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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도 브랜드다

기사승인 2018.07.27  17: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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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진한 황색 바탕에 검은색 글자가 적힌 포장지로 포장된 제품들을 한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바로 ‘No Brand’상품들이다. 2015년 4월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창시한 노브랜드는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불필요한 광고, 마케팅 비용을 제거하여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고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 노브랜드를 검색하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글이 주를 이룬다. 노브랜드의 가성비 전략은 저렴한 가격에 쓸 만한 물건을 얻었다는 느낌, 즉 스마트 컨슈머가 되었다는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SNS가 활발한 요즘 사회에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에 의한 버즈마케팅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유통업이 전체 매출구성의 92.92%를 차지하는 유통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유통단계의 축소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과거 노브랜드 제품포장에는 How this Price?라며 어떻게 이 가격이 나오게 되었는지 간단히 설명해주던 표시가 있었다. 대체로 ‘유통비, 포장비를 절감했습니다.’등의 내용이었다. 이 표시가 왜 점차 사라진 것인지 궁금해 이마트 공식 페이스북에 질문했으나 즉각적인 응답이 없기에 부끄러운가 싶어 그냥 직접 살펴보았다.

 

 

우선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자색 고구마칩의 경우, 포장 겉면에 말레이시아산(OEM)이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제조사인 말레이시아 기업 KILANG MAKANAN MAMEE SDN BHD에서 수입원인 이마트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했음을 의미한다. 이마트는 인건비가 저렴한 말레이시아 현지 제조공장에서 제품을 제조하도록 위탁한 다음 완성된 상품을 수입해서 노브랜드라는 하나의 브랜드 상표를 부착해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기업은 이를 통해 고정적인 수출판로를 확보할 수 있고 낯선 해외시장(한국시장)에서 손쉽게 소비자 신뢰를 얻어 매출을 높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노브랜드 과자인 고르곤졸라치즈 소프트콘의 경우 ㈜산들촌이 제조원이다. 산들촌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해본 결과, 제조원은 자체적으로 해당 제품의 생산라인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마트 측은 불시 검문 등의 방식으로 품질검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품에 문제가 제기되면 생산을 담당한 제조원이 교환, 반품, 배상을 담당한다. 제조사는 이마트와 함께 검사한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제조사가 책임지는 방식을 수용했다. 이것은 어쩌면 고르곤졸라치즈 소프트콘의 서러운 운명을 바꾸는 값인지도 모른다. 실제 대형매장 내 과자코너에서 양파링, 조리퐁 등의 인기과자 끝에 놓인 채 그 매력을 알고 있는 일부 고객층에게만 인기 있는 산들촌의 다른 제과제품들과 달리, 노란 포장을 입고 노브랜드 코너에 앉아 있는 고르곤졸라치즈 소프트콘은 산들촌을 모르는 수많은 소비자들의 카트에 쉽게 담긴다.

이렇게 이마트는 1940년대부터 제과, 식품산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해온 롯데, 해태, 오리온, 농심 등과 같은 방식으로 과자공장을 세워 경쟁하기보다 해외 업체나 중소기업을 협력업체로 두고 거래관계에 의해 각기 다른 상품들에 같은 브랜드 가치를 씌웠다. 이마트는 과자를 팔고 싶은 게 아니라 노브랜드를 팔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내 제과시장이 이미 과점시장이긴 해도 이마트의 친근성을 십분 활용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쉬운 품목부터 선택한 것이다. 또한 다양성을 갖추기보다 특정 품목에만 주력하며 서서히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과자, 식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결국 노브랜드도 브랜드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아니다. 소비자다.’ 라는 문구는 캐치프레이즈일 뿐, 노브랜드 역시 이마트가 만든 하나의 브랜드다. Made For Consumer 라는 문구를 통해 그들의 철학은 최적의 소재와 제조법을 찾아 최저의 가격대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브랜드 네임보다 제품의 질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황색의 포장에조차 이마트 이미지를 담아 놓았다. 이마트의 독자상품 브랜드는 노브랜드 외에도 피코크(프리미엄), 몰리스(애완용품), 데이즈(패션), 러빙홈(생활/가전/문화), 빅텐(스포츠), 자연주의 친환경(올가닉) 등 8개나 더 있다. 다만 노브랜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추구하는 ‘저렴한 가격’ 이라는 효용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고 이목을 끄는 것이다.

