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지속가능성과 빚

기사승인 2017.06.14  08:12:43

공유
default_news_ad2

 

우선 우리가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미래세대의 행복할 권리·잘 살 권리를 우리가 침해해선 안 된다는 지속가능발전 개념의 통시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일 테고, 혹시 아니더라도 어느 나라인가의 국민일 겁니다. 그래서 ‘친숙한’ 정부 이야기를 통해 지속가능성의 모양을 살펴봅시다.

정부재정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정부 수입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면 가장 큰 수입원은 세금입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있다.”는 얘기가 허투로 나왔겠습니까. 국세청, 소소하게 세무서란 관청은 예나 지금이나 두려운 곳입니다. 세금은 정부의 핵심적이고 가장 큰 수입원입니다.

세금 말고는 어떤 수입원이 있을까요. 가계도 마찬가지인데 월급만으로 생활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든지, 친지에게 빌리든지 임시변통합니다. 더 급하면 케이블TV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업소들 가운데 한 곳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정부도 빚을 많이 지는데, 이 빚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임시변통이 아닙니다. 가계와 달리 정부는 당당하게 빚을 냅니다. 정부가 빚을 내면서, 얼마만큼 빌렸고 언제 원금을 갚을 생각이고 이자는 얼마씩 내겠다고 증서를 써준 게 국채입니다.

(참고로 국가가 국내가 아닌 세계 금융시장에서 빚을 질 때 부담할 이자를 결정하는 구조는 개인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논리와 동일합니다. 개인이 돈을 빌릴 때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은행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케이블TV에서 시도 때도 없이 광고를 때리는 러쉬앤캐시 같은 곳에 가야 합니다. 더 내몰리면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사채업자를 찾겠지요. 삼성전자의 위험도가 한국 정부보다 낮다고 합니다. 이 말은 한국 정부가 빚을 지면서 발행한 채권, 즉 국채가 부담하는 이자가 삼성전자가 빚을 지면서 발행한 채권, 즉 회사채의 이자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정부들끼리 경쟁할 뿐 아니라,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다국적기업들과도 자본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세금과 국채발행 외에도 정부는 직접 기업을 설립ㆍ운영해 돈을 법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 즉 공기업은 사실 돈을 벌려고 설립된 조직이 아닙니다. 대부분 공공재 성격의 상품을 독점적인 시장에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서도 수입이 발생합니다. 취급상품이 전부 공공재로 분류되지는 않겠지만 과거 왕조시대 정부들도 직접 기업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이른바 전매사업입니다. 인삼ㆍ소금ㆍ담배 등이 대표적입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벌어들인 사례입니다. 반대로 공공재를 공급하는 공기업을 운영하면서는 적자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적자는 재정운용원칙에 입각한, 의도한 적자이겠지요.

또 다른 수입원으로서 화폐(추가)발행은 고려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영국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전쟁 등 앞뒤 잴 경황이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평소에는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세계적으로 통화량에 관한 엄격한 준칙을 지키는 경향이 일반적입니다. 화폐증발은 재정목적보다는 경기조절 수단으로나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국가경제의 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고상한 동기는 차치하고라도, 지금의 국가경제는 세계경제에 긴밀하게 포섭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런 선택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 중앙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내 민간에 진 정부 빚을 갚았다고 칩시다. 이때 유발된 인플레이션으로 국가경제체질이 급속도로 나빠지며 외국 자본이 그 나라를 떠나가게 됩니다.

뭐 그런 정도는 잠시 다 같이 힘겹게 참아내자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도 있겠으나 만일 정부 빚이 자국 통화가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로 진 것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달러로 진 빚이 있다면 원화를 찍어내 갚을 도리가 없습니다. 결국 국가부도가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국가부도’는 일국경제가 일국을 벗어나 세계경제에 편입되었기에 쓸 수 있는 용어입니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급전을 조달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상 부도가 난 것이지요. 정부 입장에서는 되도록 피하고 싶지만 아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처럼 급전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빚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 공식적인 비용 외에도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은 비공식적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그 비용을 적잖게 치렀습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각국 정부는 통화량과 관련한 준칙 따위는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시장자본주의란 말 대신 국가자본주의란 말을 써야 할 지경입니다. 단 국가부도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취약성은 동일합니다. 원화를 통화로 쓰는 경제권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세, 국채발행, 공기업운영에다 급전으로도 안 되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금을 모아서 어떻게 합니까. 내다 파는 거죠. 달러로 바꿔서 (달러로 진) 빚을 갚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긴 하지만 크게 보아 민영화도 금 모으기 운동과 비슷합니다. 수입원 이상의 의미를 갖지만 민영화가 당장은 정부에 돈을 가져다줍니다.

민영화는 한마디로 정부가 갖고 있는 재산을 (외국계 자본을 포함한) 민간에 파는 것입니다. 가계에 비교하면 어려움에 처해 가재도구를 파는 것이나 마찬가지 마찬가지입니다. 공기업을 운영해 지속적으로 수입을 창출하는 대신 민간에 공기업을 매각하고 돈으로 바꾸는 게 민영화입니다. (과거 영국 대처정부에서 열성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한 이래 민영화는 하나의 보편적 철학으로 각국 정부에서 검토되고 실행됐으며, 또한 다른 철학을 지지하는 세력으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했습니다. 민영화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는 너무 많이 나간 얘기가 될 듯합니다.)

