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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적 투자와 전략적 투자

기사승인 2019.09.21  0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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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투자를 합니다. 어느 기업이 다른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두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우선 자금 활용 차원에서 수익률을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수익률은 중요하지 않고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데 목적을 둔 주식매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의 투자를 재무적 투자라고 합니다. 개미들과 (거의) 마찬가지로 돈을 벌기 위한 투자입니다. 반면 후자의 투자는 전략적 투자입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지분을 획득해서 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이지요. 두 가지 투자는 회계처리 방법도 다릅니다. 특별히 보유 지분이 높을 때(전략적 투자일 때)는 주식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투자회사의 실적까지 반영하는 지분법 회계를 적용합니다. 후자의 극단적인 형태가 지주회사(Holding Company)입니다.

앞서 돈의 흐름은 수익률에 따라 생긴다고 했습니다. 맞는 얘기이지만 전략적 투자일 때는 수익률을 산정하는 기준 기간이 재무적 투자에 비해 훨씬 더 길다고 봐야 합니다. 서브프라임사태를 단순화하면 수익률의 역류로 줄줄이 저수지가 넘치고 댐이 붕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규모로 작동하는 돈의 흐름이 생기면서 과거에 비해 자본시장에 변수가 더 많아졌습니다.

환율이란 통화들 간의 교환비율인데 원론적으로 특정 국가(경제권)의 경제체질, 이른 바 펀더멘털에 좌우됩니다. 하지만 펀더멘털과 꼭 일치하지 않는 환율변동이 세계화한 금융시장에서 일어납니다. 1992년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당시 고평가돼 있던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해 10억 달러가 넘는 떼돈을 번 사례나 1998년 동남아 금융위기 등은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펀더멘털의 문제라기보다는 머니게임의 문제였습니다.

조지 소로스의 투자는 분명 전략적인 것이었습니다. 공매도를 동원한 조지의 영국침공이 그렇다고 우리가 말하는 전략적 투자는 아닙니다. 투자대상도 주식이 아닌 외환입니다. 전략적 제휴, 전략적 파트너십 등에서 말하는 제휴ㆍ파트너십은 주식을 매개로 할 때가 많습니다. 소로스의 파운드 공격은 단순히 거대한 투기였던 셈이지요.

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 전략적 투기입니다. 이런 투기자본을 통상 핫머니라고 합니다. 원래 용어의 의미와는 많이 달라진 헤지펀드는 핫머니와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핫머니는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사악한 미꾸라지들이란 비난을 받습니다.

해류에 난류와 한류가 있듯이 세계 금융시장에는 핫머니에 대칭되는 쿨머니(Cool Money)가 있습니다. 핫머니가 사악한 자본이라면, 쿨머니는 덜 사악한 자본입니다. ‘착한 자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본에 ‘착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게 형용모순이라고 합니다. 취향에 따라 ‘착한’이나 ‘덜 사악한’ 중에서 골라 쓰면 되겠습니다.

대체로 핫머니는 재무적 투자에, 쿨머니는 전략적 투자에 연관됩니다. 예컨대 외환은행의 대주주 론스타는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측면에서는 전략적 투자이지만 은행업에 대한 관심 없이 그저 투자이익만을 추구했다는 측면에서는 재무적 투자입니다. 퀀텀펀드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략적 투기자본이라고 분류해도 무방합니다.

반면 제일은행을 인수해 SC제일은행으로 바꿔놓은 스탠다드 차타드는 은행비즈니스의 확대 및 시너지를 추구했다는 측면에서 분명 전략적 투자입니다. ‘먹튀’가 목적이 아니라 한국내 은행사업의 확장이 목적입니다.

‘뜨거운’ 돈이든, ‘차가운’ 돈이든 돈은 돌아다닙니다. 돈의 이동을 초래한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 수익률이겠지만, 이때의 수익률은 전통적인 의미의 수익률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원본에서 이탈한 복사본이 스스로를 재복제하듯 어떤 자본은 순환적 시뮬라시옹에 의해 스스로를 굴리기도 합니다.

돈의 흐름이 매우 복잡해졌다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에서 자본의 흐름은 난류와 한류에 비견될 핫머니와 쿨머니가 있고, 세계금융시장을 분석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통제불능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자본의 시뮬라시옹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자본의 시뮬라시옹이란 말은 자본의 결정적 해방, 또는 자본의 자기주도 쯤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제 자본은 더 이상 인간에게 봉사하지 않습니다. 인간은커녕 시장에도 봉사하지 않음으로써 초월적 존재로 격상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의 지배에서 벗어난 존재는 자본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이 두 가지가 세계금융시장의 지배적 현상입니다. 당연히 한 나라의 금융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또한 좁은 의미의 사회책임투자와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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