자면 차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일부 마을사람들는은 악어에 대한 복수를 꿈꿨다.

​“(보니테 씨를 죽인 그 악어를) 죽여버리고 싶었죠.” 희생자 보니테 씨의 수색을 이끌었던 낚시꾼 포르타데스 씨는 처음에 악어를 죽이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물고기를 유인하는데 쓰곤 했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저를 체포할 거면 체포해 보라죠. 체포에는 저항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저 마을 사람들을 사랑할 뿐이에요.”

 

​필리핀에서는 한 때 바다악어가 번성했으나, 20세기부터 이루어진 서식지 파괴와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한 낚시와 사냥 때문에 현재에는 몇몇 장소에 드문드문 서식하는 정도로 개체 수가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그 개체 수가 반등하고 있다. 서식지 주변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계속 늘어가고 있음에도 말이다.

​악어의 수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악어와 마주치는 일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그 끝이 좋지 않은 만남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발라박에서 악어는 이미 삶의 커다란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발라박에서 발생하는 악어 공격에 대하여 발라박이 속한 팔라완(Palawan) 주의 정부기관인 지속가능발전 의회의 조비치 파벨로(Jovic Fabello)가 말했다. “2015년 이래로 마을에는 매년 악어의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하여 관련 각료들은 ‘문제의 악어‘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려왔습니다.”

​지난 2월에도 열두살 난 발라박의 한 소년이 악어에 의해 공격당했지만 살아남는 사건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발라박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주민들은 불법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가죽 염색용 맹그로브 껍질을 마구잡이로 포획하고 있는데, 이는 악어들의 서식지에 개입하여 결국 악어를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더욱 가까이 끌어들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강 하구에서 보니테 씨의 시신이 반쯤 먹히다 만 채로 발견된 이후로, 발라박의 야생 동물 보호관 조나단 몬탈바(Jonathan Montalba)씨는 포르타데스 씨를 포함한 격분한 마을 사람들에게 악어를 죽이게 될 경우 받게 될 법적 처벌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며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향후 악어들의 대한 보복을 우려한 몬탈바 씨는 팔라완 야생동물 구조& 보호 센터에 이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센터 측에서는 메시지를 받자마자 살바도르 귀온(Salvador Guion)씨를 필두로 다섯 명의 노련한 동물 랭글러로 구성된 악어 구조팀을 꾸려 발라박으로 파견했다.

​그들의 임무는 악어들을 잡는 것이었다.

​구조팀은 가장 가까운 공항에서 허술한 포장도로와 바다를 지나 9시간을 달려서야 겨우 4만여명의 주민이 기거하는 서른 개 남짓의 섬으로 이루어진 발라박에 도착했다. 발라박은 한때 팔라완 전역에 걸쳐 볼 수 있었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귀온 씨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고 회고했다. “내가 악어라면, 이곳이 바로 내가 살고 싶은 곳이다!”

​발라박의 우거진 맹그로브 숲은 바닷물이 강물과 만나는 어귀에 위치하여 있으며, 햇볕 아래에서 일광욕을 할 진흙탕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닭, 개 그리고 염소들은 늘 강가에서 서성거리고 잡아먹을 물고기 또한 풍부하다.

​악어를 ‘체포’한다는 건 귀온씨에게 즐거운 임무는 아니었다. 동물 보호론자들은 그냥 야생에 내버려두자고 주장했다. 귀온 씨의 임무는 사람들이 동물들과 공존하며 그들이 생태계의 일부로서 그저 ‘위협’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악어를 뜻하는 타갈로그어인 ‘부와야’가 부패한 정치인과 비양심적인 사업가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귀온 씨는 그것을 악어에 대한 비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악어들은 정치인들에게 모욕당하지만,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악어들은 욕심이 없습니다. 1주일에 한두 번밖에 안 먹고, 그때도 한 끼에 체중의 3%만 먹죠.”라고 했다.

