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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 차원의 첫 CSR종합 시책 발표

기사승인 2018.01.07  16: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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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 후속 조치 ... 연차별 세부계획 수립과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 설립도 추진

올해 안에 정부 차원의 첫 CSR 종합시책이 발표된다. 지난해 11월 통과된 ‘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개정 후 1년 이내에 종합시책을 수립토록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24일 본회의에서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촉진을 위한 5개년 계획 수립을 골자로 하는 ‘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홍일표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2007년 법 개정에서 “기업이 경제적 수익성, 환경적 건전성, 사회적 책임성을 함께 고려하는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이에 대한 종합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제19조 1항)는 CSR 관련 조항을 신설했지만, 종합시책의 수립 주기가 지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에 따라 마련됐다. 실제로 2007년 개정 이후 9년 간 정부는 지속가능경영 종합시책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에서 이러한 허점을 보완함에 따라 2018년에는 정부 차원의 첫 종합CSR정책을 볼 수 있게 됐다.

 

산업발전법 개정안 내용과 의미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는 기업 지속가능경영 촉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종합시책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하고(제19조 1항), 종합시책에 따른 연차별 세부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제19조 3항). 최초의 종합시책 수립은 법 공포 후 1년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부칙에 명기되었다. 개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종합시책 수립 주기가 5년으로 되어 있어, 자칫 2020년을 넘기고 나서야 CSR 종합시책이 나오는 상황을 우려한 조항이다.

올해 안에 수립될 CSR 종합시책은 무엇보다도 산업계 전반을 아우를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전에도 정부가 국내 기업의 CSR 육성 계획을 제시한 적은 있다. 지난해 10월 말 정부는 중소기업용 CSR 시책으로 ‘사회적책임경영 중소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하였다.

그러나 해당 계획이 근거하는 중소기업 진흥법의 상위법인 산업발전법에서 CSR 종합시책 수립 주기를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논리적 모순이 존재했다. 산업 전체 차원의 종합시책이 먼저 나오고, 그러한 정책 기조 하에서 산업단계·업종별·규모별 CSR 정책을 세우는 게 순리인데, 산업발전법의 허점으로 인해 중소기업용 CSR 가이드라인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란 우려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다. 게다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 정도가 대기업의 협력업체이고, 중소기업 CSR의 가장 큰 동기가 대기업이 진행하는 공급망 관리에 대한 대응임을 고려했을 때, 산업발전법 개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만시지탄은 피했다는 측면에서 적잖은 의의를 갖는다는 평이다.

지난해는 K스포츠·미르재단과 연계된 대기업의 부패 커넥션이 드러나고, 강원랜드·우리은행 등 공기업·금융기관 채용비리가 폭로되면서 대기업·중견기업과 공기업·공공기관의 윤리경영에 대한 국민적 갈증이 어느 때보다 높았던 해였다. 전 산업을 망라하는 CSR 종합시책이 시급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는 측면에서 개정안의 의의는 더 커진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업 지원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지속가능경영지원센터’로 지정하여 예산을 지원토록 한 조항을 신설했다. CSR 정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보인다. 2007년 개정안에서도 정부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활동으로 나타나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개선안이다.

 

명암이 뚜렷한 한국의 CSR

그렇다면 올해 부지런히 구축될 CSR 종합시책이 풀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일까. 먼저 한국의 CSR 현황에 나타난 명암을 살펴보자.

국내 기업들은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지속가능경영을 기업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지속가능경영 분야 글로벌 기준의 하나인 ‘다우존스 지수가능 경영지수(DJSI)’이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DJSI World’지수는 2017년 평가대상 기업 중 12.7%인 320개 기업을 지수에 편입하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포스코·삼성전기·삼성증권·에스오일·KT·현대건설·현대모비스 등 총 23개 기업(전체 320개 기업 중 약 14%)이 여기에 포함됐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추이를 들여다보면 2008년 대비 DJSI 편입 기업은 약 8배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을 필두로 국내 CSR 활동이 꾸준히 확대됐다는 간접 징표인 셈이다.

