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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역할, 아베에 반대하고 아베를 솎아내는 것

기사승인 2019.08.18  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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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며 이를 8월28일부터 시행한다는 아베정권의 조치로 인해,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문정부 역시 일본을 제외하는 동일 조치를 9월 중 시행하겠다 대응하면서 한일 관계가 제법 삼엄하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사태는 아베정권이 초래하였다. 한국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소멸되지 않았다’는, 즉 불법식민지배 하에서 강제징용 당한 개인들은 일본기업에게 배상청구권이 있다는 취지의 판단에 대해 아베정권이 치졸하게 대응한데서 비롯되었다. 아베정권은 개인청구권도 ‘한일 청구권 협정(1965년)’으로 소멸된 것이라 주장하지만 협정으로 사라진 것은 국가간 청구권(외교보호권)이지 개인청구권이 아니다. 일본 사법부도 국가간 청구권 협정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과 ‘소일공동선언(1956년)’ 이후 미국과 소련에 대한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바 있고 일본 정부도 이를 인용한 바 있다. 1991년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확인했으며, 2008년 공개된 외무성 문서에도, 2018년 10월 일본의원의 개인청구권 소멸 여부 질의에 대한 일본 외무장관 답변에서도 소멸되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굳이 과거 일본정부의 입장을 밝히지 않더라도 국가는 개인청구권을 처분할 권한 자체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스스로의 논리를 뒤엎고 경제보복을 시도 중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안보를 끼워 넣는 일본의 속내는 한층 불량하다. 한국이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으로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해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이는 안보협력을 파기 책임을 한국에게 전가하면서 동시에 일본 군사력을 강화의 명분을 쌓겠다는 교활한 의도라 하겠다. 개인청구권을 국가간 신뢰문제로 부풀리고, 경제보복을 안보문제로 가리며, 정착 안보협력 파기를 유도하는 일본의 전략은 한국을 일본의 경제식민지로 복원하고 독자적 안보의 틀의 확보한 후 개헌을 통하여 언제든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되돌리겠다는 일본 우익세력의 숙원을 드러낸 것이다. 식민지배 받던 한국을 경쟁자로 인식한 아베정권은 오랫동안 혐한론을 자국민에게 불어 넣고 권력을 총리관저로 집중했다. 이러한 때 강제징용 배상은 일본식민지배의 불법성 인정이자 아베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기에 무리수를 던진 것이다.

 

이렇듯 일본은 정해진 길을 가는데 주저함이 없다.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는 그 일환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아베정권의 의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부류들이 있다. 일본경제 없는 한국경제는 생각할 수 없는데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말하지만 과거 경제론에 천착한 이들에게 글로벌 분업과 협업은 생소한 용어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베정권보다 더 일본을 알뜰히 살피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들이다. ‘불편한 진실’을 용기 내어 알린다면서 자국 대법원 판결이 잘못된 것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그 중 하나다. ‘1965년 청구권 협정에는 개인청구권까지 일괄 타결된 것’이라고 표변한 일본정부 주장에 동조하면서 나약한 조선을 탓해야지 강성한 일제가 무슨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들에게 식민지배나 불법적 지배는 나약한 초식동물의 넋두리일 뿐이다. 이들은 국제법을 거론하며 한일합병의 합법성까지 두둔하고 이를 한일협정에도 적용하려 애쓰지만, 정작 법철학이 매우 빈곤해서 1965년 한일협정 문구에 영향을 준 양국의 정치∙경제 상황과 미군정의 주도적 이념을 외면한 채 문자에만 꺼둘린다. 그나마 문자해석에서도 일본의 주장을 편취한다. 분열과 대립의 원인을 살피기 보다는 힘의 우위로 기형성된 미봉책을 지지하기에 바쁘다.

어디 이 뿐이랴. 아베정권과 동일한 안보관으로 북과의 거리를 더 넓히고 대립하려 애쓰는 세력도 있다. 일본에게 있어 안보는 남북의 긴장을 유지하고 개입을 정당화할 빌미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이웃 한반도 전쟁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한 일본은 남북이 소원할수록 자국에 유리하다는 것을 세포 깊이 각인했다. 최근 한반도에 고조되는 통일기운 상승도 독도 야욕을 계획한 일본에게는 달갑지 않다. 그런데도 이들은 남북간 관계가 회복되면 일본경제를 넘어설 수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품 국산화는 신쇄국주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아냥 하고 더 나아가 ‘한일 갈등은 문정부가 의도한 작품’이라고 왜곡한다. 원컨 원치 않건 이들은 아베가 원하는 최상의 정치지형 만들기에 부역하고 있음이다.

 

대다수 시민들과 괴리되면서 나름의 소신과 논거로 무장한 이들은 어떤 존재들일까? 현상학의 창시자 후설(Edumund Husserl)에 따르면 의식과 존재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로 존재를 파악될 수 있다. 의식의 방향성(intentionality)이 존재의 존재방식이기에 의식의 방향성을 살피면 어떤 존재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존재의 의식은 지금의 위치로 그들을 톱아 올린 계층과 세력을 대변한다. 이로 비춰볼 때 이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쉽게 이해된다. 과거에도 그렇고 일본과 대립하는 지금도 그들이 어디를 지향하고 어디에서 운신하려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베정권이 8월28일부터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유지한 채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허가하면서 한걸음 물러났다. 실질적 규제 34일만이다. 한국이 일본의 경제보복이라고 WTO에 제소할 것을 대비해 국제사회의 판단을 흐리려는 의도와 한국의 입장 변화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담은 조치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자신들의 성과라 아전인수하며 사태를 완화할 기회라고 팔을 걷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아베정권이 수출규제를 반도체 핵심 소재 외로 확대하지 않은 것은 문화∙경제∙스포츠 전분야에서 불매, 불방을 이어가는 한국 시민사회 역량을 두려워한 때문이지 한국 정치권의 협상 성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권의 개입 의도가 무엇이든 시민사회가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은 분명하다. 국제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아베정권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단순한 경제적 대응을 넘어 군국질서를 꿈꾸는 아베정권의 본질을 온전히 밝히는 것이며 그 전술 중 하나는 도쿄올림픽을 활용하려는 아베정권의 시도를 봉쇄하는 것이다. 세계 평화의 상징이어야 할 도쿄올림픽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개헌하자는 아베정권의 홍보창구로 전락되어서는 안되며 방사능 위험지역의 식품을 선수들이 취해서도 안된다. 더 중요한 전술 중 하나는 한국 내부에서 아베를 솎아내는 일이다. 총선이 코앞이다.  보통은 총선을 정부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라 하지만 이번 총선의 더 큰 의미는 여야를 불문하고 아베 아바타를 확실하게 지우는 일이다. 다소간 번거롭더라도 시민사회는 정치세력의 존재방식을 면밀히 살펴서 친아베 정치세력을 청산할 기회로 확정해야 한다.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송상훈 (사)푸른아시아 지속가능발전정책실 상근전문&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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