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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퀴어문화축제 단상

기사승인 2019.06.20  17: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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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 전주에서 ‘퀴어문화축제’(이하 ‘전퀴’)가 개최되었다. 전주에서 퀴어 관련 축제가 열린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였다. 첫 번째 개최 당시에는 집안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꼭 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날부터 열심히 짐을 꾸렸다.

축제가 열린 전주 시청 앞 노송광장은 굉장히 넓은 곳이었다. 광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주 시청 앞 출입구를 통과해야 했다. 택시를 타고 출입구 앞에 도착하니 벌써부터 경찰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탄핵 시위에 참석했을 때나 보았던 창문이 철창으로 막힌 버스도 드물지 않게 보였다. 나는 우습게도 그 순간 ‘전퀴’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퀴어문화축제’에 혐오 세력이 등장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그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이야기’의 한 가운데 다가간 셈이니! 때 마침 무지개 페이스 페인팅을 한 사람들이 광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나도 그 사람들의 뒤를 따라 광장으로 향했다.

 

#양성평등은 OK, 성평등은 NO?

공식적인 축제 시작 시간은 11시였고 내가 도착한 시간은 11시 10분 이었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들릴 만큼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 걸음씩 내딛을수록 기대감을 커져갔다. 그리고 광장에 막 발을 내딛으려던 그 순간, 내 옆에서 어떤 남자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여길 왜 내가 못 들어가?”

경찰 여럿이 달려들어 남자가 광장 안으로 못 들어오도록 막아섰다. 남자는 오히려 경찰들이 잘못했다는 듯이 화를 내고 당장이라도 밀고 들어와 누구라도 한 대 칠 기세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 남자는 ‘혐오세력’ 이구나.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옆을 지나가면서 들은 짧은 말들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위압감이 느껴졌다.

​남자의 말을 잊어버리려 애쓰며 들어선 광장은 이미 수많은 부스가 넓은 풀밭을 가득 메운 지 오래였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부스를 돌아보며 물건을 구입하거나 구경하고 있었다. 한 쪽에 위치한 무대에서는 오후에 시작할 무대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빠른 걸음으로 가장 가까운 부스로 향해 구경과 구입을 시작했다.

30여개가 넘는 부스들에서는 개성 넘치는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것은 금속배지 였는데, 어떤 단체에서 파느냐에 따라 배지에 새겨진 그림이 달라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구경거리들이 있어서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녹색당 부스에서는 고기를 쓰지 않은 병아리 콩 후무스와 버섯 구이를 제공했다. 그리고 개신교가 ‘퀴어’에 무조건 적대적일 거라는 내 생각이 무색하게 부스 중에서는 ‘퀴어’를 지지하는 개신교인들의 모임이 존재했다. 그 곳에서 느낀 것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모르는 것은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내가 아는 지식이 모든 것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편협한 생각이었음에도 어느 순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여러 부스들을 돌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마주하는 순간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깨달았다.

 

퀴어문화축제에서 구매한 물건들

 

오후 1시가 되자 본격적인 무대 행사가 시작되었다. 비 예보가 있어서 하늘은 어두웠지만 사람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수많은 깃발들이 흔들리는 가운데 개회사가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 개회사를 듣던 중,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고 저 너머에서 들려왔다. 나는 걸음을 옮겨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언제 왔는지 ‘혐오세력’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혐오세력들이 시위하는 피켓과 슬로건

 

신호등 하나를 사이에 둔 채 그들은 ‘전퀴’를 포함한 ‘퀴어 관련 축제를 반대한다’ 외치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 이라는 근거 없는 말은 물론 ‘남자 며느리 NO, 여자 사위 NO’ 라는 뻔한 문구도 어렵지 않게 보였다. 인원수가 많지 않고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광장으로 넘어오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마이크 소리에 그들이 열심히 찬송가 부르는 소리가 먹혔다.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음에도 악을 쓰는 모습이 조금은 불쌍했지만 그런 동정심은 사치였다. 그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가장 경악하고 어이없었던 것은 전혀 관계없는 내용까지 반대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들은 ‘국민이 주체가 되어야지 사람이 주체가 되어선 안 된다’라고 써진 피켓을 당당하게 들고 있었다. 국민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인가?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동성애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반대를 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전혀 관계없는 내용을 끌어다 악을 쓰면서 우기는 모습은 일말의 동정을 준 내가 한심해 보일 정도였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 13:34-35)

나는 2시 반 경 광장을 빠져나와 그 옆에 위치한 객사로 향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하느라 힘이 빠진 것도 있었고 식사를 거른 탓에 배가 고픈 것도 있었다. 오후 4시 경 예정되어 있던 거리 행진과 마저 무대를 못 보고 가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객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신호등을 건너야 했는데, ‘혐오세력’들이 이미 한 쪽 신호등을 점거한 탓에 나는 반대쪽 신호등을 건너야 했다. 내가 ‘혐오세력’의 건너편에서 계속 길을 가며 멀어질 때까지 그들은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밥을 먹으며 SNS를 검색한 결과 ‘전퀴’는 그나마 ‘혐오세력’이 적은 편에 속하는 축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각해보면 퀴어 관련 축제가 열릴 때마다 죽어라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뜨는 편이었다. 전주는 그런 것 없이 조용했으니 굉장히 평화로운 편인 셈이었다. 또한 ‘전퀴’에 배정된 수많은 경찰 인력들이 그들의 출입을 막아 준 것도 한 몫 했다. 전주 내에서 개최되는 행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큰 규모로 배치가 되었다는 말을 개회사 당시에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덕분에 나 역시 정말로 즐겁게 축제를 즐기다 왔다. 그러나 나는 나를 보던 ‘혐오세력’들의 시선과 반대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드높이려 애쓰던 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은 왜 ? 혐오 없이는 그들의 의견을 낼 수 없는 것일까? 때문에 즐겁게 놀고 돌아와서도 찝찝한 기분은 숨길 수 없었다.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구절은 ‘사랑’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유명한 말처럼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서로를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행동하곤 한다. ‘혐오세력’들이 그들을 반대하며 근거로 삼는 구절 역시 주제가 ‘사랑’이다.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고 소돔과 고모라의 재림이 일어날 것처럼 불안에 떤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부르짖는 성경 속에서는 ‘이웃을 사랑하라’ 했는데, 오히려 성경 속의 논리라면 그들을 존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성경의 말을 따르는 듯 따르지 않는 그들이 과연 진정한 믿음을 가지고 올바른 신념을 실천중이라 할 수 있을까? 그 의문점이 해결되기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김규로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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