그러나 평가결과를 좀더 파고들면 문제점이 보인다. 국내 기업은 △지배구조(51.3점) △인권(43.2점), △기부 투명성(45.2점)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DJSI에 편입된 국내 기업의 평균 점수가 72.2점인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당시 평가를 담당한 스위스 투자전문기관 로베코샘의 만짓 유스(Head of Sustainability Application & Operation)는 “한국은 사업장에서 어떤 인권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거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이어 기업 경영활동에서 △사외이사 선임과정의 투명성 △경영진의 윤리적 책임 △구체적 기부내역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단순히 DJSI에 편입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이 지속가능 경영을 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2016년 전경련 사회공헌 백서와 실제 대기업 CSR활동 평판의 비교에서도 국내 CSR의 문제점이 엿보인다. 해당 백서에서 국내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비중은 세전 이익 대비 3.5%(230개사)로, DJSI 상위 국가인 일본이 1.97%(330개사),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치가 0.82%(270개사)인 점을 고려하면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제컨설팅회사 글로브스캔(Globescan) 조사에 따르면 정작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이러한 CSR활동을 “생색내기용 사회공헌활동이 많다”고 받아들였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윤리경영의 이미지로 잘 연결되지 않는 이유로는 △CSR 프로그램 간 차별성이 떨어지는 점 △기업들이 매년 작성하는 지속가능보고서나 기업 홈페이지 외에 지속가능경영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부족한 점 등을 들 수 있다.

DJSI나 사회공헌 지출 비중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가 실제 CSR 수준과 괴리를 보이는 상황은 2007년 개정 이후 종합시책 수립 주기를 밝히지 않은 산업발전법의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부 차원의 무관심이 그동안 지속됐다. 일례로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CSR 국제표준인 ISO26000을 국가 차원에서 채택하고도 정부는 별다른 보도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정부가 CSR종합시책을 차일피일 미루는 동안 기업들은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지속가능경영을 자발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사회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내걸고 CSR활동을 도입했으나, 사회적 신뢰를 염두에 두고 기업 지배구조를 대공사하는 수준의 장기적인 접근은 보이지 않았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종합시책이 미뤄진 10년 동안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연구 부문에서도 CSR이 홀대받았다고”고 지적했다. CSR활동이 기업의 어떤 채널을 통해 어느 시점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혹은 어떻게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을지, 산업단계별·업종별 모델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 기업 내 담당부서와 이사회 등 상위 의사결정조직에서 CSR은 아직 수사(修辭) 차원의 논의가 주를 이루는 상황이다.

 

CSR 종합시책의 바람직한 방향

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 이후 정부의 CSR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여의도 IFC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주관하고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ㆍ국회CSR정책연구포럼이 후원하는 2017 CSR 워크숍이 열렸다.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촉진을 위한 정부 5개년 종합시책,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란 주제의 이날 워크숍에서 삼일PwC 박재흠 상무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국내외 현황과 요구”란 제목으로 주제발표했다.

박 상무는 국내 DJSI 편입기업의 CSR 현황을 분석하며 △기업 내 특정부서가 CSR활동을 전담하는 구조 △사회공헌활동에만 편중되는 CSR 활동구조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CSR이 특정 부서의 개별 활동을 넘어 기업 상위단계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으며, CSR 활동 및 범위 또한 아직 기부, 봉사와 같은 단순 사회공헌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기업이 CSR을 특정 부서 업무가 아닌 경영 전반의 중요한 요소로 자발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종합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쪽으로 일부 패널은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노재성 실장은 “징벌적이나 규제적인 방향보다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종합대책이 이뤄지는 방향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완기 과장도 “CSR은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는 옆에서 지원하는 촉진제”라며 “정부가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기업의 자발성을 살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CSR 인식 확대 차원의 기업 이해관계자 교육·국민적 인식 제고와 관련된 주문도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2009년 독일 정부가 이해당사자·정치인·기업인으로 구성된 CSR 토론회를 1년 간 운영, 국민적 관심과 기업의 CSR 이슈 인식 모두를 끌어올리면서 CSR 종합대책을 도출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송 박사는 “추진체계가 중요하다. 기업 이해관계자 이야기를 충분히 많이 듣는 것이 먼저다. 우리나라는 독일에 비해 이런 사회적 조정의 경험이 부족하므로 조정키로서의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일PwC 박재흠 상무는 “대학 등에서 CSR 관련 교육·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계속해서 논의가 이어져 손에 잡히고 이해하기 쉬운 CSR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윤하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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