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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사승인 2018.04.24  19: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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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스비에른 발 지음

서평/이영희 (사회민주주의센터 집행위원장)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복지국가 노르웨이가 '타이타닉'호의 객실?

이 책을 다시 읽을지 말지 고민했다. 나는 일 년 전 이 책을 조금 읽다 덮어두었다. 이제 복지국가의 첫걸음을 겨우 뗀 한국에서 사는 내가 이미 성숙한 복지국가인 노르웨이를 걱정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복지국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는 내가 읽었던 복지국가와 관련한 어느 책보다 탁월한 수작이다.

노르웨이를 비롯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정치, 사회문제, 노동문제에 대한 칼럼을 쓰는 노동조합 소속의 운동가인 저자는 그 이력다운 냉철한 분석과 해박한 지식, 그리고 폭넓은 시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 현상을 바라보았다. 특히 복지국가의 권력기반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또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쓸린 복지국가가 어떻게 변하였는지에 관해 날카롭게 분석했다.

 

노르웨이는 2010년 '유엔 인간개발지수' 순위 1위에 올랐다. 노르웨이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복지국가’라는 배의 가장 위층 갑판 객실을 계속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복지국가 호’를 곧 침몰할 운명인 '타이타닉' 호에 비교했다.

‘복지국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저자의 물음은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복지국가인 북유럽 국가는 물론 복지국가를 염원하며 힘겨운 몸부림을 치는 한국의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운동 단체에도 부여된 공통의 과제이다.

저자는 현재의 복지국가를 피상적으로 낙관할 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선진 복지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 위협과 그 징후를 통해 복지국가의 변질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국가의 일반적인 개념에 새로운 해석을 더 하고 있다. 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전개될 때에는 필연적으로 그 사회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권력구조와 정치권력을 연결해 분석했다. 이는 저자의 30년 간 노동조합운동 경험과 관찰. 연구가 집적된 결과물이다.

금융위기를 겪었어도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았고 시장의 힘과 금융자본은 더 강해졌으며 불평등과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북유럽의 복지국가도 피해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훌륭하므로 책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서평을 이어가겠다.


 

- 북유럽을 비롯한 성공한 복지국가에서는 정치인 대부분이 복지국가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2~30년 사이에 복지국가는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상황이 다르다. 복지국가인 노르웨이가 건강한 경제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조합·국가·고용주 이 3 주체에 내재된 상식에서 비롯된다.

 

- 복지국가의 발달을 이해하려면 권력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사회의 변화는 권력의 변화와 밀접히 연결되어있다. 복지국가는 노동과 자본의 타협, 사회계급 간의 타협의 산물이다.

 

- 노르웨이를 진정한 복지국가로 볼 수 있는 건 1935년부터다. 이 때 노르웨이 노동당은 농민당과의 연정을 통해 정부를 구성하였고 이후 노동조합 회원들이 늘어났다. (노르웨이 노동당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이며, 최초에는 사회민주당이었으나 후에 노동당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 영국에서는 노동당 정부(1945~1951)가 영국 복지국가의 보석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보호법. 국민건강법을 마련했다.

 

- 복지국가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는 우파의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분명한 것은 우파가 계급타협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못해 받아들인 복지제도를 자신들의 공으로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 유럽의 경우 노동운동이 사회민주당의 입지를 강화했다.

 

- 복지국가는 3가지 모델로 분류할 수 있다.

· 시장모델-미국

· 보편적이고 공적인 모델 -북유럽 (가장 잘 발달한 모델)

· 직장에 바탕을 둔 모델- 독일

 

- 북유럽 국가들의 최초 복지협약은 '사회자유주의' 성격이 강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가부장적 태도이다. 그러던 것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강해지고 자신감을 얻게 되면서 모든 사람이 서비스 혜택을 받는 보편적 권리를 누리게 되었다.

 

- 복지국가 3가지 중요한 요소.

· 집단 보험제도 (사회안전망)

· 보편적인 복지서비스 (건강. 보살핌. 교육)

· 사회적 혜택 (사회적 지원. 주택 혜택 등)

 

- 노동운동의 정치적 약화 덕분에 신자유주의는 더 빨리 확산할 수 있었다. '워싱턴 컨센서스'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은 자본에 대한 통제를 없앴다. 이로 인해 미국은 광기의 경제로 이어졌으며 가장 부유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었다.

 

- 유럽의 경우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3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국가소유산업과 금융기관. 두 번째는 전기, 수도, 우편, 철도 등 공공사업 세 번째는 건강, 교육, 사회 복지, 연금 등의 분야다.

 

- 노동운동의 등장과 민주주의 약진은 복지국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자유주의의 팽창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약화가 필수적이었고 이는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이어졌다.

 

- 국가의 역할을 복지와 민주적 절차를 실행하기 위한 토대로서의 국가, 기존의 경제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권력기구로서의 국가로 나눈다면 지난 몇 십 년 동안 후자의 성격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 복지국가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복지국가는 사회적 타협의 결과이며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투쟁의 산물이기 때문에 복지국가는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반드시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자본가에 맞서 투쟁을 벌인 결과로 얻어진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양면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 복지국가 서비스 중 많은 것들은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 교육은 복지국가 서비스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공공 예산 중 가장 큰 항목이다.