물론 이마트가 ‘No Brand’를 브랜드화하고 있음을 숨기진 않았다. 그렇지만 언뜻 느끼기에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쉬우니 소비자중심을 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해볼 필요는 있다. 소비자들 가운데 그것이 브랜드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 점을 언급하는 것은 노브랜드가 브랜드여서 갖는 이점과 단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브랜드가 하나의 브랜드라면, 스마트 컨슈머들은 제품에 불만이 있을 때 싼값에 산 건데 이 정도면 되었다며 인정 많은 생각을 갖기보다는 냉철하게 제품을 인식하고 당연한 소비자 권리를 자신 있게 따져 물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브랜드가 간과하기 쉬운 것은 무엇일까.

우선 브랜드로서의 책임감이다. 최근 노브랜드 계란과자에서 콘돔 포장지가 나왔다는 소비자가 있어 이슈가 되었다. 서울시 강북구에 거주하는 A(30)씨는 지난 7일 이 일에 대해 이마트 본사에 연락했으나 본사는 지점에 연락하라며 사과하지 않았고 지점 역시 제조사로 책임을 넘겼다. 위에서 다른 노브랜드 제품의 제조원에 연락해본 내용에 따라 추정하자면, 노브랜드 계란과자 역시 이마트와의 계약 규정 상 제조원이 하자 있는 제품의 변상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소 노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이마트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는 소비자 A씨의 말에 공감하지 않는 소비자는 드물다. 매뉴얼을 차치하고 이마트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투로 소비자의 불편을 등한시한다면 기껏 쌓은 신뢰도 동시에 무너진다.

또 간과하기 쉬운 것은 소비자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마트 노브랜드 상품이 진열된 코너를 지나면서 초코칩 쿠키나 버터맛 쿠키가 든 커다란 바구니에 대해서는 욕심이 나지 않았다. 쿠키를 좋아하긴 하지만 혼자 지내면서 같은 맛의 쿠키를 계속 먹는 일에는 싫증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처럼 같은 쿠키가 다시 먹고 싶어지면 슈퍼를 한 번 더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각자의 기호와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브랜드 상품의 태생적 단조로움이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저렴한데 양이 많다는 점만 노골적으로 강조하기보다는 소비욕구를 계속해서 자극할 만한 변화, 예를 들어 식품의 건강한 이미지나 포장의 세련된 디자인을 함께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노브랜드가 이마트 소속 브랜드인 이상 지역 상권과의 마찰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노브랜드가 승승장구할수록 이마트의 경쟁력은 강화되고, 지역지점을 늘릴수록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마트가 노브랜드 매장 입점을 추진하는 대구, 경산, 부산 등 다수 지역에서 노브랜드가 판매하는 신선농산물과 생활용품 등 800여종이 지역 영세 상인들의 취급품목과 겹쳐 골목상권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경제·시민단체의 반발도 심각하다. 이마트는 그동안 당진어시장, 구미선산봉황시장, 경기 안성맞춤시장, 여주 한글시장 등 전통시장에 상생스토어를 세워 집객 분수효과를 일으킴으로써 전통시장이 지닌 원스톱쇼핑 환경의 한계를 극복시키는 등 지역중심상권에 협력적으로 진출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골목상권은 전통시장과 특성이 다르다.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차별적 사업 확장은 을의 입장인 지역 상공인들에게 생계가 걸린 어려움이 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간담회에서도 당부되었듯이, 유통업체인 이마트가 노브랜드스토어 사업을 확장시킬 때에는 골목 상권과의 상생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노브랜드도 브랜드다.

그러므로 노브랜드는 정체를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 심리를 사로잡고자 더 번쩍이고 우수한 것들을 만들어 높은 값을 부르는 각종 브랜드들 사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 주겠다는 의도는 분명 메리트가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핑계로 품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일에 무관심하다 보면 한편으로 소비자를 무시하는 격이 되어 버리기 쉽다. How this Price? 혹시 협력 제조사에 지나친 원가절감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조사의 품질관리의 방식과 그에 개입하는 횟수는 적절한지, 이익과 책임에 대한 분담은 합당한지, 소비자 불만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기업이 바탕을 둔 사회와 진정 상생하려 하는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해 보아야 할 때이다.

 

 

박민영

지속가능저널 sustainability@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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