민영화의 철학은 복잡하지만 거래는 단순합니다. 정부 입장에서 자산이 나가고 돈이 들어올 것입니다. 예컨대 인천국제공항공사 같은 곳의 민영화가 성사된다면 당장 정부 장부에는 수입이 잡힐 겁니다. 물론 자산항목에서는 빠져나가겠지요. 한방에 현금화해버리는 방법입니다.

정부는 과세, 국채발행, 공기업운영(수익사업), 나아가 민영화를 통해 수입을 창출합니다. 재정의 건전성을 따진다면 어떤 걸 중점적으로 봐야할까요.

신문지상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가 국가채무비율입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빚을 져야 재정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가계ㆍ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비용을 과다하게 부담하면 복지 및 미래 성장동력 등에 투자할 여력이 소진됩니다. 또 이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만기가 돌아오면 갚아야 하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에 목돈이 나가게 됩니다.

모든 종류의 빚 증서에는 만기, 즉 갚아야 할 시기가 있습니다. 국채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채 중에 최우량은 미국 정부가 발행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만기 중에 30년도 있습니다. 기간과 상관없이 구조는 동일합니다. 거둔 세금만으로 정부지출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 국채를 발행합니다. 30년 만기 국채는 지금 빚 증서를 내주고 돈을 받은 다음 30년 뒤에 갚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때 갚을 돈은 완전히 다른 돈일 것입니다. 30년 동안 현금을 갖고 있으려면 애초에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겠지요. 사람이나 국가나 용처가 있어서 빚을 지기 마련이고 일단 돈이 들어오면 쓰고 맙니다. 계획이야 있겠지만, 30년 뒤의 일은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감당하겠지요. 그때 가서 별다른 수가 없으면 만기가 된 채권을 소유한 사람에게 세금으로 돈을 내줘야 할 겁니다. 그나마 빚을 갚기 위해 다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으면 다행이겠지요.

지금 미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재정확대로 위기를 수습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들이 저질러 놓은 난장판을 국민의 돈으로 수습하고 있는 겁니다. 안 그래도 적자 상태인 미국정부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적자를 더 늘리고 있습니다. 연간 재정적자 규모는 1조 달러를 훌쩍 넘어섭니다. 1조 달러면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습니다.

미국이 이 상태로 계속 빚을 쌓아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계속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지요. 현실여건상 미국정부가 획기적으로 빚을 줄일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인 3억 명이 언젠가는 이 빚을 갚아야 합니다. 30년 만기 국채라고 치면 지금 발행한 물량의 만기는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30살이 될 때 돌아옵니다. 어떤 식으로든 미국정부는 돈을 내어주어야 할 겁니다. 물론 상환부담이 너무 클 때는 빚을 연장하겠지요. 소위 선진 금융기법이 발달해 있어 국가채무와 관련해서는 특정한 빚을 어떻게 처리했느냐 하는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빚의 전체 규모가 어떻게 변화하느냐가 더 본질적인 내용입니다.

빚진 금액에 대해 원금은 갚지 않고 꼬박꼬박 이자를 내며 버텨가다 보면 전체 빚 규모가 점점 불어납니다. 이른바 차환발행(roll-over)이라고 하는 것이 따지고 보면 유흥비를 많이 쓰는 30대 초반 직장인의 카드 돌려막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카드빚이든 국채든 언제까지나 돌려막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언젠가는 또 누군가는 갚아야 합니다. 못 갚으면 파산하는 것이지요. 정부재정일 때는 개인과 달리 장기매매에까지 몰리는 극단적 상황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종국에는 세금으로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재정 규모가 확대되고 인플레이션이 유발돼(혹은 의도적으로 유발시켜) 실제 빚 부담이 줄어드는 등 정부 빚은 가계나 기업 빚과 달리 여러 가지 ‘대안’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게 ‘인플레이션 택스(Inflation Tax)’입니다. 하지만 빚이라는 성격은 동일하고 그렇기 때문에 갚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 ‘과도’하다면 항상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재정이 건전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크게 수습할 일이 생깁니다. 거둘 수 있는 한 최대로, 시쳇말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세금을 거뒀지만 도무지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됩니까. 부도입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제로 부도난 적이 있고 러시아 정부 등 국가 수준의 부도도 심심찮게 일어났습니다. (물론 지자체 수준의 부도와 국가의 부도는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국가부도는 세계화한 자본시장, 특히 외환시장의 기능과도 연결지어 생각해야 합니다.)

국가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을 때 국민이 감당하는 고통이 어떠한지는 외환위기 때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속가능하고, 정부 재정이 지속가능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말은 지금 현 세대 뿐 아니라 미래 세대도 적정한 수준의 삶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마구 빚을 내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다면 우리 아들 딸 세대는 세금을 내느라 허리가 휠 것입니다.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침해한다면 그러한 세대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국가만 그러한 게 아닙니다. 어느 집안이나 “주색잡기에 빠진 할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많이 고생했다”는 식의 얘기가 전해집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욕구만을 위해 아들이나 손자 세대가 행복하게 사는 데 필요한 자원을 당겨서 써버린 겁니다. 이러한 세대간의 문제를 미시적으로 개인 수준에 환원해 보면 무분별하게 카드 빚을 내서 유흥이나 쇼핑으로 탕진한 뒤에 해결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세대 간의 문제는 장기와 단기 간 조화로운 자금(자원)운용계획의 수립 문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국가재정, 가계에 있어 세대 간 자원배분의 문제는 지속가능발전의 근본개념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안치용 /발행인 dragon@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