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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담 그리고 아담의 이브

기사승인 2018.01.18  19: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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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성인이 되고나서, 신분증을 검사하는 물건들을 구매할 때의 설렘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정체모를 해방감에 가까운 감정이다. 근데 콘돔만 빼면 그렇다. 처음 콘돔을 샀던 날엔 괜히 알바생과 눈도 못 마주친 채로 평소엔 꼭 하던 수고하세요 라는 인사도 빼먹고 도망치듯 빠져나왔었다. 안전하게 사랑하기 위한 물건일 뿐인데 왜 이렇게 민망한 기분이 드는 건 아직도 꽤 여전한 사회적인 시선 탓이 크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싶을 때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Instinctus Co. Ltd, 이브콘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단 고등학교 때 동창인 3명의 CEO가 만든 브랜드이다. 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었다고 한다. 이런 쇼핑몰을 차린 게 이브가 처음은 아니었다. 콘돔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부끄럽지 않아요’ 라는 콘돔 쇼핑몰을 개설했었는데, 수익금으로 청소년들이나 성에 관련된 인권 단체에 기부했다. 그러나 취지가 좋다고 무조건 사업이 잘 될리는 없었다. 그래서 이름을 아예 바꾸고 새로운 테마로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EVE라는 브랜드 이름의 의미는 대부분의 콘돔이 남성만 산다고 가정하고 판매하니까, 여성도 콘돔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여성이 콘돔을 소지하고 다니면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챙기고 싶어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함이다. 어쩌면 그건 내 몸의 주권을 빼앗기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사실 콘돔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안은 옥탑방의 곰팡이처럼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불안이 가려져서는 안된다. 사랑은 혼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시에 누구나 원하면 피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살지 말지는 개인의 자유지만 선택권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그 외에는 크리스마스이브처럼 설레는 느낌도 있고 ‘Good Evening’의 이브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EVE의 모토는 제품을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성과 관련된 제품을 [Healthy, Natural, Equal]이라는 3가지 화두를 토대로 재해석하여 보다 나은 대안을 제시하려한다. EVE가 이야기하는 건강함은 제품의 성분적 안전성을 넘어 성을 바라보는 문화를 개선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EVE는 제품이 아닌 생식건강을 판매하는 셈이다. 동시에 건강하고 안전한 성(性)에 대한 접근성은 연령이나 성별, 성적지향, 직업, 지역, 국적, 문화 등에 의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약자일 수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너무나 쉽게 외면/무시당하는 이들의 권리를 복원하고, 더 나은 성문화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EVE는 평등과 공정함을 지향한다.

 

​실제로 이브에서는 ‘프렌치 레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바 있다. 돈이 없거나,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거나, 편의점에서 살 수가 없는 등 다양한 이유로 콘돔을 살 수 없는 청소년들이 신청을 하면 무료로 콘돔을 보내주는 소셜 프로젝트이다. 또한 지난 2월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콘돔 자판기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만 자판기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성인들의 양심이 필요했다. 청소년이 아니면 자판기를 운영 중인 매장을 통해서나 다른 경로를 통해 콘돔을 구매하도록 장려했다. 그러나 이 규칙이 지켜지지 않아, 박진아 대표는 "성인들의 구매를 막으려면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성인들이 양심을 지키고 구매만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양심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며 심경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자판기를 운영한 해당 매장 점주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현재 이브콘돔의 페이지에서는 청소년 인증을 하면 저렴한 가격에 콘돔을 판매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굉장히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제품 안에 이용 가이드를 함께 넣은 점도 세심하다. 우리나라 성교육이 부실하다는 이야기는 해도해도 모자라다. 사실 실제로 언제 어떻게 끼워야하는지,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은근 많을 것이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말이다.

​이브에서의 지속가능성 또한 섬세하다. 이를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녀야 할 책임의식이며, 기업들의 양심적인 생산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 자연에 남기는 흔적을 최소화 하는 것,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는 것이 EVE가 지향하는 에코페미니즘이다. 예전에 고무를 다루는 공장에서 암 환자가 대량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 때문이다. 콘돔도 고무 가공품이다 보니 그런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결국 미국에서 조사를 했고, 시중 제품 중 70퍼센트 이상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콘돔’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낯 뜨거운 일이니 규제는 커녕 콘돔 속에 발암물질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물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브는 이런 유해 화학물질을 모두 신경 써서 제거했다고 한다. 여성의 질내 산도 균형을 해칠 수 있는 합성 착향료나 착색제 등도 사용하지 않았고, 동물성 재료도 일체 쓰지 않아 국내 최초로 PETA에서 비건 인증도 받았다고 한다.

​화장품 포장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제품 디자인도 깔끔한 브랜드 이미지에 한 몫한다. 보통 콘돔 디자인이 까맣거나 빨간 경우가 많은데에 반해 깨끗한 느낌이다. 케이스를 슬라이딩으로 만든 것도 굉장히 편리하다. 한 손으로 열어서 바로 꺼낼 수 있다. 보관도 쉽고. 심지어 이 케이스도 재활용 소재다. 심지어 포장재마저도 지아미(Geami)라는 친환경 재료이다. 천연 Kraft Paper로 제작되는 네덜란드 회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분진발생도 적고 여름철 습함과 겨울철 건조함에도 강한 완충포장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누군가의 사랑을 위한 사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한 마케팅없이 입소문만으로 여러 매거진들의 한 켠을 버젓이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는 셈이다. 꽤나 사소한 부분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찾아내어 매듭지어갈 수 있는 생각들의 재생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인스팅터스의 이브콘돔은 단단한 포석들 중 하나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임혜원 / 바람저널리스트 (http://baram.news / baramyess@naver.com)

**이 기사는 지속가능바람(www.baram.news)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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