 

- 복지국가가 전성기를 맞는 동안 불평등과 빈곤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 몇 십 년 동안 노르웨이를 비롯한 서구 국가의 빈부 격차가 놀랄 만큼 벌어졌다. 이는 복지국가가 사회모델로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국가의 중요한 기둥인 연금제도가 민영화의 위기를 겪으며 금융자본과 결합을 꾀하고 있다.

 

- 북유럽국가들도 복지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과거의 전통을 버리고 점점 '자산조사'를 거쳐 선별하는 등 혼합형 복지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의 변질은 7개의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양극화/위험의 개인화/시장의 침투/거꾸로 된 재분배/보편적 복지에서 자산조사를 통한 복지/공공 모델에서 민간모델로 바꾸는 조직화와 관리/권력에서 무력으로.

 

- 일을 통한 복지인 워크페어는 복지국가 변질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노동권을 요구하는 시스템 지향적 투쟁이 개인별 노동권 요구로 변했다. 'Social' 단어가 공공의 어휘에서 축출되었다. 노르웨이는 더 이상 사회부 장관도 사회부도 그리고 사회와 건강문제를 다룰 국장도 없다. 문제를 사회와 연결시키지 않고 개인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워크페어 정책은 실패작이다. 워크페어 정책의 사상적 바탕에는 시장자유주의 인간관이 깔려있으며 이는 복지국가 변질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워크페어 정책에서 빈곤까지 가는 길은 아주 짧다.

 

- 지난 몇십 년 동안 노동조합과 대중세력이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아무리 노동조합이 약화되고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사회적 힘은 '노동조합'이다. 투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프랑스의 반대세력 '아탁', 소농과 토지 없는 농촌 노동자들의 조직 '비아 콤펜시나', 2001년 결성된 '세계사회포럼'과 같은 새로운 집단, 동맹, 네트워크가 지방과 국가, 세계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결성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계급. 노동조합. 대결 권력 이슈가 사회적 논의의 무대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지난 20년 동안 규제 철폐와 민영화, 그리고 공공복지서비스 공격에 동조했다. 영국 노동당은 제3의 길을 택했고 독일 사민당의 슈뢰더 정부와 독일노조연맹의 신뢰에는 금이 갔다. 국경을 초월한 노동조합운동과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책을 덮으며, 불평등에 격노하라!

저자 ‘아스비에른 발’은 30년 동안 노동운동에 몸담아왔으며 1999년 창설된 단체인 노르웨이 ‘복지국가운동’과 함께 한 복지국가운동의 산 증인이자 이론가이며 실천가이다. 그렇기에 빈곤과 불평등에 맞서 복지국가를 지켜내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의 더욱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마치 ‘불평등에 격노하라!’ 라고 외치는 듯하다.

앞에도 말했지만 이 책은 워크페어 정책에 대해 격한 비판을 쏟아낸다. 저자는 “‘일로 복지를 대신 한다’는 주장은 노동운동의 관점과 정반대되는 인간관에 바탕을 두고 있으므로 엘리트들이 노동자들을 징계하기 위한 도구”라고 말한다.

“복지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치고 노동조합이 강력하지 않은 국가는 하나도 없다”라는 저자의 말은 비참한 한국의 노동조합을 돌아보게 한다. 독일 사회민주당, 스웨덴 사회민주당 등 유럽 사회민주당의 전통 지지 기반은 노동조합인 반면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의 노동조합은 현재 퇴보의 퇴보를 거듭하고 있으며 활력 넘치는 담론 전개나 투쟁 동력은 현저히 저하되고 있고 지도부 또한 혼란상태이다.

더구나 한국의 노동조합들은 ‘복지국가’를 중심 의제로 삼지 않는다. 노동조합 내 여러 종파가 혼재해 있고 노선 간의 갈등이 매우 첨예해 ‘복지국가’ 의제는 뒷전이고 노동조합과 함께 복지국가운동을 벌이기도 매우 어렵다.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 노선을 받아들이기에는 더욱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그리고 복지국가운동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 책의 마지막 제8장 <내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장애>에서는 유럽 각국의 사회민주당과 사회민주주의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 신자유주의와의 결탁이 낳은 정치적 퇴보와 이에 따른 이데올로기의 위기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영국 노동당, 독일 사회민주당, 스웨덴 사회민주당 그리고 남유럽 여러 나라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지난 20년 동안 규제철폐와 민영화, 그리고 공공복지서비스에 대한 공격에 동조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독립적이며 공격적인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끝으로 이 책 끝에 나온 저자의 결의문은 나에게도 같은 의미로 다가오기에 옮겨본다.

“ 만일 복지국가를 보호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면, 사회적 동인들과 권력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시장의 권력과 투기경제, 사회와 노동의 잔혹화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민주적 통치와 통제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언제나 민주주의와 복지가 강력한 반대세력들에 맞선 투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복지국가의 성격이 서서히 바뀌고 있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변으로 밀려난 상태에서 의심의 논총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들은 수세에서 벗어나 그 방향을 바꿔놓을 수 있다. 누구고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제위기의 와중에, 사회세력들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p350)//

 

이영희

이지니기자 luxjin@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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