​귀온 씨는 발라박의 악어가 보니테 씨를 사냥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보니테 씨가 자신의 보트 근처의 진흙 속에 놓여 있었고 그의 움직임에 깜짝 놀랐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귀온 씨는 "악어들도 사람을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당장 자신의 이웃이 악어에게 잡아먹힌 사람들에게 상황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 줄 것을 기대하긴 어려우며, 악어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잘 입증해 준다.

​악어에 대한 보복성 공격의 한 끔찍한 사례는 2018년, 전세계에서 악어 공격이 가장 많이 일어난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다. 조직폭력배의 한 조직원이 마을사람이 당한 공격에 대한 복수로서 보호구역에서 동물 292마리를 죽인 것이 그것이다.

​발라박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귀온 씨와 구조팀원들은 염소 고기 조각을 미끼로 단 전선 닻을 놓기 시작했다.

​그들은 타겟이 된 악어를 보니테 씨와 파르시 디아즈가 공격당한 마을의 이름인 ‘바랑게이 5’ 싱코(Singko- 필리핀어의 스페인계 방언으로 숫자‘5’를 의미함)라고 이름 붙였다.

​‘바랑게이 5’마을은, 악어들이 주로 서식하는 맹그로브 숲이 아닌 발라박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그들의 타겟인 싱코는 마을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악어였다. 싱코는 돼지우리에서 흘러나온 배설물을 감지하고 발라박에 오게 되었으며, 주로 떠돌이 개나 닭들을 먹이 삼아 살아왔다. 싱코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귀온 씨가 닻을 놓는 동안, 싱코는 겨우 30피트 밖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닻은 텅 비어 있었다.

​악어 사냥은 몇 주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기는 하지만, 사람들 근처에 살다 보니 싱코는 더욱 대담해졌고 이틀만에 닻은 싱코를 잡기에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끄러운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귀온 씨가 망가진 닻을 고치던 어느 벌건 대낯에, 싱코는 물속에서 뛰어올라 수면에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던 염소고기를 낚아챘다.

​싱코가 미끼를 물고 수면 아래로 사라짐과 동시에 닻은 싱코의 턱 주변을 조였고 닻을 구성하는 막대는 부러졌으며 닻은 갈가리 찢겼다. 악어 사냥꾼들은 닻에 묶여 있던 줄을 당기고 싱코를 물가에서 땅으로 들어올렸다.

​귀온 씨의 구조팀은 우여곡절 끝에 마을 주민 십여명과 도르래의 힘을 빌려 길이는 15.7피트, 몸무게는 1050파운드, 그리고 나이는 50세로 추정되는 싱코를 들어올렸다. 싱코는 트럭에 실려 팔라완 주의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 로 이송되어 여생을 늪과 비슷한 환경으로 조성된 우리에서 보낼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싱코가 마침내 포획된 것에 대해 마을 사람 모두가 기뻐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발라박에 살아오던 몰보그(Molbog)족은 악어를 그들의 조상의 상징으로 여겨 신성시하고 있다. 몰보그어로 악어를 뜻하는 오포(opo)는 조부모를 가리키는 데에 쓰이기도 한다.

​“악어들은 보호되어야 해요. 당장은 악어를 잡아들일 수 있겠지만, 아주 없애지는 못할 겁니다.” 몰보그 족의 67세 노인 디아나우야 디아즈(Dianauya Diaz) 씨가 말했다. “싱코를 데려간 건 싱코의 자녀와 손자들에게 복수의 씨앗을 심은것이나 마찬가지죠.”

​보호론자들은 악어를 대상으로 한 숭배가 필리핀 타 지역의 원주민 부족내에서도 행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숭배가 악어로 하여금 사람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싱코가 잡힌 지 2주 정도 지났을까. 어느날 새벽부터 바랑게이 5의 항구에는 사람들이 넋이 나간 채 모여 있었다. 또 다른 악어가 싱코가 살던 영역에 들어온 것이다. 그 악어는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다시 잠수하며 그 반동으로 인해 퍼져나가는 물결같이 풍성한 비늘을 자랑하듯 내보였다.

​“우리 악어들은 착하답니다.” 세군도 라팔레스(Segundo Rapales) 씨는 물속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들을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되죠.”

 

이현이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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